몇 주일 전 <프레시안>에서 개관 소식을 듣고 한 번 가볼 마음이 들었다. <동아시아의 20세기> 작업을 구상함에 따라 인도 근현대사의 윤곽을 파악할 필요를 떠올리면서 우리 사회의 인도에 대한 인식이 대단히 미흡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박물관을 꾸렸다면 인도를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하나의 시각은 제공할 것이 기대되었고, 관장 남편인 백좌흠 교수와 얘기 나눌 기회가 된다면 배울 것이 많을 것 같았다.

 

금요일 저녁 행사를 위해 안동 가는 길에 좀 일찍 떠났다. 치악휴게소에서 막국수 한 그릇 먹고 두 시 좀 안 되어 박물관에 도착하니 적막강산이다. 혼자 앉아 있던 아저씨 한 분이 내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카운터로 향한다. 입장료 4천 원을 낸 다음 물었다. "백 선생님이시죠?" "네, 그렇습니다만..." "두어 주일 전에 메일 드렸던 김기협입니다." "아이고, 김 선생님!" 4천 원 돌려주려고 애쓰는 것을 겨우 말렸다.

 

커피 한 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박여송 관장님이 들어왔다. 백 교수가 교대로 점심 먹으러 간 사이에 관장님 안내로 전시를 구경했다. 백 교수가 돌아오고 나서 잠시 앉았다가, 구경도 이야기도 아쉬운 채로 일단 떠났다. 이튿날 안동에서 돌아오는 길에 다시 들르기로 하고.

 

토요일 열한 시경 다시 와 보니, 그래도 토요일이라고 손님이 몇 있었다. 백 교수가 손님 안내하는 것을 한 차례 따라다니며 설명을 함께 듣고 또 커피 한 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묵밥집에 가서 점심 대접까지 받았다. 표 한 장 끊어서 이틀 구경하고 점심 대접까지 받다니, 나 같은 손님이 많지 않기를~

 

영월군에서 '박물관 고을' 정책을 세워 박물관 설립과 운영에 협조와 지원을 잘 해주는 덕분에 막연한 꿈이던 박물관 설립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 수장품들을 집에다 쌓아놓고 여러 해를 살았다니, 그 시절에 구경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 집 경치가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인도 미술사는커녕 인도사의 윤곽도 파악하지 못한 내가 비평할 일이 아니지만, 수장품의 범위가 하나의 큰 그림을 제시하기에는 충분한 것 같다. 다만 설명이 많이 필요하다. 설명 없이는 의미를 분명히 파악하기 힘들다. 도판 위주의 도록보다 인도 미술사 개설에 가까운 해설집을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니까 두 분도 그럴싸하게 들어준다. 균형 잡힌 해설집을 하나 만들면 한국인의 인도 이해를 위해 좋은 출발점이 될 것 같다.

 

틈낼 수 있는 대로 들러보고 싶은 곳이다. 인도에 관한 공부도 물론 필요하지만, 이런 박물관이 자라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무척 끌리는 일이다.

 

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