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28. 14:18

안녕하세요,
'아흔 개의 봄' 을 읽고 메일 드립니다. 
 
책을 정말 감동적으로 읽기도 했고, 이런저런 자잘한 이야기를 블로그 방명록에 남기기엔 좀 길 것 같아서 메일을 드립니다. 
 
저는 연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는데 세종너싱홈 원장님과 비슷한 이유로 나이 들어서 사회복지를 다시 공부하고 있는  늙은 학생입니다. .
제 이메일 아이디가 nanumeo인 이유도 사회복지 전공하며 '나누며' 살자고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하면서
삶의 방향을 그렇게 잡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만들어서 그렇습니다. 
 
'아흔 개의 봄'을 읽으며 '노인 돌봄'과 관련해서 굉장히 중요한 자료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사회복지를 공부한 고려사이버 대학교엔 '캐어기빙 연구소'가 있어서
'(치매노인을 중심으로한) 돌봄'에 대해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예상하실 수 있겠지만  거의 다 미국과 유럽 자료이지 국내 자료가 거의 없습니다. 
이번에 꼼꼼하고 통찰이 깃들어있는 시병일기를 출판해주셔서 우리나라 캐어기빙에  굉장히 의미있는 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저희 학교 케어기빙 연구소 소장님한테 책 얘기를 했더니 안그래도 읽어보려 하고 있었다며 반가워 하더군요.
CBS,아나운서 출신인 노인복지 전공자로 잘 알려진 '유경'선생님을 만나는 후배도
그 선생님이  '아흔 개의 봄'을 극찬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마 서평을 부탁해도 기꺼이 써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서해문집에서 마케팅할 때 '사회복지 전공자'나 '노인요양' 관련 인력'을 염두에 두고 마케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교재로 아주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께는 친한 친구를 만나서 이런 책을 읽었는데 참 좋았다고 선생님 책 얘기를 했습니다.
덤덤하게 듣고 있던 친구가 '이남덕 교수' 성함을 듣더니 화들짝 놀라면서 잘 안다고 합니다.
이 친구도 이대를 나와서 어, 학교 교수님으로 아나보다 했는데
제 친구 친정어머니가 이남덕 교수님 시집오시던 당시 같은 마을에 살며 왕래를 해서 말씀을 많이 들었다 하네요. 
아버지 고향 마을이 당시 여자는 아무리 똑똑해도 규방가사 쓰고 집에서 바느질 하는 분위기였는데
그 마을에 시집 온 최초의 인텔리 여성이라 마을의 관심이 집중됐고,
이남덕 교수님이 조심스레 마을 사람들 대접에도 신경을 쓰셨다고 합니다.
친구가 옮기는 이야기로 봐서 마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존중받으셨던 것 같아요.    
친구 오빠들도 둘 다 서울대를 나왔고 연배도 비슷하셔서 혹시 이미 알고 지내시는 분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다음 주 월요일에 잠시 여행을  다녀와서 
'아흔 개의 봄' 책을 들고 친구 친정 어머님 찾아뵙고 옛날에 한 마을 살 때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볼 생각입니다. 
친구 친정어머님이  기억력도 좋으시고 말씀도 재미있게 하시는 분이라 
구비문학의 한 구절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시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이번 네팔여행은 이대 정년퇴직하신 이근후, 이동원교수님 부부 따라서 가는 여행이예요.
책 이야기와 이남덕 교수님 근황 들려드리면 반가워하실 거 같습니다.
이 분들 고향도 경북이고 정치적 성향도 비슷하셔서 의외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일산 살다가 지금은 탄현면 들어와서 살고 있답니다. 
정말 '아흔 개의 봄'의 주제, 인맥, 공간과   자잘한 인연의 끈들이 연결되어 있지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삶과 연결고리를 느끼며 감동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으로 진보적이고, 역사와 가족, 사회의 질곡, 복지에 관심이 많다보니 
'아흔 개의 봄'이 제게 여러 가지를 불러 일으키는 고마운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소중한 기록을 읽고 여러 가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오늘 새벽 포털에 중앙일보 인터넷판 기사 제목을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아, 이렇게 좋은 내용을 다 놔두고 이런 기사,  이런 제목을 뽑을 수 있구나,하고요.
예상치 않은 결과 때문에 회의가 드실 지도 모르지만
자본에 종속된  언론  잘못이지 책이나 선생님 판단의 착오는 아니라 생각됩니다. 
 
중앙에서 이렇게 한 걸 보면 조선일보는 더 악의적으로 편집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어머님 계신 곳에 신문이나 방송사 기자를 비롯한 무례한 방문객을 차단할 수 있도록 
너싱홈에 미리 잘 일러두시는게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예전에 방송작가 일을 해서 인터뷰 이후, 취재원이 입을 수 있는 피해에 좀 민감해요.
혹시 기록을 남기고 싶으신 생각이 있으시다면 평판이 좋은 다큐멘터리 하나 정도만 배타적으로 허락을 하고
다른 취재는 차단을 하시는 것도 어머님을 허접한 기사로부터 보호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책에 빠져서 초면에 장황한 메일로 결례를 한 것 같습니다. 
건강 조심 하시고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내시길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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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마주치는 분이지만 인연이 온갖 방면에서 겹쳐지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사회복지' 분야의 참고 가치를 지적해 준 것이 중요하게 생각되어 보내신 분 허락을 받고 옮겨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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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