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랭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다. '笑話'라기에는 좀 안 맞지만.

 

7형제를 키운 홀어머니가 있었다. 아들들이 모두 건장하게 자라나면서 홀로 키워준 어머니의 노고를 깊이 새겨 효심도 깊었다. 열심히 일해서 어머니를 배부르고 등 따습게 모셨다. 어머니의 편안한 모습을 보는 것이 그들에게는 무엇보다 큰 행복이었다.

 

그런데도 어느 해 날씨가 추워지면서 한 가지 아들들 마음에 걸리는 일이 생겼다. 어머니가 새벽녘 잠결에 진저리를 치며 "엇, 차거!" 잠꼬대를 하는 버릇이 생긴 것이었다. 방이 차지 않도록 불을 넉넉히 때는데 왜 저러실까, 어머니가 괴로움을 나타내는 그 일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아들들은 열심히 궁리했다.

 

어느 날 한밤중에 막내가 군불 지피러 아궁이에 내려가 있는데 문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머니가 마당으로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 밤중에 큰 볼일이 있으신가? 어리둥절해서 바라보고 있는데 어머니는 측간 곁을 지나쳐 밭고랑으로 내려가신다. 궁금증이 일어나 기척하지 않고 따라가 보니 개울가로 내려가 신을 벗어들고는 앝은 개울을 건너신다. 그리고 개울 건너편 불이 켜져 있는 오두막으로 다가가 "계시우?" 하신다. 안에서 "오셨수?" 소리와 함께 홀아비 영감님이 나와 어머니를 맞아들인다.

 

막내가 바라보고 있으려니 두 노인네가 번갈아가며 서로 등을 긁어주는 모습이 호롱불빛으로 장지문에 비쳐지고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새어나온다. 한 식경이 지나자 어머니가 영감님의 배웅을 받으며 나와 개울가로 향하신다. 신을 벗고 개울물에 발을 담글 때 진저리를 치며 "엇, 차거!" 하시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새 버릇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막내는 알 수 있었다.

 

이튿날 막내가 보고 들은 일을 형들에게 말해주니 흥미롭게 듣다가 노인네들이 서로 등 긁어주는 대목에서 모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개울가에서 "엇, 차거!" 하는 대목에 이르자 걱정스러운 눈빛을 나눴다. 이야기가 끝난 후 7형제는 바윗돌 하나씩을 굴려 개울가로 가서 징검다리를 놓았다. 어머니가 발 적실 필요 없이 영감님을 밀회하러 갈 수 있도록.

 

그 날 밤 어머니가 개울가로 내려가 신을 벗으려다 보니 징검다리가 놓여 있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기뻐하며 그 자리에서 신명님께 빌었다. "이 다리를 놓아주신 고마운 분들이 저 세상에 갔을 때 모두 하늘의 별님이 되게 해 주소서!" 몇 십 년 후 하늘에 징검다리 모양의 새 별자리가 하나 생겼다. 그 별자리를 사람들은 북두칠성이라고 불렀다.

 

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