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투'는 돼지, '수한다'는 흉본다는 뜻입니다.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과 비슷한 뜻 같네요.

고어에 가까운 '도투'가 일상에서 돼지 얘기할 때는 쓰이지 않는데 속담이나 합성어에 남아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합성어로는 '도투바이'가 있죠. '도투 + 아바이'가 합쳐져 미련하고 욕심사나운 영감탱이를 가리키는 말이죠. 짐작되시겠지만, 제가 누구한테 많이 듣기 때문에 익숙한 말입니다.

속담에 옛말이 남아있어서 쓰면서도 정확한 연원을 모르는 채로 쓰는 것도 있습니다. 예컨대 쳐다보는 사람을 면박줄 때 "보기는~ 당나귀 시애비처럼!" 하는데, 당나귀 시애비가 왜 불려나오는지는 모르겠다는군요. 면박받은 사람이 멋쩍어서 웃을 때 따라 나오는 말은 더 기가 막힙니다. "웃기는~ 호닭이 밑궁지처럼!"

새해 첫날 아침부터 거시기한 말 늘어놓는게 좀 거시기하지만, 잊기 전에 적어 두려고요. 조금 전에 들었거든요.
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