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3. 09:41

 

820일 더웁고 개이다.

 

 

아침 서늘한 시간을 이용해서 <초당>의 번역을 시작하였다.

 

천만뜻밖의 일로 조합의 劉 金 양 서기가 치안을 방해한다는 혐의로써 제천 치안대(일본인의 무기를 인수한 경관대)에서 체포하러 온다는 소문이 있고 직원들끼리 수군수군하더니 피신하는 것이 좋다고 하므로 내가 좋도록 하겠으니 안심하라고 이르고 주재소로 나왔다는 치안대를 만나러 갔다.

 

마침 고개에서 이리로 오는 순사를 만나서 사유를 물으니 17일 독립만세의 행렬 때 長坪으로 몰려가서 주재소를 때려붓기라는 말로 군중을 선동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사람들의 평소의 기질로 보아 그럴 리도 없으려니와 만일에 그러한 일이 있었더라도 나의 불민한 소치이니 내가 책임을 질 것이요, 기어이 뉘길 잡아가야겠거든 나를 잡아가라고 했더니 그러면 나에게 사건을 맡기겠다 하므로 저으기 안심할 수 있었다.

 

일부 직원 중에서 다른 곳 금융조합은 전부 문을 닫고 일을 보지 않으니 우리도 그리하자는 발언이 있었으나 이 과도기가 언제까지 계속할지 모르는 일인데 무턱대고 노는 것이 불가할지며 또 이것이 난리가 아니고 우리가 앞으로 더 룰륭하게 살아가자는 판국이니 새 명령이 내릴 때까지 질서정연하게 일을 해나가는 것이 우리의 직책일지며 또 예금자에 대해서도 현금의 제약으로 요구를 전적으로 酬應하지는 못할망정 그 사유나 곡진하게 일러주고 또 꼭이 절박한 사정이 있으면 다문 얼마라도 보아주는 것이 좋지, 아주 문을 닫아버리면 일반의 불편이 많을 것이며 더욱이 남의 조합이 그러하다고 함부로 거기 추수할 필요는 없으니 우리는 평정한 마음으로 일을 보아 가자고 일렀다. 이 지방만 하더라도 다른 모든 기관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기능이 정지되어 있는 이때 우리가 이렇게 안온하게 복무할 수 있는 것이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오전의 국민대회에 나갔더니 일부에서 기어이 나의 출마를 요청하고 위원장의 후보로 세웠으므로 나는 이 지방 사정에 몽매할뿐더러 그 그릇이 아니니 추천을 사퇴하겠다고 발언했으나 면과 면민을 위해서 초지를 굽혀달라는 등 물의가 많아서 대회의 대 파란을 자아내었다. 나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비추어보아서 본인의 辭避를 무시하고 억지로 입후보시키는 법이 없으니 東震공화국에 있어서의 민주주의의 옹호를 위해서도 내 의사를 존중해 달라고 간청하였다.

 

낮에 李光鎬 군이 찾아왔다.

 

아부지의 글월 久霖快霽, 喜氣新生

 

오후엔 광호 군과 여러 가지 이야기.

 

간밤에 전 순사 林淳敬 씨도 와서 개탄하는 모양이었지만 최근 여러 사람이 치안의 문란에 대해서 민족의 소질을 운위하는 바 있었으나 나는 그때마다 세계 어느 민족의 역사를 들치더라도 이처럼한 정치의 진공 상태에 놓여서 이만치 질서정리한 예는 별로 없으니 나는 이 점에 대해서 비관은커녕 낙관하는 바이며 40行惡한 저네들의 퇴장에 있어서 가지가지 인정에 넘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음은 조선사람의 천성이 순하듸 순한 때문이라고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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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1. 1. 09:29

 

819일 개이고 더웁다.

 

 

아침에 학교의 선생이 찾아와서 자기마저 고향으로 가겠다 하므로 학교의 책임자로서 끝까지 지키는 것이 좋다고 아무리 권했으나 어제 봉변한 일이 있으므로 좀처럼 듣지 않았다.

 

우리는 감나무 밑에 누웠다가 우연히 감이 떨어져서 저절로 우리 입에 굴러들어왔다. 그러니 무턱대고 이 요행을 기뻐함보다도 하루바삐 우리의 실력을 길러서 전체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면 무엇보다 교육이 급선무일 것이다. 비단 아동뿐만이 아니고 청장년층 전부의 재교육을 시급히 해야 할 것이다.

 

소위 대동아전쟁 초기에 일본이 비율빈과 면전을 독립시켜주었을 때 그네들도 역시 오늘날 우리들처럼 기뻐했을 것이다. 그러니 기뻐 날뛰는 것만이 우리의 이 아니다. 하루바삐 훌륭한 나라, 세계에 으뜸가는 나라를 만들도록 모든 우리가 힘써야 할 것이다.

 

전체의 질적 향상은 그 전체를 구성하는 각개의 질적 향상 이외엔 다른 첩경이 없을 것이다. 좋고 기쁘다. 너무 좋고 기뻐서 아주 미칠 지경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이 흥분만을 지속할 것이 아니다. 하루바삐 東震공화국의 일 구성분자인 나의 질적 향상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면서기가 모두 달아났으므로 羽翼을 잘리워진 전 면장 韓弼洙 씨가 지방자치위원회 위원장을 사임해서 나에게 그 후임을 보아달라는 말이 있었으나 고사하였다. 나는 지금 그러한 일로 해서 내 서재를 떠나고 싶지 않다.

 

대규를 쌀 두 말 지워서 아부지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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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30. 13:46

 

818일 개이고 더웁다.

 

 

아침에 早坂 씨가 찾아와서 간다는 하직인사 겸 저금을 내어달라는 말을 하러 왔었다. 간밤엔 내가 병원에 간 동안에 坂田 씨가 두 번이나 찾아왔다고 하고 길에서 竹內 씨와 小田 씨 부인이 만나서 역시 같은 부탁이 있었다.

 

그들이 우리 땅에 와서 잘했건 못했건 이제 고국으로 쫓겨가는 통에 여비 한푼 없다고 하니 매우 난처한 일이었다. 더욱이 평소에 그들의 여유금을 전부 받아오던 조합으로서는 인정으로 보아서 매우 미안한 점이 있으므로 한 세대에 2백원씩 내어주기로 하였다.

 

早坂 씨는 풍문에 아침저녁으로 운다더니 부석부석하니 충혈된 눈으로 맥이 없고 간밤에도 군중이 돌질을 해서 유리창경을 부쉈고 아이는 벽장 속에 숨겨두었노라고 하기 지방의 한 사람으로서 유감인 뜻을 말하고 앞으로도 이웃나라 사람으로서 의좋게 지내자고 삭막한 회견을 마치었다.

 

오후엔 新里 泉南의 풍물이 왔으므로 조합 일동이 정문에 나서서 내가 선창으로 조선독립만세를 삼창하였다. 마을사람들도 매우 좋아서 화창하였다. 그리고나서 이내 행진을 계속하는 것 같더니 未幾에 수선해지므로 내다보니 含怨한 면서기를 찾아서 그를 추적하느라고 야단이었다. 柳在烘 군이 우연히 밖에 나갔다가 면서기로 오인되어서 꼼짝없이 포위를 당했는데 그 사람들 중에 식별하는 사람이 있어서 아니다. 조합서기다.” 하고 외쳐서 겨우 봉변을 면하고 당황히 사무실로 달려왔는데 마을사람들도 이 광경을 보고 새삼스레 조합을 칭송하였다. 이 통에 면서기는 모두 도망해 버렸다.

 

모두들 이름을 還姓名했으나 우선 서로 만났을 때 무어라 인사했으면 좋을까, 무어라 부르면 좋을까 하는 것이 문제였다. 기쁘고 어려운 한 가지 문제다. 아침마다 오하이요고자이마스하던 사람들도 그저 고개만 꾸뻑할 뿐.

 

면서기 이아무개가 어제밤에 硯朴서 맞았다는 소문. 그는 저번 식량조사 때 남의 집 죽 쑤는 솥뚜껑을 열고 막대를 죽솥에 넣어 흔들면서 죽이 너무 걸찍하다고 야단했다고 한다. 저희들은 술 빚고 떡 해서 아이 돌잔치를 야단스럽게 했으면서.

 

학교에 선생 세 사람이 몹시 맞았다는 소문. 청년훈련소생이 배가 고파서 간혹 결석을 하면 그 이튿날은 몹시 매를 때리기 때문에 집에 가면 앓아눕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소문이 파다하던 그들이다.

 

용산의 일본 군대가 일단 놓았던 무기를 다시 잡고 또 경원선을 폭파했기 때문에 김일성 군의 경성 입성이 늦어진다는 뉴스를 듣고 직원들 중에 다소 危懼의 념을 품는 사람들이 있는 듯하므로 세계 대세는 이미 결정되었는데 일본의 현지군으로서 망동하는 일이 있다면 그는 스스로 평화 회복의 詔書背逆함이고 따라서 국가의 자멸을 초래하는 愚擧이니 개의할 것 없다고 일러주었다.

 

밤에는 백운면장이 신변의 위험을 느껴서 자정 가까이 도망해 와서 자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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