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26. 16:51

 

통일연구원 자문회의에 초청받아 안재홍에 관한 이야기 하고, 끝나니 네 시쯤 됐다. 수유리 그 동네 모처럼 간 김에 묘소를 두어 군데 참배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산책로로 들어섰다. 이시영, 김병로 두 분 묘소를 짚었고, 안내도를 보니 이시영 묘소 가까이 '광복군 합동 묘소'가 표시되어 있어서 유념해 뒀다.

 

아카데미하우스 정문 옆으로 해서 김병로 묘소에 먼저 들렀는데, 너무 부티가 느껴져 조금 어색했다. 잠깐 앉아서 한 숨 돌리며 생각에 잠겼다가 이시영 묘소를 향했다.

 

산책로에서 샛길로 백여 미터 들어가 이시영 묘소가 있는데, 축대가 까마득하게 높다. 그리고 그 왼쪽 축대 밑으로 광복군 묘소가 있는데, 두 묘소의 어울린 모양이 너무 흉하다. 대가집 행랑 격이다. 광복군 묘소 앞에 한참 앉았다가 이시영 묘에는 올라가지 않고 축대 밑에서 예를 올리고 돌아섰다. 합동 묘소보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싶지 않았다.

 

오늘도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동안 두 묘소의 광경이 자꾸 눈앞에 떠오른다. 어쩌다 저런 모양이 되었을까? 광복군을 독립운동으로 인정 않는다면 모르지만, 인정할 바에야 합동 묘소가 중심이 되고 요인들의 묘소는 주변에 배치되는 게 묘 임자분들 마음에도 편하지 않을까? 특정세력의 장난질보다 영웅만 받드는 이 사회 분위기가 저런 꼴을 만들어낸 게 아닌가 생각된다.

 

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