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 1주년을 맞는 오늘 홍콩인들의 표정은 1년 전과 판이하다. 중국 정권을 대표하는 신화사(新華社) 분사(分社)의 초법적 횡포가 심심찮게 눈에 띄는 위에 정청(政廳)시절에 없던 비리사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총선에서 65%의 지지를 받은 민주당은 60석의 입법회에서 겨우 16석을 얻은 채 좌절감에 빠져 있다. 선거로 뽑는 의석은 20석 뿐이다.


더욱 답답한 것은 경제사정이다. 반환 당시 15,000대를 넘보던 항셩지수가 지금은 8,000대에서 맴돌고 있다. 홍콩화와 달러화와의 연계체제가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홍콩의 번영을 찾아 중국인들이 너무 몰려들 것을 걱정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일거리를 찾아 중국으로 가는 홍콩인들이 늘고 있다.


1년 전 온 세계의 이목을 모았던 축제분위기는 이제 홍콩에서 찾아볼 수 없다. 1주년 기념식도 외교사절 외에는 바깥손님 부르지 않고 조촐하게 치른다고 한다. 그러나 홍콩인들의 표정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지난날의 영화(榮華)는 빛이 바랬지만 중국 내에서 홍콩의 장래 위상에는 큰 위험을 예상하지 않는 것이다. 찬바람이 불어야 송백(松栢)의 푸르름이 드러난다고 했던가, 경제적 역경 속에서 홍콩의 가치가 투철하게 확인된 셈이다.


홍콩을 끌어안은 중국의 표정도 여전히 느긋하다. 재작년 봄 대만 총통선거를 앞두고 군사훈련을 벌였던 것과 같은 긴장된 태도는 다시 보일 것 같지 않다. 홍콩을 가지고 1국2체제의 타당성을 입증한 만큼 대만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가지게 된 덕분일 것이다.


9년 전 천안문사태를 바라보며 많은 사람들은 중국의 붕괴를 예측했다. 의지해 온 공산권이 무너지고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마저 퇴색한 뒤에 그 낙후된 경제를 끌고 거대한 나라를 지탱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그런데 중국은 미국의 경제제재 속에서도 뜻밖의 착실한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홍콩까지 무난히 접수한 것이다. 이질적인 체제의 홍콩을 포용한 데서 중국의 장래는 더더욱 세계인의 신뢰를 얻고 있다.


베트남 통일은 군사적 정복이었고 독일 통일은 경제적 정복이었다. 정복당한 쪽의 옛 체제는 새 통일체제의 부담이었고 파괴의 대상이었다. 그에 비해 중국과 홍콩은 두 체제의 미래 진로에서 공통점을 찾아내 접합시킨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체제가 짐이 되기보다 자산이 된 것이다. “버리면 쓰레기, 모으면 자원”은 통일의 과제에도 요긴한 교훈이다.

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