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 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우리 살림이 '중산층'과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되새긴다. 한 사람이 하루에 10만원 이상 드는 패키지관광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2, 3일 바람 쐴 틈을 내면 처조카 내외가 사는 양구를 비롯해 기댈 만한 언덕 있는 곳으로 다녀오는 게 고작이다. 그러다 보니 아내랑 돌아온 지 8년째 관광다운 관광에 나서 보지를 못하고 지냈다.

 

그러다 이번에 큰 마음 먹었다. 5월 17~18일 프레시안 인문학습원의 통영학교에 다녀오기로 하고 거금 46만원을 부쳤다. 프레시안에 연재되는 통영학교 교장 강제윤의 "통영은 맛있다"를 간간이 읽으며 구미가 당기곤 했는데, 이번 행사계획을 찬찬히 읽어보니 힘들게 돌아다닐 일은 많지 않고 맛있게 먹을 일은 많은 것 같다. 아내 의견을 청하니 선선히 찬성한다. 큰 돈 쓰는 게 아깝기는 하지만, 책상 앞에 틀어박혀 지내는 내가 길에 나선다는 게 일단 반가울 것이고, 해물을 실컷 먹을 수 있다는 데도 마음이 끌릴 것이다. 신선한 해물 없는 데서 자란 한이 맺혀 그런지, 이 사람 회 먹는다면 눈빛이 달라진다.

 

충무(지금은 통영이라며?)에 가본 게 언제였던가. 20여 년 전 대구 있을 때 한 번 놀러 간 생각이 난다. 매력적인 곳이다. 프로그램에 나와 있는 산책코스들이 따뜻한 봄날씨 즐기기에 아주 좋을 것 같다.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그리고 교장선생님이 글을 보면 먹는 데는 진짜 일가견이 있는 것 같다. 한 끼 한 끼가 즐길 만한 식사가 될 것 같고, 특히 17일 저녁의 '다찌' 집에 기대가 엄청 간다.

 

맛있는 해산물을 조금씩 다양하게 맛 볼 수는 없을까요. 생선회도 조금, 생선구이도 조금, 쭈꾸미도 조금, 꽃게도 조금, 멍게도, 굴도, 도다리도, 물메기도 조금씩 다 맛볼 수는 없는 걸까요. 통영에서는 가능합니다. 다찌집이 있기 때문입니다.

통영의 다찌집에서는 계절마다 제철 생선회와 해산물들이 다 있습니다. 싱싱함과 맛깔스러움, 무엇 하나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경상도 음식은 맛없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깨주는 곳이 통영의 다찌집입니다. 술을 시키면 안주는 주인이 주는 대로 먹는 술집이 다찌입니다. 다찌집에서는 그날그날 시장에 나온 식재료에 따라 메뉴가 바뀌고 계절마다 제철 음식이 나옵니다.

전주의 막걸리 골목처럼 다찌는 본래 술값만 받고 안주값은 안 받는 술집문화입니다. 대신 술값이 좀 비쌉니다. 술값에 안주값이 포함되니 그렇습니다. 하지만 안주를 생각하면 결코 비싼 것이 아닙니다. 음식만으로도 충분한 값어치를 하고도 남지요. 요즘은 다찌에서도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워 기본요금을 받기도 합니다.

이 좋은 나들이에 아는 얼굴도 더러 함께 하면 좋을 텐데, 엄청난 거금이 드는 이 행사를 주변사람들에게는 권할 수가 없다. "유유는 상종"이라 그런지 주변사람들 얼굴이 다 나 같은 궁상으로 보여서... 우리가 어디 가는지 안내문이라도 살펴보시라고 주소를 붙여놓는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98130329115426&Section=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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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