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5. 16:53

 

5년째 데스크를 맡아주고 있는 강양구 기자가 들어와서 이 제목 보면 좀 긴장하겠다. 그런데 지금 쓰려는 것은 강양구 생각이 아니라 강원도 양구 생각이다.

 

모처럼 바람쐬러 양구에 다녀올 참이다. 달포 전에 다녀오려고 채비를 다 차렸다가 어깨가 몹시 아파 포기했는데, 이제 어깨도 괜찮으니 좋은 날씨에 한 번 다녀와야겠다.

 

바람쐬러 다니기 힘들어진 지 2년 반이 되는데, 틈만 나면 양구 쪽을 쳐다보게 된다. 박 서방 내외가 편안하게 해주고, 중학교 고등학교 다니는 주현-주영 형제 크는 모습이 보기좋다. 게다가 박 서방 댁에게 우리 고모 내외가 들여다보는 것이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주는 것 같아서 더 마음이 끌린다.

 

1년에 서너 번씩 몇 해 다니다 보니 그 동네가 낯이 익어져 그런가, 아예 그곳으로 자리를 옮길 생각까지 근년 들기 시작한다. 지난 설 밑에 갔을 때부터 실현 가능성을 가늠해 보기 시작했다.

 

나는 연변에서 여생을 지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6년 전 잠깐 다니러 왔다가 어머니도 돌봐드릴 겸 쓰고 싶었던 책도 쓸 겸 미적거리며 여러 해가 지나도 그 생각은 그대로다. 새 아파트도 연길 시내에 그 동안 장만해서 살 준비를 해놓았다. 어느 때고 형편이 되면 국내에는 쬐끄만 임대아파트 하나 잡아놓고 연길에 가 살면서 1년에 두어 번 볼일 보러 다니러 오면 되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제 딴 생각을 시작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계속 지내는 편이 나은 점이 자꾸 떠오른다.

 

지난 겨울 목디스크로 된통 혼이 나고 보니 연변의 추운 날씨가 겁난다. 원래도 연변의 길고 추운 겨울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제 더 무서워졌다.

 

그리고 사람 보는 일도 아쉬울 것 같다. 여기 살면서도 틀어박혀 사람들 보러 다니는 일이 좀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기 있으면 더러 보게 된다. 요 몇 해 동안 10년, 20년, 30년 만에 만나게 된 이들이 간혹 있었는데, 그 만남의 즐거움을 상상했던 것보다 크게 느끼는 것이 나이 탓일지도 모르겠으나, 내가 인간관계에서 너무 움츠러들어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리 숨어 지내는 성격이라 하더라도 너무 지나치지는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그리고 자연과 조금 가까이 살고 싶다. 연변에는 11월부터 3월까지 모든것이 눈과 얼음에 뒤덮여 있다. 그리고 아파트에서 살아야 한다.

 

마침 아내도 연변에 꼭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줄어들고 있다. 이제 한국이 익숙해지기도 했고, 국적을 취득하니 기분이 좀 달라지는 점도 있겠지. 국적 덕분에 예화를 초청해 영주권 신청까지 시켰으니 뒷골 당길 일도 없고.

 

자연 가까이 산다는 것이 마음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돈으로 때우든지 몸으로 때워야 한다. 나는 돈도 많지 않고 몸도 부실하니 엄두를 내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박 서방 가족의 도움을 얻는다면 가능할 것도 같다. 무엇보다 설비기술자인 박 서방이 보살펴준다면 주택 관리라는 제일 벅찬 과제를 마음놓을 수 있으니. 그래서 전원생활의 꿈을 마음에 품고 양구로 향한다.

 

 

 

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