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은 인간이 생존을 위해서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고, 따라서 자신들 사이에서 중재역을 담당하고 억제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또한 법률의 원리를 탐구하는 학문에서는 언어가 왜 필요한가 하는 논의를 하면서, 사람은 자신의 의도를 표현할 수단을 필요로 하며, 그 까닭은 인간이 본질상 적절한 표현을 통해서 상호부조와 사회조직을 보다 더 용이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 법률의 목적이 문명을 보존하려는 데에 있다는 점과 관련하여 위와 비슷한 문제들이 논의되었다. (67-68쪽)

 

원칙적으로 인간은 다른 누군가에게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 만약 그들이 받는 지배가 자상하고 공정하며 법률과 규제가 그들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들은 자기 마음 속에 갖추어진 용기에 따라서 행동할 수 있다. 그들은 억압적 권력이 없는 것에 만족하고, 자립성이 마침내 그의 선천적 기질이 되어 다른 성질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법률을 수반하는 지배가 폭력적이고 위협적인 것이라면, 그것은 사람들의 용기를 파괴하고 저항력을 앗아가버린다. 그 이유는 뒤에서 설명하듯이 억압받는 사람의 영혼 속에 생성되는 무력감 때문이다. 처벌에 의해서 강제되는 법률은 용기를 완전히 파괴한다. 왜냐하면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사람에게 가해진 처벌은 그 사람에게 치욕감을 불러일으키고 치욕감은 의심할 나위 없이 그의 용기를 꺾어버리기 때문이다. (130쪽)

 

이러한 [고귀한 뿌리에 대한] 환상을 가장 심하게 가지고 있는 것이 이스라엘인들이다. 그들은 원래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가문에 속했는데, (...) 그뒤 그들은 이 모든 것을 상실했고 치욕과 고난을 겪었으며, 지상에서 유배의 생활을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수천 년 동안 그들은 오로지 노예생활과 불신앙으로 일관했다. 그런데도 아직 가문에 대한 환상은 그들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 도시민들 가운데 다수는 이와 비슷한 넌센스를 저지른다. 그들 역시 아무런 연대의식도 없으면서 자기가 고귀한 계보에 속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139쪽)

 

피정복민은 언행, 의복, 직업 등 모든 풍속과 관습에서 정복민을 항상 모방한다. 그것은 인간이 항상 자신보다 더 우월한 사람이나 자신을 굴복시키는 사람을 더 완벽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를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가 지닌 위세가 강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그런 경우도 있지만, 그에게 복종하는 것이 복종하는 사람 자신의 열등함 때문이 아니라 존경받는 사람의 완벽함에 기인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 때문일 경우도 있다. 그러한 잘못된 가정이 머릿속에 자리잡으면 그것은 확고한 신념이 되어버리며,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은 승리자의 모든 방식을 받아들이고 그와 닮으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모방인 것이다. (1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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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