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利川)의 찰진 쌀밥은 예로부터 명물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북한 땅인 강원도 이천(伊川)은 벼농사가 적어서 잡곡밥을 먹고 사는 곳이었다.

 

경기도 이천 사람과 강원도 이천 사람이 사돈을 맺고 서로 왕래하게 되었다. 강원도 사돈이 경기도 사돈 집에 놀러와 밥상을 받았는데, 숟가락을 냉수그릇에 담가 물기가 있는 상태에서 살그머니 밥을 떠야 들러붙지 않는다는 요령을 알 리가 없다. 늘 하던 대로 푹! 찔러 넣으니 밥알이 으깨지면서 마구 들러붙었다.

 

밥을 떠먹기보다도 숟가락에 들러붙은 밥을 뜯어먹기 바쁜 손님을 보고 주인이 놀렸다. "사돈은 어째 진지 드시는 걸 개가 뼈다귀 뜯는 것처럼 하시오?"

 

얼마 후 경기도 사돈이 강원도 사돈에게 놀러와 밥상을 받았다. 풀기 없는 잡곡밥을 뜨려면 가장자리에서 안쪽으로 살살 몰아넣는 식으로 숟가락을 놀려야 밥이 얌전하게 떠진다는 요령을 알 리가 없다. 찰진 밥 뜨던 식대로 숟가락을 꽂아넣고 들어올리려니 밥알이 떨어져 상 위에 마구 흩어졌다.

 

흩어진 밥알을 열심히 주워모으는 손님을 주인이 놀렸다. "사돈 진지 드시는 모습이 닭이 모이 쪼는 것 같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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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