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동아시아를 묻다" 애독자입니다.
2012년 7월 18일, (수) 오후 3:29
해방일기' 애독자입니다.
김기협 선생님.
메일을 받고, 무척 기뻤습니다.
제가 즐겨 읽고 신뢰하는 선생님이 '애독자'라 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이미 선생님 블로그도 종종 훔쳐 보곤 했던,
저야말로 진짜 '애독자'임을 밝혀둡니다.
선생님의 관심사는 저와 통하는 구석이 매우 큽니다.
다만 공동 작업을 하기에는 제가 너무 모자랍니다.
전 아직 박사 논문도 제출 못한 학생에 불과합니다.
작년부터 이곳에 머물며 논문 작업 중에 있습니다.
정식 소속은 연세대 동양사 박사 과정이고요.
논문은 '냉전기 중국과 아시아'로 범범하게 쓰고 있습니다.
이와나미 동아시아사에도 이 부분은 좀 취약했지 싶습니다.
한때는 지금 연재하고 계신 '해방일기' 비슷한 주제도 염두에 뒀습니다.
1945-1949년 사이의 동아시아의 중도파/합작파 들이라고 할까요.
그들의 '가지 못한 길'을 거두어서 헌정하고 싶었더랬죠.
이미 선생님이 충분히 하고 계셔서, 한국은 더 손 델 여지가 없겠더군요.
헌데 저도 체질적으로 아카데미에 딱 들어맞지는 않아서,
즐거운 일 하나는 하자 싶어 프레시안 연재를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러던 차, 선생님 메일을 받고 신이 나 있네요.
전 올해 말까지는 논문 마치고,
아시아-캘리포니아에 대해 조사 좀 해볼까 싶었습니다.
기왕 여기 머무르는 김에,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작업을 해보자 싶어서요.
차이나타운, 코리아타운, 리틀도쿄, 리틀사이공 등등을,
태평양을 넘나드는 시각으로 재조명하면 재밌겠다는 두리뭉실한 생각입니다.
그리고 내년 중반부터는 베트남에 갈 계획입니다.
동아시아 공부 하면서, 베트남어도 익혀야 겠다 싶어서요.
지금 학위 논문 주제가 냉전기 중국이 바라 본 아시아라면,
다음 작업에서는 그 동시기에 주변/아시아가 바라본 중국을 짚어볼까 합니다.
저로서는 특히 옛 조공국이었던 북조선, 북베트남 등에 흥미가 갑니다.
말씀하신 세 주제 가운데,
1)은 제 역량으로 직접 감당하기는 벅차 보입니다.
남들이 해둔 것 활용해서 생각을 정리하는 정도겠지요.
2)와 3)은 저도 욕심이 마구 솟는 주제인데,
당장 어떤 묘안이 떠오르지는 않네요.
힘도 합치라면 양 쪽이 균형이 맞아야 하는데,
저에게 선생님은 말 그대로 '선생님'입니다.
제가 묻고, 선생님이 답해 주시는 것은 가능하겠지요.
혹 '동아시아를 묻다' 작년 글도 보셨는지요?
친구 윤여일 군과 주고 받는 식으로 전개했다가, 결과적으로 실패 했는데요.
제 주변머리로 떠오르는 방식은 그 정도 뿐입니다.
어차피 지금은 '해방일기' 작업이 으뜸 이시니,
학생 하나 앉혀두고 묻고 답하며 선생님의 생각을 정리해 가실 수는 있지 않을까 해서요.
제 역할은 그런 방향으로 일조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반가움과 감사함을 담아 인사 드립니다.
건필하시고, 건강하세요.
-이병한 드림
"동아시아의 20세기" 아껴둘게요.
강양구 기자에게 이 선생 주소 달라니까 "통할 줄 알았어요." 하면서 웃던데, 한 차례 메일 받아보니 "역시~" 싶군요. (연세대 동양사 박사과정 직계 후배시라니까 "이 선생" 뒤에 "님" 자가 슬그머니 없어지네요.)
"20세기" 같은 과제는 이제 보니 이 선생 같은 이도 어느 단계에서는 시도할 만한 것 같군요. 어차피 나도 본 작업을 2015년 이후로 생각하고 있고 이 선생도 학위논문 이후의 일이 될 테니 천천히 얘기를 나눠봅시다. 이 선생 도움을 받아 내가 하는 길, 내 도움을 받아 이 선생이 하는 길, 함께 힘을 합쳐 하는 길 모두 열어놓고 생각해 보죠.
RE: "동아시아의 20세기" 아껴둘게요.
김기협 선생님,
메일 감사합니다.
누군가가 나를 알아주고 인정해주는게 공부하는 사람의 낙이지요.
덕분에 큰 기쁨을 누리게 되었음을 전합니다.
박사 논문이 겨우 공부의 출발점인데,
공부 이력까지 늘어놓을 것은 없습니다.
학부때 사회(과)학 공부만 들입다 하다가,
하버드 옌칭 도서관 가서는 정작 제가 읽어낼 자료가 거의 없음에 충격을 받았더랬습니다.
정작 동아시아 출신인데, 동아시아 도서관에서 막막해졌던 경험이,
저 나름으로 '동학'으로 회심하는 계기였습니다.
그때부터 한국 근현대사 공부를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일본, 중국 등으로 관심이 넓어지지 않을 수 없더군요.
부모님 이름도 한자로 쓰지 못하다가,
중국어, 일본어 시작한 것도 '21세기'가 지나고 나서입니다.
도쿄와 상하이에서 1년씩 머물면서,
동아시아의 '실감'도 갖출려고 했었고요.
제 지도교수는 백영서 선생님입니다.
지금 국학연구원 원장이고, 창비 주간도 하시지요.
아무래도 그 분의 영향이 없을 수 없습니다.
'탈제국'을 외치는 동아시아 좌파 또한 백 선생님을 포함한,
창비 그룹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고요.
창비에서 펴낸 <동아시아의 지역질서>라는 책에서,
제국의 교체라는 시점으로 동아시아사를 다룬 바도 있습니다.
선생님 블로그의 백미는,
그런 단상과 일상을 적는 곳이던데요.
이곳에 오면서 챙겨온 책 중에 <역사 앞에서>도 있습니다.
기록하는 습벽도 유전인가 싶더군요. ^^
저도 블로그의 한 줄 끼어들 수 있다면, 영광으로 삼겠습니다.
제가 쓰는 글에 부족한 지점이 있으면,
언제든 한 수 가르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스승 겸 선배를 얻은 것이라 여기고 있겠습니다.
건필, 건강하세요.
-이병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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