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의 한양대 강연과 9월의 한밭대 강연은 그런 대로 청중의 집중을 이끌어낼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영 불만스러웠다. 강연 후반에 접어들어서야 겨우 분위기가 잡히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내용은 빵빵해도 프리젠테이션 전략에 공을 들일 여유가 없었다. 지난 두 차례는 그래도 몇 개의 키워드와 키프레이즈 정도는 준비해서 갔는데, 이번에는 내용만 달랑 들고 갔다. 버스 타고 가면서 당일치기라도 할 것을, 괜히 또 차를 몰고 가서...

앞으로 강연도 중요한 활동 영역으로 키우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좀 더 생각해 보고 결단이 서면 노력을 좀 들여야겠다. 글로 쓰는 데는 독자 입장 배려가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는데, 말로 듣는 청중은 독자보다 더 큰 배려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나 자신이 사람 많은 데서 얘기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매우 큰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잘 생각해 봐야겠다. 강연 않고 사는 게 그저 편한데... 하지만 평생 내 멋대로만 공부를 해오다가 근년에 나름대로 사회를 위한 글쓰기를 시작하며 새로 느낀 보람을 생각하면 한 차례 장벽을 더 넘는 게 옳은 길인 것 같기는 하고... 내년은 일단 어느정도 제대로 할 자신이 없는 한 가급적 자제하고 지내야겠다.
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