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27. 16:43
어제는 이모님을 모시고 갔다. 이모 계신 곳은 여주시 강천면 도전리의 가톨릭 노인시설. 3년 전부터 여주에 계시다는 말씀을 듣고도 그리 가뵙지를 못하면서 그냥 평야지대의 야산자락을 떠올리고 있었고, 어머니를 이천에 모시면서는 "이제 자매분께서 가까이 지내시게 되었군." 생각했는데, 막상 모시러 가 보니 강원도 같은 경기도, 이천에서 여주 시내 가는 것보다 여주에서 도전리가 더 멀었다. 그래서 7월 초, 어머니 옮기신 직후에 한 번 모셔드리고 근 반년만에 다시 모신 것이다.
어머니와 열세 살 차이로 터울이 큰 자매간이지만 이모 성품이 차분한 편이어서 터울에 비해 서로 가까이 느껴 오신 것 같다. 오늘도 이모 보고는 어머니가 참 편안해 하신다. 내가 먼저 눈에 띄어 한참 수작을 하시다가 뒤늦게 이모를 알아보고는 눈이 둥그레져서 "야! 네가 웬 일이냐?" 하시고는 금세 예전 그대로 언니 노릇을 하신다. 전번 왔을 때에 비해 너무나 총명하고 활달한 모습에 평소 어떤 일에든 표현을 아끼는 이모까지 싱글벙글.
한 20분 정도? 회포를 푼 다음 이모님은 뒷전에 앉아 관찰하는 위치로 돌아가신다. 내가 어머니와 익숙해진 방식으로 놀아드리는 모습이 무척 재미있으신 모양이다. 나중에 모셔다드리는 길에 "야, 너 어디서 그렇게 애교가 늘었냐? 어려서부터 봐도 그런 애교가 너한테 있는 줄은 생각도 못했다." 하시기에 "정말 저도 몰랐어요. 습관이란 게 참 무서운 거네요." 했더니 "참 별일이다." 하고 빙글빙글 웃으신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외가에서 1년간 살 때부터 나는 성격이 부드럽지 못하고 표현력이 모자라는 아이로 표가 나 있었으니까.
앞서 원장님이 메일로 알려준 일이 있었다. 요즘 들어 어머니가 기저귀 갈 때, 휠체어에 앉혀 드릴 때 등 자세를 크게 바꿀 때 허리를 많이 아파 하신다고. 원장님은 어제 없었지만 간호사, 물리치료사, 간병인이 모두 그 문제를 잘 알고 있어서 의견을 두루 들으며 관찰할 수 있었다. 통증 호소가 극심한 것은 아니지만, 요즘 표현 양태가 전반적으로 점잖으신 것을 감안하면 꽤 심각한 정도까지 아프신 것 같다. 최악의 경우 약해진 뼈에 금이 간 상태까지 상상할 수 있는데, 그것을 확진한다 하더라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치료사 김 선생의 설명이다. 그 연세에는 설령 부러진 뼈가 있더라도 가만히 누워 계시게 하는 것밖에 다른 수가 없다는 것.
가능성이 큰 추측은 근육이 약해져서 자극에 민감해진 것인데, 꾸준히 관찰하면서 적절한 도움 방법을 천천히 모색해 나가겠다고 한다. 인생은 고해라는데, 그 정도 문제라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겠다. 그 연세에, 그 약하신 몸에, 더 심각한 문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연전까지 달고 계시던 혈압이나 혈당 문제가 보이지 않는 게 어딘가. 그런 문제는 훨씬 더 여러 가지 길로 고통을 갖다드릴 것이다.
윤정옥 선생님, 이효재 선생님과 통화를 시켜 드렸다. 꽤 긴 대화를 자연스럽게 나누신다. 통화 끝에는 내게 바꿔주셨는데, 두 분 다 무척 기뻐하신다. 이대 동료들 중에는 사회와 정치에 대한 태도를 편안히 공유해서 "3총사"로 통한 분들. 이 선생님은 요즘도 내 글 마음에 드는 것을 보면 이따금 전화로 격려해 주신다. 윤 선생님은 어머니 목소리를 듣고는 얼굴 보고 싶은 것을 참을 수 없으신지,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셔서 28일 모실 것을 약속해 놓았다.
휠체어에 일단 앉은 상태에서 별 통증을 느끼지 않으시는 것을 보면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다른 노인분들과 수작하시는 걸 보면 정말 수준 있는 처세술을 확보하고 계시다. 치매 걸린 한 분이 이모님과 나를 붙잡고 자기를 어디다 데려다 달라고 집요하게 칭얼대는데, 어머니가 한참 보고 있다가 적당한 시점에서 적당한 방법으로 꾸짖는 것을 보고 정말 탄복했다. 직원들이 감싸드리지 않아도 동료 노인분들에게 충분히 존중받으실 만한 자세를 아주 자연스럽게 보여주신다.
저녁 식탁에 모셔다 드리고 떠났는데, 식탁에서 몇 발짝 남았을 때 휠체어를 세우고 "어머니, 다른 분들 안 보게 살짝 뽀뽀해 드리고 싶어요." 하니까 눈을 꿈적꿈적하고 뺨을 얼른 대주신다. 이모와 나를 떠나보내며 조금도 아쉬운 기색이 없으시다. "느네들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 와주면 더 좋지만 안 와도 내 인생엔 문제 없어." 말씀을 듣는 것 같다.
어머니와 열세 살 차이로 터울이 큰 자매간이지만 이모 성품이 차분한 편이어서 터울에 비해 서로 가까이 느껴 오신 것 같다. 오늘도 이모 보고는 어머니가 참 편안해 하신다. 내가 먼저 눈에 띄어 한참 수작을 하시다가 뒤늦게 이모를 알아보고는 눈이 둥그레져서 "야! 네가 웬 일이냐?" 하시고는 금세 예전 그대로 언니 노릇을 하신다. 전번 왔을 때에 비해 너무나 총명하고 활달한 모습에 평소 어떤 일에든 표현을 아끼는 이모까지 싱글벙글.
한 20분 정도? 회포를 푼 다음 이모님은 뒷전에 앉아 관찰하는 위치로 돌아가신다. 내가 어머니와 익숙해진 방식으로 놀아드리는 모습이 무척 재미있으신 모양이다. 나중에 모셔다드리는 길에 "야, 너 어디서 그렇게 애교가 늘었냐? 어려서부터 봐도 그런 애교가 너한테 있는 줄은 생각도 못했다." 하시기에 "정말 저도 몰랐어요. 습관이란 게 참 무서운 거네요." 했더니 "참 별일이다." 하고 빙글빙글 웃으신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외가에서 1년간 살 때부터 나는 성격이 부드럽지 못하고 표현력이 모자라는 아이로 표가 나 있었으니까.
앞서 원장님이 메일로 알려준 일이 있었다. 요즘 들어 어머니가 기저귀 갈 때, 휠체어에 앉혀 드릴 때 등 자세를 크게 바꿀 때 허리를 많이 아파 하신다고. 원장님은 어제 없었지만 간호사, 물리치료사, 간병인이 모두 그 문제를 잘 알고 있어서 의견을 두루 들으며 관찰할 수 있었다. 통증 호소가 극심한 것은 아니지만, 요즘 표현 양태가 전반적으로 점잖으신 것을 감안하면 꽤 심각한 정도까지 아프신 것 같다. 최악의 경우 약해진 뼈에 금이 간 상태까지 상상할 수 있는데, 그것을 확진한다 하더라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치료사 김 선생의 설명이다. 그 연세에는 설령 부러진 뼈가 있더라도 가만히 누워 계시게 하는 것밖에 다른 수가 없다는 것.
가능성이 큰 추측은 근육이 약해져서 자극에 민감해진 것인데, 꾸준히 관찰하면서 적절한 도움 방법을 천천히 모색해 나가겠다고 한다. 인생은 고해라는데, 그 정도 문제라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겠다. 그 연세에, 그 약하신 몸에, 더 심각한 문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연전까지 달고 계시던 혈압이나 혈당 문제가 보이지 않는 게 어딘가. 그런 문제는 훨씬 더 여러 가지 길로 고통을 갖다드릴 것이다.
윤정옥 선생님, 이효재 선생님과 통화를 시켜 드렸다. 꽤 긴 대화를 자연스럽게 나누신다. 통화 끝에는 내게 바꿔주셨는데, 두 분 다 무척 기뻐하신다. 이대 동료들 중에는 사회와 정치에 대한 태도를 편안히 공유해서 "3총사"로 통한 분들. 이 선생님은 요즘도 내 글 마음에 드는 것을 보면 이따금 전화로 격려해 주신다. 윤 선생님은 어머니 목소리를 듣고는 얼굴 보고 싶은 것을 참을 수 없으신지,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셔서 28일 모실 것을 약속해 놓았다.
휠체어에 일단 앉은 상태에서 별 통증을 느끼지 않으시는 것을 보면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다른 노인분들과 수작하시는 걸 보면 정말 수준 있는 처세술을 확보하고 계시다. 치매 걸린 한 분이 이모님과 나를 붙잡고 자기를 어디다 데려다 달라고 집요하게 칭얼대는데, 어머니가 한참 보고 있다가 적당한 시점에서 적당한 방법으로 꾸짖는 것을 보고 정말 탄복했다. 직원들이 감싸드리지 않아도 동료 노인분들에게 충분히 존중받으실 만한 자세를 아주 자연스럽게 보여주신다.
저녁 식탁에 모셔다 드리고 떠났는데, 식탁에서 몇 발짝 남았을 때 휠체어를 세우고 "어머니, 다른 분들 안 보게 살짝 뽀뽀해 드리고 싶어요." 하니까 눈을 꿈적꿈적하고 뺨을 얼른 대주신다. 이모와 나를 떠나보내며 조금도 아쉬운 기색이 없으시다. "느네들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 와주면 더 좋지만 안 와도 내 인생엔 문제 없어." 말씀을 듣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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