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학 연구자의 최신작이라서 입수해 놓고 서문만 읽은 다음 한옆에 치워놓았던 책이다. "근대를 주도한 것이 서양이 아니라 동양이었다면?" 하는 'alternative history' 같은 얘기를 꺼내는 것이 마땅찮아서였다.  내게는 밥맛없는 담론이다. 실제로 일어난 일만 갖고도 따져볼 길이 너무 많은데,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억지로 상상해서 이러쿵저러쿵하는 일은 진짜 할일없는 사람들에게 맡겨놓아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일전에 도착한 토비 그린의 책을 읽다가 자라콜의 연구를 언급한 대목을 보니 자라콜이 그렇게 할일없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자라콜의 책을 다시 펼쳐보니 매우 흥미로운 관점들이 제기되어 있다. 가상역사에 대한 내 편견을 적용시킬 대상이 아니었다. 역사학자가 장삿속으로 가상역사를 내놓는 풍조는 질색이지만, 정치학자가 역사 영역에 접근하기 위해 도입부에서 떠올려보는 문제의식을 갖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일이 아니었다.

 

토비 그린의 책과 나란히 서둘러 읽으려 한다. 그런데 은근히 걱정되는 것이... 내가 바라보는 방향의 연구들이 근년 들어 늘어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번 주 "근대화 뒤집기"에도 쓴 것처럼 인터넷 보급에 따라 연구활동의 기반이 확장되면서 제3세계와 관련된 연구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급속한 발전을 보고 있음을 실감한다. 새로 구하는 책들에 대한 인상을 "퇴각일기"에 적기 시작한 것은 책읽기를 차츰 가벼운 소일거리로 물려놓을 마음에서였는데,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늘어나면 "진격일기"가 되어 버리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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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