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높은 정도의 벽이나 난간으로 만들면 안 되나? 선로에 떨어질 위험만 막아주면 될 텐데, 왜 그렇게 바람도 통하지 못하는 밀폐형으로 만들어야 할까? 내가 많이 이용하는 경의중앙선의 지상 역에서는 벽만 덩그러니 서 있는 모양부터 우스꽝스럽다. 1미터 높이의 벽에 슬라이딩 도어를 붙이면 지금 만드는 식보다 설치비도 몇 분의 1이면 될 거고, 밀폐된 공간에서 열차를 피할 길이 없는 참혹한 꼴을 안 봐도 될 텐데.

 

이것도 '근대정신'의 폐단일지 모르겠다. 선로와 승강장을 '격리'시키려면 물 샐 틈 없는 장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 완벽한 안전은 없다. 하지만 피해자가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애쓸 여지조차 없는 상황은 너무 참혹하다. 세월호에서도 보지 않았는가. 위험을 헤쳐나오기 위한 노력조차 가로막는 시스템.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안전불감증'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자살공화국'이 더 그럴싸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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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