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가 꽤 편안하게 느껴진다. 왜 그럴까, 생각을 적어본다.
일단, '死票'의 의미가 약한 것이 큰 이유인 것 같다. 강력한 후보 둘이 붙을 때, 결과가 흑백으로 갈라진다. 이기는 쪽에 던져지지 않는 표는 몽땅 사표다. 그래서 많은 유권자들이 마음에 드는 후보보다 이기는 후보 고르기에 바쁘다. 마음에 안 드는 후보라도, 더 싫은 후보를 피하기 위해 밀어줘야 하니 기분이 좋을 수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느 후보에게 던져도 나름대로 의미가 살아나는 판세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다른 당과의 협력이 필요한데, 표를 많이 얻는 당의 협력을 그만큼 중시할 테니까.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홍준표의 표가 많았다면 자유당에 양보를 많이 해야 할 것이고, 심상정의 표가 많았다면 정의당 인물과 노선을 많이 채용할 동기가 강화된다.
문재인 후보 진영의 "패권주의"가 많이 매도당하는데, 그 진영 전체가 패권주의는 아니라도 그런 경향이 상당히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벼룩의 간을 빼먹으려 드는 게 패권주의 아니면 뭔가. 그렇다고 패권주의를 도덕적 비난만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패권주의에 유린당하지 않기 위해 실력을 보여야 한다. 정의당이 큰 득표력을 보여준다면 문재인 측도 정의당과의 협력을 통해 "적폐 청산"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권력에만 집착하는 내부 패권주의자들의 발호를 억누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보수주의자 맞는데, 어째서 심상정 후보의 선전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일까. 정당이 문제다. 정당다운 정당이 정의당 하나뿐이다. 박근혜의 몰락을 계기로 제대로 된 보수당 하나 생겼으면, 바랐는데, 바른정당의 적전 이탈 사태를 보니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거품 짝~ 빼고 미니정당으로라도 정당다운 정당이 되어 다음 선거에서 선택의 대상이 되어 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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