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1, Q 3: "선거제도의 비례성이 높지 않은 게 그렇게 심각한 문제인가?"
"현행 대한민국 선거제도에서는 '비례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즉, 시민들의 표가 의석으로 정확하게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 간의 심각한 불비례성은 '표의 등가성'을 파괴함으로써 1인1표의 평등 원칙을 무너뜨려 왔다."
나는 비례대표제를 지지한다. 그러나 너무 큰 기대를 걸지 않으려 조심한다. 대통령직선제의 기억 때문에도 그렇다. 30년 전, 온 나라가 직선제에 목을 맸다. 물론 체육관선거보다야 낫다. 그러나 직선제 외의 과제에 소홀했고, 직선제를 맹신했다. 그 결과 체육관선거보다도 못한 꼴을 봤다.
작년 총선에서 정당지지율 1위를 기록했던 국민의당이 1년 남짓 지난 지금 원내 정당 중 최하위로 떨어져 있는 사실을 조심스레 생각할 필요가 있다. 말도 안 되는 대통령을 뽑는 국민이 말도 안 되는 의회권력을 선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보장하나? 더민주가 지금 50% 넘는 지지율을 뽐내고 있지만, 작년 총선 때에 비해 체질개선을 얼마나 했나. 문 대통령 등에 업혀 있을 뿐이다. 언제 곤두박질칠지 알 수 없다.
나는 "1인1표의 평등 원칙"을 절대적인 것으로 믿지 않는다. 유권자 중에는 크게 존중할 만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의견의 가치를 측정하는 안정된 방법이 없는 이상, 평등 원칙이 현실적으로는 가치를 가진다. 다만, 평등 원칙을 실행하려면 철저히 해야 한다.
근대 선거민주주의의 역사는 투표권(suffrage) 확장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재산, 피부색, 성별 등의 장벽이 줄줄이 철폐되어 왔다. 그런데 아직도 버티고 있는 가장 큰 장벽, 그것은 연령이다. 투표 결과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영향을 끼친다. 왜 19세 또는 18세 미만의 구성원들은 자기네 복리에 영향을 끼치는 일의 결정에서 배제되어야 하나? 더욱이, 살 날이 많지 않은 노인들보다 어린이들에 대한 영향이 두고두고 더 크지 않은가? 어린이들을 배제한 채로는 보편투표권(universal suffrage)이 성립되지 않는다.
어린이들의 판단력 부족을 말해 왔다. 미성년자의 법적 권리를 존중하기 위해 보호자 제도를 활용해 왔는데, 왜 투표권에는 보호자의 역할을 인정하지 못하는가? 판단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범위의 아동들의 투표권을 보호자가 대신 행사하는 데 문제가 뭐란 말인가? 판단력을 인정하는 범위도 더 유연하게 정할 수 있다. 만 12세(예를 들어) 미만의 아동은 무조건 보호자가 대신 하게 하되, 12세 이상의 어린이는 보호자의 결정에 따라 투표권의 직접 행사가 가능하도록.
투표 성향이 지역 대결에서 세대 대결로 옮겨가고 있지 않은가. 살 날이 많은 젊은이들, 그리고 어린이들의 장래를 걱정하는 중년 부모들의 투표 성향이 과거의 기억에만 묶여 있는 노인들과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촛불과 태극기의 대비는 이 사회의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들과 현재 내지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행태 차이를 보여주었다. 나이 젊은 사람이라 해서 모두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큰 사람들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늙은 사람들보다 걱정할 게 많은 사람들임은 분명하다. 그 사람들의 의견이 과소대표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 비례대표제보다 더 중요한 과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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