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외의 천체에도 생명이 존재할까?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고 있는 문제지만, 지금까지 다른 천체의 생명 존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생명이란 이 우주 속에서 극히 희귀한 현상이며 그 존재를 뒷받침해주는 지구의 자연조건 역시 하나의 기적과 같은 현상이다.

 

46억 년 전 지구가 만들어질 때는 그 또한 생명이 깃들 여지 없는 불덩어리였다. 몇억 년에 걸쳐 열이 식음에 따라 형체가 굳어지고 물이 존재하게 되는 등 생명의 등장을 위한 준비가 되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으로 가장 오랜 생명의 흔적은 37억5천만 년 가량 된 것으로 보이는 단세포생물의 화석이다. 그 후 32억 년에 걸친 완만한 진화의 결과 지금부터 5억여 년 전에 다세포생물이 나타난다.

 

다세포생물의 등장으로 열린 ‘현생(顯生)의 시대(Phanerozoic Aeon)’는 이름 그대로 화려한 생명현상을 지구상에 꽃피웠다. 지구의 표면이 온갖 동식물로 뒤덮인, 우리가 아는 지구의 모습은 이 시대 이후의 풍경이다. 그 전 원생(原生)의 시대(Proterozoic Aeon)에 지구의 모습은 지금 금성의 모습과 오히려 닮았으리라고 지질학자들은 생각한다.

 

오랜 세월을 거쳐 어렵사리 꽃피운 지구의 생명계는 그후 5억여 년 동안 몇 차례 위기를 겪었다. 지질과 기후의 변동, 소행성의 충돌 등 다양한 이유로 생물의 종류와 생명체의 분량이 격감하는 ‘절멸(絶滅)’사태가 그것이다. 케냐의 고생물학자 리처드 리키는 생명계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은 심각한 사태가 최소한 다섯 차례는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의 인류문명이 여섯 번째 위기를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가이아’ 이론으로 지구생태계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는 영국 화학자 제임스 러블록은 이 위기를 더 구체적으로 그려준다. 농업문명의 발달 자체가 자연생태계의 균형을 파괴하여 그 자생력을 크게 약화시킨 위에 산업문명의 발달이 지구의 물리적-화학적 환경조건까지 바꿔놓음으로써 치명적 재앙이 생명계 전체에 닥치고 있다는 것이다.

 

러블록이 가장 주목하는 것이 온난화현상이다. 작년 3월부터 관측되기 시작한 엘니뇨가 상상 밖의 맹위를 떨치는 것을 보며 이것이 단순한 주기적 현상이 아니라 온난화현상의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아닐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인간의 지혜가 일으킨 문제를 인간의 지혜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인지, 작년보다도 더 우울한 ‘지구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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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