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두 차례 오후를 처형들과 마작으로 보낸다. 복잡한 생각 않고, 그저 패 나오는 대로 따고 잃는 수준이다. 아직 수업료 바치는 입장이지만 진행이 불편하지 않을 만큼 익숙해졌다. 전에는 마작판 벌이기가 번거로워서 간단히 노는 데 훙스(紅十)를 선호했지만, 큰언니 댁에 자동마작기를 연전에 들여놓고는 종종 그 집에 모여 놀게 되었다.
선선한 날씨지만 오래 앉아 있으려니 선풍기를 틀어놓았다. 선풍기 위치가 바로 내 등뒤인데, 선풍기를 켜고는 내게 춥지 않냐고 물으신다. 괜찮다고 하자 하시는 말씀, "춥다고 말만 해. 죽이겠어."
문득 짖궂은 생각이 떠올라 짐짓 절절매는 시늉을 하며 "목숨만 살려주세요." 했더니 잠깐 어리둥절하다가 좀 전에 하신 말씀을 되짚어 보고는 정신없이 웃음을 터뜨린다. 여기서는 기계 끄는 것을 "죽인다"고 한다. 전등불도 죽이고 뎬스(TV)도 죽인다. 일상적인 말 한 마디가 타지 사람에게는 흉악한 협박으로 들릴 수 있는 것이다.
어휘의 조그만 차이가 오해를 곧잘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여기서는 "괜찮다"는 말이 건강이 좋다는 뜻으로만 쓰인다. 한국의 "괜찮다"는 여기 말로 "일 없다"다. 중국어의 "沒事"에 영향 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어제 만났던 사람에게 전화해서 예의상 뭔가 사과하는 시늉을 할 때 "일 없음다." 소리를 들으면, 사과를 거부당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여기서 처가 사람들 외에는 왕래가 별로 없이 지내는데, "처가"의 90%가 처형 세 분이다. 작년에 다녀간 후 위의 두 분은 큰 수술을 받았는데 다행히 경과들이 좋으시다. 셋째 언니는 퇴직후 춤바람이 들어 전통무용을 세미프로 수준으로 익혔는데, 요즘 연출(공연)이 많아서 마작판에 끼지 못한다.
4자매가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한 차례 여행을 하기로 작당이 되었다. 해남도에 작은오빠 아파트 비어있는 데 가서 놀겠다는데, 북경부터 2박3일의 열차편으로 시작하겠다고. 나도 함께 가겠냐고 아내가 묻기에 또 한 번 절절매는 시늉을 하며 "목숨만 살려주세요." 했다. 데려갈 생각도 애초 없이, 예의상 물어본 모양이다. 덕분에 몇 주일 홀아비 노릇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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