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17. 12:20
지난 연말 고양지원에 제출한 친생자 확인소송을 포기했다. 다툴 이익도 없는 사안이고 개인적인 일이므로 행정민원 비슷한 일로 생각했다. 높은 수준의 법률적 자문이 필요하지도 않으리라 생각하고, 법률관계 사무에 경험이 있는 친구 설현님의 도움으로 서류를 만들어 제출했던 것이다. 큰 비용이 들지도 않는 일, 내가 좀 수고를 하면 어머니께 하나의 선물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몇 달 후 법원에서 기일 연락을 받고 보니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내 뜻을 이해하고 동정심을 품었는지 법원의 담당자가 친절하게 따로 연락을 해줬다. 법률상의 문제가 있어서 제출한 소장은 성립 안 될 것으로 보이니 다른 형태의 소장을 다시 제출해야 할 것이라는 뜻이었다. 연락받은 내용을 설현님께 의논하니, 그렇다면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최병모 변호사에게 연락했다. 나는 그분을 내 법률고문처럼 여긴다. 변호사 도움 필요한 일이 있으면 그분에게 적당한 분 소개를 부탁한다. 아이필드 유 사장이 내가 소개해준 책 때문에 박정희 둘째 딸에게 고발당했을 때도 그분이 이정희 변호사를 소개해 줬고, 고마운 인연이 되었다.
고양지원 주변의 변호사 한 분 소개해 주기를 바랐는데, 자기네 회사에서 맡아주겠단다. 최 변호사는 내가 얼마나 가난한 사람인지 잘 아는 사람이고, 돈 적게 쓸 길을 만들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내 능력으로도 감당할 만한 비용으로 처리해 주겠다니, 이런 고마울 데가...
그런데 구체적인 준비에 착수하다가 뜻밖의 어려움에 부딪쳤다. 어머니를 한 차례 법정에 모시고 나갈 것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제출할 서류를 준비하는 데까지 어머니가 움직이셔야 한다니...
어머니와 나 사이가 친생 모자간으로 되어 있다면 가까운 주민센터에서 내가 대신 발급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서류들인데, 친생이 아닌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어머니가 직접 움직이셔야 한다는 것이다. 동생 세상 떠났을 때도 비슷한 문제로 혼이 난 일이 있었다. 주민등록법과 시행령에 불합리한 문제가 있는데, 행정관서의 실제 운용에서 그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너무나 철저하게 외면되는 것을 보며 환멸을 느꼈다.
애초에는 내 수고만으로 어머니에게 선물 하나 마련해 드리려 한 것이다. 사정을 알고 보니 약간의 비용도 필요하게 되었는데 그것도 감당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어머니를 몇 차례씩 행정관서로 모시고 다녀? 어머니가 사정을 아시면 하실 말씀이 뻔하게 짐작된다. "앓느니 죽지."
그래서 그만두기로 했다. 어머니께 수고 끼쳐 가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일 해드리지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실 수 있게 할 수 있는 일을 힘이 못 미쳐 못 해드리는 것이 얼마든지 있다. 법률비용으로 떼어놓았던 돈을 아내에게 보너스로 줬다. 아내가 돈 걱정 적게 하며 지내면 어머니 보살펴드리는 일에 그만큼 더 집중하기가 쉬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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