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나그네"라 부르는 것은 어찌된 사연인지 알 수가 없다. 나랑 비슷한 시기에 연변에 정착한 박영재 선생님이 이 말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거 참 철학적 의미가 깊은 말이구만." 하고 피식 웃던 생각이 난다. 얼마나 집구석을 소홀히 하는 사내들을 많이 겪어보았기에 남편을 어쩌다 나타나 잠시 머무는 존재로 보게 되었을까? 대칭되는 말은 "안깐"이다.

부부간의 직접적 호칭이 한국 전통사회에서 금기까지는 아니라도 무척 조심스러웠던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온갖 우스꽝스러운 새 풍속이 나타나 왔는데, 조선족 사회에서는 중국 호칭을 많이 차용한다. "라오보(老婆)"와 "라오공(老公)"이 많이 쓰이고 수륙양용의 "아이런(愛人)"은 "애인"이라는 조선식 발음으로도 쓰인다. 우리가 생각하는 '애인'은 "칭런(情人)"이니까 절대 혼동해서 안 된다. 말 한 마디 헷갈렸다가 가정이 깨져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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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