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2. 16:55
평생 읽은 책 중 한 권의 책에서 가장 많이 얻은 것을 고르라면 홉스봄의 <극단의 시대: 1914-1991 세계의 역사>가 유력한 후보의 하나다. 1998년경 한 번 훑어보았고 그후 필요할 때마다 이 구석 저 구석을 들여다보는데, 그때마다 새삼 탄복하곤 한다. 이 넓은 범위를 향하는 관점이 이렇게 명쾌할 수가 있는가! 부분적으로 내 관점과 다른 곳이 있더라도 자기 관점을 명백히 했기 때문에 내 관점에 보탬을 얻을 수 있다.
<동아시아의 20세기>를 내가 서술하게 된다면 이 책이 첫 번째 벤치마킹 대상이다. 몇 해 더 노력한다 해서 홉스봄의 넓은 시야를 따라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동아시아 3국의 범위에 시야를 한정한다면 홉스봄의 서술에 부분적 보완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진다. 홉스봄의 책에는 동아시아에 관한 서술이 많지 않은데, 동아시아의 역사를 잘 부각시키면 이 시기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동아시아 역사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키울 여지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홉스봄은 제1차 세계대전 발발(1914)과 소련 붕괴(1991)를 '극단의 시대'의 경계선으로 삼았다. 나는 '동아시아의 20세기'를 의화단 사건(1900)부터로 생각하고 있다. '서세동점'이 동아시아의 변화를 지배하던 단계로부터 동아시아 내의 역학관계가 더 중요한 역할을 맡는 단계로 넘어오는 전환점으로 보는 것이다. 어디까지로 할지는 아직 확실한 생각이 없지만, 2008년 세계적 금융 위기까지 얘기를 끌어올 수도 있을 것 같다.
홉스봄은 '극단의 시대'를 '재앙의 시대'(1914-1945)와 '황금의 시대'(1945-1990)으로 구분했는데, 나는 좀 더 구분했으면 한다. 1930년경 대공황까지. 1947년 냉전 시작까지. 1973년 석유위기까지. 1990년경 공산권 붕괴까지. 그리고 미국 1극체제기. 첫 시기를 1910년경 조선 합병과 신해혁명, 그리고 유럽의 위기를 계기로 나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해방일기> 끌고 나가기가 바빠 여유가 별로 없지만 주 1회(금요일이나 토요일)는 꼭 한 차례씩 이 방에 들러서 "새로 생각난 게 없다."는 표시라도 하고 지나갈 것을 다짐한다. 이 작업 시작할 때는 <해방일기> 시작할 때처럼 정신없이 달려드는 꼴을 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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