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9. 13:50

식사를 시작하신 후 1주일 남짓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했다. 점심과 저녁 두 끼는 병원에 가서 떠먹여 드리고 가능한 한 관찰을 면밀하게 한 것이다. 내가 무슨 사정이 있을 때는 아내가 당번을 서 주었다.

입맛을 비롯해 변화의 기미를 세밀하게 살필 필요도 있었고, 또 마침 간병인 두 분이 바뀐 사정도 있었다. 그분들이 아직 익숙치 못해 행여 소홀한 점이 있을까 하는 염려도 있고, 또 보호자의 정성을 과시할 필요도 있다. 아무리 월급 타며 하는 일이라도 보호자가 열심인 것을 보면 일에 대한 느낌이 조금은 다를 수 있지 않겠는가.

새로 온 두 분 다 하루하루 더더욱 믿음직하게 보인다. 사람의 습관이란 게 참 무섭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것이다. 막 바뀌었을 때는 어떻게 해도 떠난 두 분만큼 미덥게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며칠 지나는 동안 그 분들이 익숙해지고 자신감이 늘어난 면도 있겠지만, 앞서의 분들과는 다르면서도 그에 못지 않은 신뢰감이 자라난다. 너무 가볍지 않나 보이던 심양 출신 장 여사는 그 부드러운 면이 갈수록 돋보이고, 좀 어둡지 않나 보이던 흑룡강 출신 강 여사는 그 침착성에 탄복하게 된다. 아니 정말, 처음엔 주 여사 하나밖에 믿을 사람 없는 것 같았는데, 이제 두 분이 주 여사보다 하나도 덜 미덥지 않다.

어머니는 기력과 의식을 계속 회복하고 계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기분이 자주 바뀌시는 것 같다. 어떤 날은 침울한 생각에 빠진 것처럼 표정 변화도, 말씀도 별로 없으실 때가 있는가 하면, 어떤 때는 장난기가 철철 넘치신다. 여사님들이 드리는 자극에 대한 반응도 그런 기분 차이에 따라 틀의 차이를 보이는 것 같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반응 패턴이 거의 일정하시던 것과 크게 다른 모습이다.

오늘 점심 때는 각별히 안정감 있는 모습이셨다. 기분이 좋으시면서도 들뜨지는 않은 모습. 내가 얼굴을 보여드리니 깜짝 놀라신 표정으로 "어, 너 여태 여기 있었니?" 하신다. 어제 저녁 보셨을 때와 시간 간격을 뚜렷이 느끼지 못하시는 것 같다.

내가 아양을 떨었다. "어머니, 집에 다녀왔어요. 제가 일 때문에 몸은 여기 늘 있지 못해도 마음은 여기 있어요~" 했더니 잠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시다가 "네가 참 효자로구나." 하신다. 또렷한 말씀을 저만치서 들은 주 여사가 쳐다보며 "와~ 오늘은 인정받으셨네요. 축하드려요~" 하고 응원해 준다.

배를 갈아 새로 가져온 것을 식전에 몇 숟갈 권해드렸다. 첫 숟갈 입에 무시고는 예의 오묘한 표정을 짓고 계시다가 천천히 삼키고는 탄성을 올리신다. "햐~ 기가 맥히는구나~" 한 숟갈 더 넣어 드리면서 "어머니, 기가 또 맥히십니까?" 했더니 얼결에 따라서 "햐~ 기가 또 맥힌다." 웃으며 또 한 숟갈 넣어드리고 "어머니, 기가 자꾸자꾸 맥히십니까?" 했더니 이번에는 "햐~ 기가..." 하다가 뭔가 이상한지 얼버무리신다.

일전부터 주 여사가 미음을 죽으로 바꿔 드려도 괜찮을 것 같다고 의견을 주었지만, 웬만하면 미음으로 길게 하시는 편이 좋겠다고 했다. 미음으로 영양 공급은 충분한 것 같다. 식당에서 반찬을 믹서로 갈아 내보내 주는데, 보통 세 가지 중 두 가지는 미음에 섞어 드릴 만하다. 그리고 집에서 고기 삶아서 간 것을 가져가 냉장고에 넣어두고 상황에 따라 한두 숟갈씩 보태서 먹여 드린다. 과일은 연시 큼직한 것 두 개를 사흘 동안에 먹어치우신 후, 배 간 것으로 바꿨다. 더러 두유나 율무차도 권해 드릴 수 있다. 얼마동안 이런 식으로 해서 기력을 바짝 회복시켜 드린 후에 틀니 넣어드릴지는 천천히 결정하려 한다.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부터 회복 조짐을 보이시는 데 힘입은 일이었거니와, 그 동안 꾸준하신 회복이 생각할수록 놀랍다. 나 자신 이렇게 적으면서 살펴드리는 시각을 더 잘 정리할 수 있고, 또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어머니 사정을 소상히 이해하며 더 효과적으로 염력을 일으켜주시는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회복이 뚜렷한 고비를 훌쩍 넘으신 것을 뵈며 모니터링해주는 분들께 감사드린다.

 

 


180° 달라진 야후! 메일
두둥! 새로운 야후! 메일에서는 메시지를 여기저기 끌어다 놓을 수 있답니다.

'어머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09. 1. 12  (0) 2009.12.09
09. 1. 11  (0) 2009.12.09
09. 1. 6  (0) 2009.12.09
09. 1. 3  (0) 2009.12.09
08. 12. 31  (0) 2009.12.09
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