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오후 6시쯤 가 뵈니 주무시고 계셨다. 쌔근쌔근 주무시는 게 아니라 드렁드렁 코까지 골며 골아떨어져 계셨다. 너무나 편안하게 주무시는 것을 깨우기도 미안해서 한 시간쯤 있다가 돌아왔다. 그 날 점심때 아내가 갔을 때 평소보다 무척 기분이 좋으셔서 내내 생글생글 웃으시고, 더러 아내의 손을 끌어다가 손등에 뽀뽀까지 해주시더라는 얘기를 들은 터라, 고양되었던 기분 때문에 노곤하신 것으로 생각했다.

어제 오후 4시쯤 가면서는 실컨 주무신 만큼 기분도 기운도 좋으실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날 저녁때 주무시던 그대로 편안하게 골아떨어져 계신 것이었다. 간호과장님이 얼른 쫓아와서 조금 걱정하기 시작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점심때도 간식때도 깨워드릴 수가 없었다고. 아침식사때 어떠셨는지는 그 사이에 근무자가 바뀌어서 확인할 수가 없었지만 짐작컨대 내내 잠에 빠져 계셨을 것 같다.

5시가 되어 식사가 나왔는데, 간호과장님이 양쪽 손을 주물러 드리니 겨우 눈을 게슴츠레 뜨셨지만 초점이 잘 잡히지 않으신다. 몇 숟갈 힘들게 떠먹여 드리는데, 입에 들어온 것을 삼킬 생각도 드시지 않는 것 같다. 과장님은 안타까운 마음에 한 입이라도 더 권해드리고 싶어 하는데, 나는 저러다 사래라도 드실까봐 걱정이 되어 더 안 드려도 되겠다고 말렸다. 숟갈이 그만 쳐들어오니까 금세 또 골아떨어지신다.

시병일기 처음 쓸 때 언급한 뇌 정밀촬영이 3년 전이었다. 필름을 보고 닥터 한이 "뇌가 쪼그라드신다"고 했고,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라고 했다. 그때 했던 각오에 비해 상상 밖의 회복을 그 사이에 보이셨지만, 기본 문제는 어쩔 수 없이 진행되어 온 것이라고 생각된다. 혈압(70-110), 혈당(146) 체크해 봐도 다 괜찮으시고 안색부터 더 바랄 수 없는 건강색인데, 뇌 기능의 저하로밖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뇌 기능 저하가 의식 마비 외의 자율신경 문제라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떠올라 어제는 몇 시간 더 대기상태로 요양원에 머물러 있었다. 9시 반까지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시는 것을 보고 돌아왔다. 아침에 아내가 가서 아직 전화가 없는 것을 보면 그 상태가 그냥 계속되고 있는 모양이다.

어제 앉아 있으면서는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었다. 금요일에 아내가 다녀와서 "3월에 일산 모셔온 후 최고의 기분"이셨다는 얘기에 나도 기대가 컸는데... 아내에게 전해 들은 그 밝고 따뜻한 모습을 다시 대할 수 있을지...

몇 주일 동안 나는 1주일에 두 차례나 세 차례씩만 가 뵙고 있었다. 아내가 매일 가 뵈며 고부간의 관계를 새로운 차원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여서 나는 당분간 뒷전에 머물러 있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이제부터 생활의 틀을 새로 만들어내시는 단계에서는 '아들'이라는 자원을 예비로 돌려놓고 있는 편이 안정된 틀을 짜는 데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지난 화요일에 가 뵙고 사흘 만에 간 것이었다.

그러나 금세 아쉬운 마음을 털어버렸다. 지난 2년반의 시간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머니에게 보상의 시간이었다. 힘들고 괴로운 일생을 살아온 분이 어머니뿐이겠는가. 2년반 동안 인간세상에서 바랄 수 있는 최고의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누리셨고, 그 모습을 뵈며 나도 삶에 대한 태도를 많이 성숙시킬 수 있었다. 이제부터 얼마동안이든 무의식의 상태로 머물러 계시더라도, 어머니께서 아쉬워하실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내가 아쉬워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의식을 얼마간 또 회복하실지도 모른다. 뇌 기능 저하라도 소뇌 아닌 대뇌의 문제로 보이는데, 대뇌 기능의 복원력에 관해 어느 책에선가 읽은 기억이 있다. 뇌의 일부가 기능을 잃을 때 다른 부분에서 그 기능을 넘겨받는다는 얘기인데, 큰 손상일 경우 복원에 시간도 걸리고 범위에도 한계가 있을 것 같다. 너무 큰 희망을 걸기보다 일어나는 일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을 가다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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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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