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6. 13:26
어젯밤 어머니 곁에서 잠자리에 들었던 영아가 아침이 밝기 전에 제 갈 길을 가고 말았네요. 어머니를 앞서 가는 놈이 결국 나오고 말았습니다. 걔가 가는 줄도 모르고 어머니는 잘 쉬고 계셨다니 그나마 다행이랄지요.
아버지 얼굴 못 보고 태어난 값을 하려는지 어머니께 그렇게 들러붙어 있던 영아. 4년 전 어머니 쓰러지신 뒤 모처럼 좀 떨어져 지내더니 그예 어머니 곁으로 돌아와 며칠이나마 지내 보고 갔군요. 보름 전 데려올 때 어머니랑 둘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지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는데, 걔가 예상보다도 더 좋아하고 어머니도 편안해 하셔서 마음이 기뻤습니다. 영아는 갔어도 그 기쁜 마음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팔다리 넷 중 하나를 두 달 전 잘라내신 뒤, 몸의 건강 회복은 다행히 빨라도 마음속에 상실감이 어떠실지 조심스럽게 살펴 왔습니다. 작년처럼 쾌활한 태도가 잘 돌아오지 않으시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영아 오고 처음에는 긴장하시는 기색이 느껴지다가 차츰 편안하게 풀려 며칠 전부터 쾌활한 모습 보여주시는 것이 얼마나 반가웠는지요. 영아를 데려오기 잘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자식 넷 중 하나가 떠나갔군요. 얘가 이러이러해서 저러저러하게 됐다고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않으셔도 어떻게든 상실감을 느끼시겠지요. 어쩔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저도 기가 탁 막혔습니다만, 형들 덕분에 추스르고 있습니다. 전화 한 번 닿기가 그토록 어렵던 둘째 목아가 벌써 달려와 있습니다. 영아에게 가기 전에 어머니부터 뵙겠다고 그리 가고 있습니다. 첫째 봉아도 전화로 마음을 나눠줬고요.
모레까지 영아에게 예의를 다 바친 뒤에 어머니 가 뵙겠습니다. 영아가 비우는 자리가 허전하시겠지만, 저 갈 데로 간 것이고, 그만하면 때와 장소를 잘 골랐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요? 언제고 어머니가 영아 얘기 이렇게 하실 날을 기다립니다. "다리란 것도 있다가도 없는 거고, 자식이란 것도 있다가도 없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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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용하게 이 세상에서 지내다가 예순 나이에 떠난 제 동생 부음을 널리 알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챙기지 못한 인연 가지신 분, 굳이 빈소를 찾으시려면 동국대 일산병원으로 와 주십시오. 수요일(8일) 10시 반에 발인 예정입니다.
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서 <아흔 개의 봄>에 어머니 얘기에 묻어 나와도 본명을 드러내지 않고 '영아'라고만 표시했습니다. 김문영(金文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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