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10. 23:11
앞의 이병한님 메일 발췌해 올렸던 것을 전부 올리고 보니 이 메일도 올리지 않으려 했던 것 올려도 괜찮을 것 같네요. 이번에 만나 그분도 저랑 비슷한 노출증 환자임을 확인했으니, 앞으로 주고받는 얘기도 스스럼없이 빠트리지 않고 올리겠습니다.
어제 주고받은 얘기 중에도 하나 밝히고 싶은 게 있네요. 올 여름부터 비엣남에 가서 체류할 계획이라 하기에 이 선생 체류 중에 한 번 구경 가겠다고 했습니다. 다음 겨울에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름에 해방일기 끝내면 연변 다녀오고, 겨울엔 비엣남 가고, 3년 동안 너무 꼼짝도 못하고 지낸 분풀이를 해야죠. 대한민국 실록 작업에 들어가더라도 해방일기 하던 것처럼 꼼짝않고 매달리지는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오늘 받은 메일은 블로그에 몇 줄만 뽑아서 올렸습니다. 동학저널 구상은 그런 자리에서 김을 빼놓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지금 보내는 메일도 블로그에 올리지 않겠습니다.
어제 프레시안에 올라간 글 보면서 뒷물결의 역할과 앞물결의 역할을 생각했어요. 민주주의 씹는 거 같은 짓, 나는 아무리 꿀떡같아도 함부로 내지를 수가 없어요. '뒷감당'이 자신 없으니. 나보다 몇십 년 세월을 앞으로 더 가진 이 선생은 할 수 있구나... 했죠.
지난 달 편지에서도 지금까지 생각을 많이 나눠온 분들과 거리 생기는 게 걱정된다는 얘기를 했고, 오늘 메일에서도 이번 글 준비하면서 마음이 조심스러웠던 얘기를 했죠. 이해가 가요. 이번 글은 '매니페스토' 성격이 느껴졌어요. 국내의 모든 기존 정치노선과 관계를 끊겠다는...
사람들이 걸으면 길이 만들어진다고 하죠. 그런데 가야 할 방향으로 발자국이 아직 나 있지 않다면... 누군가 '길 없는 길'을 걸어야겠죠. 지식인으로서는 엄청 보람이 큰 길이지만 생활인으로서는 엄청 고달픈 길이 되기 쉽죠. 길동무들과 지금 당장은 헤어지는 아쉬움이 있어도 새 길이 열리면 새로 만나는 즐거움이 더 클 겁니다. 이 선생은 나보다 성과를 바라볼 여건을 잘 갖추고 있으니(나이를 비롯해서... ^^) 기대가 큽니다.
창비 활동만으로도 새 길 여는 작업이 어느 정도는 가능할 텐데, 새 채널까지 구상한다니 더욱 기대가 큽니다. 아무래도 나이 든 사람의 소심한 마음으로는 착수를 너무 서두르지 않도록 권하고 싶기는 하지만. 그런 채널이 열린다면 내 "실록" 작업도 그 방향의 생각을 키우고 다듬는 데 좋은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얼굴 보는 일은 급한 생각이 나도 안 드네요. 메일로 생각 나누는 데 만족하고 있으니까. 그래도 일산에 저녁 먹으러 한 번 나올 형편 되면 연락주세요. 그렇게까지 숨어 사는 사람은 아니니까.
기협
'뭘 할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마천도 현대사 연구자였잖아?! (2) | 2013.01.23 |
---|---|
이병한이 김기협에게 / 2013. 1. 9 (1) | 2013.01.10 |
이병한이 김기협에게 / 2013. 1. 8 (0) | 2013.01.10 |
김기협이 이병한에게 / 2013. 1. 7 (1) | 2013.01.07 |
"대한민국 실록" 구상 (4) | 2012.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