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8. 00:15
12월 18일이었던가? 감기로 며칠 헤매다가 아직 아주 떨어지지 않았을 때, 가뵙고는 싶은데 몇 시간 운전이 엄두가 안 나 어쩌나 하고 있는데 영진이가 전화했다. 일간 할머니께 가시면 같이 가고 싶다고. 그래서 모처럼 영진이 차를 얻어 타고 갔다.
가는 길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큰형이 메일로 해준 얘기 하나가 생각나서 해줬다. 1957년 큰형이 중학교 입학할 때 합격자 발표 보러 가면서 어머니가 하셨다는 말씀. 영진이는 무척 흥미롭게 들었다. 하기야 어머니가 지금 영진이 나이셨을 때의 일이니까.
영진이랑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앉았다가 어머니 반응을 보고 싶어서 그 얘기를 꺼내 봤다. "어머니, 기봉이 중학 들어갈 때 발표 보러 가면서 어머니가 그러셨다면서요? 나는 네가 붙어도 기쁠 거고 떨어져도 기쁠 거라고. 네가 붙는다면 우리 집안을 위해 기쁜 일이고, 네가 만약 떨어진다면 너보다도 더 우수한 학생들이 네 또래에 4백여 명이나 있다는 것이니 나라를 위해 기쁜 일 아니겠냐고 하셨다면서요?"
꽤 긴 말씀이었는데도 대꾸가 바로 나오신 것을 보면 그런 말씀 하신 일이 기억에 남아 계신 것 같다. "그래? 누가 그런 소리를 했대? 그 여자 참 똑똑한 여자구만. 이리 돼도 안 망하고 저리 돼도 안 망하니 얼마나 똑똑해?"
영진이는 그냥 뿅 갔다. 저렇게 좋아할 할머니를 크는 동안 가까이 할 형편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 역시 내 허물로 작은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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