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6. 01:29
지난 주 토요일에 가 뵙고 6일 만인데, 그 동안 아내가 매일 가 뵈며 즐겁게 지내시는 모습을 계속 전해줬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아흔 개의 봄>에서 너무 효자 시늉을 했던 것 같다. 이제 본색이 나오는 것 같다.
어머니께 다니는 것을 아내가 힘들어하는 기색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효자 시늉 더 할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한참 재미붙이고 다닐 때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다니니까 내가 끼어들어 방해할 생각이 안 든다. 며느리 재미도 보고, 두루두루 맛을 보셔야지. 어제는 어머니가 얼굴을 어루만져 주시면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단다. 며느리인 줄도 모르면서 그냥 잘해드리니까 좋아하시는 것뿐이라면서도 저도 흡족한 모양이다. 장모님은 우리 결혼 두어 해 전에 돌아가셨는데, 어머니 생각하는 마음이 대단한 사람이, 이제 시어머니께 도움이 되어 드리고 고임도 받고 하는 것이 무척 좋은가보다.
오늘은 오후에 내가 간다니까 늘 점심때 가뵙던 아내는 쉬었다. 6시 조금 넘어 들어가니 서 선생님은 홀에서 텔레비전 보고 계셔서 잠깐 인사드리고, 어머니 방에 들어가니 누워계셨다.
무슨 엉뚱한 생각을 하고 계셨을까? 내 얼굴을 보자 괜찮냐고 묻기부터 하신다. 무엇이 괜찮고 말고 한가 했더니 누워 계신 자리가 당신 자리 맞는가 확인하시는 것이다. 환각에 시달리는 허약한 상태가 전혀 아니신데, 무슨 기발한 생각을 하고 계셨던 것일까? 궁금하기는 하지만, 그런 것까지 캐묻기에는 대화 능력이 모자라신다.
몇 마디 나누면서 생각이 좀 가라앉으신 뒤에 반야심경을 외웠더니 중간부터 함께 외우신다. "반야심경 외울까요?" 여쭐 때부터 손으로 토닥토닥 목탁을 대신하시는데, 집중력에 아무 거침이 없으신 것 같다. 눈을 감고 토닥토닥 하며 들으시다가 중간부터 눈을 뜨고 소리를 내기 시작하셨다. 노래는 <푸른 하늘 은하수>만 따라 부르셨는데, 다른 노래도 더러 입을 오물오물, 따라 부를 의향을 보이셨다.
금강경 읽어드릴 때는 집중이 풀어지셨다. 내 목소리는 은은한 배경음으로 여기고 눈길을 이리저리 돌려 가며 생각을 굴리시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손을 뻗쳐 내 얼굴을 어루만지기도 하시고, 나를 바라보며 입술을 움찔움찔 뽀뽀 시늉도 하신다.
이야기는 '감사'를 중심으로 나눈다. 불쑥불쑥 손을 모아쥐고 "감사합니다." 또는 "고맙다." 하시는데, 여기에 살을 붙여 되돌려드리면 대화의 내용을 얼마간 확장해 나갈 수 있다. 오늘 같으면 "어머니, 저도 어머니께 고마워요. 요즘 일을 꽤 잘하며 지내려니까 이렇게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마운데, 가만 생각하면 이렇게 일 잘할 수 있는 게 누구보다도 어머니 덕분이에요. 그래서 어머니께 고마운 마음이 자꾸 더 늘어납니다." 하는 식. 그러면 생각과 느낌에 다 좋은 자극을 받으시는 것 같다.
담당 여사님이 도중에 들어와 아주 깍듯이 인사를 한다. 지난 토요일 왔을 때 일 때문에 난처한 입장에 빠졌을 텐데, 잘 새기신 것 같다.
어머니 두 손을 묶어놓았던 일이다. 6시반쯤 들어와 보니 여사님들은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방에 들어가 보니 두 손을 침대 난간에 꽁꽁 묶어놓았던 것이다. <아흔 개의 봄>에도 손을 묶는 데 관해 적은 대목이 있었는데, 필요에 따라 일시적으로 묶어드리는 것을 대범하게 받아들이려 애쓴다. 요새 엉덩이를 너무 심하게 긁으셔서 손에 양말을 신겨 드리기도 하고 잠깐씩 묶어놓기도 한다는 것은 아내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모로 뉘어드리고 두 손을 다 난간에 바짝 묶어놓은 것은 너무했다. 모로 누워계시면 한쪽 손만 묶어드려도 되고, 묶더라도 금지구역까지만 손이 안 가도록 여유를 두고 묶으면 된다. 그런데 강력범 꽁꽁 묶어놓듯이 묶어놓고 얼마나 시간이 되었는지... 어머니 표정이 멍했다.
손을 풀어드리고 20분 가량 온갖 아양을 다 떨었더니 차츰 정상적인 표정과 반응이 돌아오셨다. 나오는 길에 팀장 여사님께 잠깐 보자고 했더니 그 문제를 이미 의식하고 있는 듯, 긴장된 표정으로 응한다. 너무 심한 것 같다고 얘기하니까 한 마디 토도 안 달고 백배사죄한다.
그 후 이틀동안 아내가 갈 때마다 간호과장님과 원장님이 아내를 붙들고 그 문제에 사과하며 자기네가 노인들 대하는 기준은 절대 그렇지 않은데, 이곳 기준에 아직 익숙지 않은 여사님의 실수였다고 간곡하게 해명하더라고 한다. 아내가 전하는 사과와 해명이 너무 간곡해서 내가 한 번 전화해서 간호과장님에게 충분히 이해했으니 너무 마음에 두지 마시라고, 내가 유난을 떤 것 같아서 되레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다독여주었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분들을 보살펴드리려면 인권을 완벽하게 챙겨드릴 수는 없다. 미성년자의 인권에 제한을 두듯이 피보호자의 인권에 제한을 둘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한 침해를 막기 위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묶어놓을 때는 묶는 시간과 푸는 시간을 모두 장부에 기록하도록 하면 어떨지. 침해의 분량을 분명히 밝혀놓는 것이 과도한 침해를 막기 위해 제일 먼저 필요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라이 부유"?  (0) 2011.09.25
친생자 확인소송 포기  (0) 2011.09.17
"이게 누구야!"  (2) 2011.07.29
편안한 昏睡 상태 이틀째  (14) 2011.07.10
조선일보 리뷰 원문  (0) 2011.07.09
Posted by 문천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