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받은 메일은 블로그에 몇 줄만 뽑아서 올렸습니다. 동학저널 구상은 그런 자리에서 김을 빼놓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지금 보내는 메일도 블로그에 올리지 않겠습니다.
 
어제 프레시안에 올라간 글 보면서 뒷물결의 역할과 앞물결의 역할을 생각했어요. 민주주의 씹는 거 같은 짓, 나는 아무리 꿀떡같아도 함부로 내지를 수가 없어요. '뒷감당'이 자신 없으니. 나보다 몇십 년 세월을 앞으로 더 가진 이 선생은 할 수 있구나... 했죠.
 
지난 달 편지에서도 지금까지 생각을 많이 나눠온 분들과 거리 생기는 게 걱정된다는 얘기를 했고, 오늘 메일에서도 이번 글 준비하면서 마음이 조심스러웠던 얘기를 했죠. 이해가 가요. 이번 글은 '매니페스토' 성격이 느껴졌어요. 국내의 모든 기존 정치노선과 관계를 끊겠다는...
 
사람들이 걸으면 길이 만들어진다고 하죠. 그런데 가야 할 방향으로 발자국이 아직 나 있지 않다면... 누군가 '길 없는 길'을 걸어야겠죠. 지식인으로서는 엄청 보람이 큰 길이지만 생활인으로서는 엄청 고달픈 길이 되기 쉽죠. 길동무들과 지금 당장은 헤어지는 아쉬움이 있어도 새 길이 열리면 새로 만나는 즐거움이 더 클 겁니다. 이 선생은 나보다 성과를 바라볼 여건을 잘 갖추고 있으니(나이를 비롯해서... ^^) 기대가 큽니다.
 
창비 활동만으로도 새 길 여는 작업이 어느 정도는 가능할 텐데, 새 채널까지 구상한다니 더욱 기대가 큽니다. 아무래도 나이 든 사람의 소심한 마음으로는 착수를 너무 서두르지 않도록 권하고 싶기는 하지만. 그런 채널이 열린다면 내 "실록" 작업도 그 방향의 생각을 키우고 다듬는 데 좋은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얼굴 보는 일은 급한 생각이 나도 안 드네요. 메일로 생각 나누는 데 만족하고 있으니까. 그래도 일산에 저녁 먹으러 한 번 나올 형편 되면 연락주세요. 그렇게까지 숨어 사는 사람은 아니니까.
 
기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