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처럼 많은 사람들이 집중력을 쏟아부으며 달려드는 활동도 별로 없을 것이다. 웬만한 포커꾼들은 펼쳐진 패와 상대자들의 베팅 방법, 사소한 동작까지 면밀하게 분석해 자신이 이길 가능성을 계산한다. 경마를 즐기는 사람들은 어느 말이 좋은 성적을 낼지, 가능한 한 많은 자료를 입수해 나름대로 치밀한 연구를 행한다. 그만한 정성을 다른 사업에 쏟았으면 몇 번이라도 성공했을 거라고 쓴웃음을 머금는 도박꾼이 많다.


애초부터 생산성과는 관계없는 것이 도박이다. 참여한 사람들 전체의 부(富)는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운영비로 잘려나가는 만큼 줄어들기 마련이니, 단순한 기대값은 본전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도박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것은 운(運)과 기술이 합쳐져서 결과를 빚어내기 때문이다. 기술이 시원찮아도 운을 바라고 달려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기술에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은 운만 쳐다보는 사람들을 봉으로 여기고 달려든다.


생산성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도박을 범죄시할 수는 없다. 인간성의 한 측면이 호모 루덴스, 즉 ‘유희하는 동물’인만큼 생산성 없는 ‘놀이’를 즐기는 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활동이다. 그러나 같은 ‘놀다’에서 나온 말이지만 ‘노름’이 되면 분수를 넘어서는 요행을 바라거나 이런 사행심을 등쳐먹는 일에 매달려 인간의 모습을 일그러뜨릴 수 있다는 것이 도박의 해독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판이 꼭 한바탕 포커판처럼 보이는 구석이 많다. TK패만 붙이면 줄줄이(스트레이트)든 한 무늬(플러쉬)든 만들 수 있다고 카드를 열심히 땡겨 보는 선수, 기발한 베팅으로 상대를 현혹시키려다 되려 자기가 헷갈리는 선수, 밑천을 털리고 나서도 이제는 패가 붙을 것 같으니 개평 좀 달라는 선수, 포커페이스를 지키며 장내를 면밀히 살피는 선수, 참으로 천태만상이다. 이러고도 ‘생산성 없는’ 도박의 특성을 닮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일 것이다.


정태수씨 아들이 라스베거스에서 수백만 달러를 날렸다는 소식에 이어 ‘로라 최 리스트’ 얘기가 국민들을 어처구니없게 만든다. 그런데 일전에는 대구 성당못 공원에서 백여 명의 노인네들이 치고 있던 화투를 경찰이 출동해 빼앗다가 격렬한 항의로 공포탄을 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니 웃을 수만도 없는 일이다. 서민의 ‘놀이’는 좀 놔두더라도 나라 망치는 도박이나 확실히 잡아줬으면 좋겠다.


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