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국가" 작업에 착수하면서 '재3세계' 역사의 윤곽이라도 파악할 필요를 갈수록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유럽중심주의'를 벗어날 필요는 오래 전부터 느껴 온 것이지만, 내 인식 역시 동아시아의 관점에 묶여 있었다는 사실을 반성하게 된다. 그러나 유럽중심주의의 해소로 살아날 것은 동아시아의 관점만이 아니다. 문명사의 기준으로 동아시아의 관점이 얼마간의 가중치를 가질 수는 있겠지만, 무시(내지 경시)받아 온 제3세계의 모든 전통 사이에서 적절한 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내 '동아시아중심주의'도 유럽중심주의 못지않은 한계와 문제점을 가질 것이다.

 

"오랑캐의 역사" 작업에서 이슬람 전통을 중시할 필요는 나름대로 제기하면서 그 윤곽을 파악하는 데 꽤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 다음 작업에 들어서면서 제일 크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Sub-Saharan Africa)'다. 아프리카의 지중해 연안은 지중해세계 또는 이슬람세계의 일부로 시야에 넣을 수 있었지만, 그밖의 아프리카가 어떤 상황을 겪었는지는 깜깜하다.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암흑대륙'이란 말에서도 알아볼 수 있다.

 

그 동안 몇 권의 책을 구한 중에는 노예무역에 관한 것이 많고, 좋은 참고가 될 것 같기는 하지만 서둘러 읽지는 않고 미뤄두고 있다. 당장 급한 일인 넓은 시야를 확보하는 데는 적절한 것이 보이지 않아서다. 그런데 어제 도착한 토비 그린의 책은 다른 책들 제쳐놓고 바로 통독할 마음이 든다. 

 

이제 서문만 읽었는데, 기대감이 치솟는다. 서아프리카 지역의 일정 시대만을 다룬 책이지만 제3세계의 역사를 바라보는 데 전반적으로 적용할 만한 관점을 잘 제시하는 것 같아서다. 예를 들어 문헌자료의 취약성에 관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서아프리카 역사에 관한 문헌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아님을 나는 곧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자료들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고 체계적인 관리가 되지 않아 왔다는 것이 진짜 문제였다." 한국은 개항기나 식민지시대에 유출된 자료를 반환받기도 하고, 적어도 그 내용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쏟아 왔다. 한국사 관계 자료를 가진 외국 기관에서도 한국을 의식하고 체계적인 정리와 관리를 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그런 방향의 영향력이나 노력이 한국만큼 되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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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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