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을에 새로 부임한 원님이 풍속 교화를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고을에서 제일가는 효자를 뽑아 무명 열 필 상을 주는 거야 기발할 게 없는 일인데, 제일가는 불효자를 뽑아 매 열 대 벌을 준 것이 독특한 조치였다. 무엇보다 기발한 것은 불효자를 효자 집에 가서 열흘 함께 지내며 효도를 배우게 한 일이다.
불효자가 효자 집에서 지내 보니 효도란 게 별것 없었다. 효자는 아침에 일어나 아버님 잠자리 곁으로 가서 아버님 옷을 입고 앉아 있다가 일어나시자 벗어드렸다. 옷을 체온으로 덥혀놓는 것이었다. 아버님 밥상이 들어오자 자기 수저를 들고 먼저 다가가 음식을 이것저것 조금씩 먹었다. 잘못된 음식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잘 때가 가까워지자 아버님 이불에 들어가 들어오실 때까지 누워 있었다. 덥혀놓는 것이었다.
불효자가 효도 연수를 끝내고 집에 돌아오자 그 아버님은 기대가 컸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 눈을 떠보니 내 옷을 이놈이 입고 앉아있는 게 아닌가! 바로 귀싸대기를 올렸다. 조금 있다가 밥상이 들어오니 이놈이 수저를 들고 먼저 달려들어 마구 퍼먹는 게 아닌가! 엉덩이를 걷어차 쫓아버렸다.
합숙훈련을 받고도 저 모양이니 어쩐단 말인가! 하루종일 답답한 마음으로 지내다가 밤이 이슥해서 잠자리에 들려고 방에 들어가니 이놈이 내 이불속에 활개를 펴고 누워있는 게 아닌가! 몽둥이로 두들겨패니 이놈이 달아나면서 외친다. "젠장! 효도도 손발이 맞아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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