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10. 13:19

노스웨스턴대 경영학부의 심리학교수 맥스 베이저먼은 지난 십여 년간 학생들을 상대로 특이한 실험을 행하면서 2만 달러 가까운 부수입(?)까지 올렸다. 그의 실험은 일종의 경매다. 20달러 짜리 지폐를 하나 놓고 학생들에게 1달러 단위로 값을 부르게 한다. 실험으로서 특이한 점은 낙찰받지 못한 사람의 응찰금을 몰수한다는 것이다.


경매가 시작되면 여러 사람이 번갈아 값을 올리다가 10달러에 이르면 망설이기 시작한다. 10달러를 넘기면 경매집행자가 이익을 남기게 돼 있고, 따라서 참여자의 확률적 기대값은 본전 이하다. 그러나 열 번이면 열 번, 9달러를 불렀던 선수가 결국 11달러를 부르고 만다.


그때부터 두 선수만이 남아 20달러까지 일사천리로 올려놓는다. 그리고는 다시 망설인다. 이제는 이긴다 해도 손해다. 그러나 이기면 손해가 줄어들고, 포기하면 20달러를 그대로 잃는다. 여기서도 어느 한 선수가 포기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베이저먼 교수는 보고한다.


2백여 회의 실험경매 중 응찰액이 20달러에 미달된 일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최고기록은 204달러까지 올라가서 베이저먼 교수에게 387달러의 이익을 안겨주었다고 한다. 참여한 선수들이 경영학 대학원생들과 특강에 출석한 일선 경영인들이라는 사실에 비추어 놀라운 일이다.


이 실험은 상황논리의 맹점을 보여준다. 경매에 임하는 사람들이 모두 자기와 같은 마음을 가졌다고 가정하고 생각하면 1달러라도 응찰하는 것이 바로 돈을 버리는 짓이다. 그러나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경쟁상대를 이기는 일에만 몰두하느라 구조의 문제를 잊어버리고 만다.


다단계판매의 함정도 이와 같다. 걸려드는 사람들 중에 그 조직이 영원히 계속되리라 믿는 순진한 사람은 별로 없다. 언제고 파탄에 이를 것을 안다. 그 전에 자기 몫을 챙길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으로 뛰어드는 것이고, 실제 짭짤한 재미를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신영복 교수의 옥중서한 가운데 겨울이 여름보다 감옥생활에 낫다는 뜻밖의 말이 있다. 겨울에는 동료 죄수들의 체온이 살갑게 느껴지는 반면, 여름에는 열기 때문에 인간 자체를 가까이 하기 싫은 상황이 끔찍스럽다는 것이다. 참여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을 영리의 수단으로 여기게 만드는 것이 다단계판매의 범죄성이다.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못하게 하는 자본주의 논리의 폐단은 조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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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