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북스 이재민 대표와 너머학교 김상미 대표를 처음 만난 것이 지난 5일. <해방일기>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고 강양구 기자가 만날 자리를 만들어줬습니다.
울타리 밖을 바라본다는 '너머'의 뜻이 변두리, 경계선, 회색지대에서 오래 지내 온 내게 친숙하게 느껴졌는지, 만나서부터 바로 이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8일, 16일에 만나서 더 이야기를 나누고는 이 작업을 함께 할 뜻을 굳히고, 어제 만나 출판계약을 맺었습니다.
처음 구상할 때부터 이번 작업은 연재의 가치에 치중하는 것이므로 책으로서의 가치는 크게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동안 제 책을 잘 만들어준 돌베개와 서해문집에는 출판을 부탁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제 출판사처럼 여기는 아이필드에서 낼 생각을 했죠. 거의 자비출판 비슷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너머의 두 분과 얘기를 나눠 보니, 애초에 생각한 것보다 책으로서도 가치를 키우도록 노력할 여지를 많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너머의 도움을 받아 책으로서도 독자들을 찾는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혼자 틀어박혀 지낸 지 오래되어 익숙한 사람들이 아니면 함께 잘 놀지도 못하고 일하지도 못하는데, 만난 지 보름밖에 안 된 분들과 오래 걸릴 큰 일을 함께 하기로 결정하면서 저 자신 어리둥절하기도 합니다. 이 작업 구상을 떠올리고 불과 한 달만에 실행에 나설 때도 어리둥절했었는데, 이 일로는 참 어리둥절할 일이 많습니다. 아무튼 새로 알게 된 젊은 분들과 함께 일한다는 데 긴장감과 함께 더 큰 의욕을 느낍니다.
매주 한 차례씩 기획회의로 혼자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여러 측면에 관한 조언을 듣고 치밀한 모니터링을 받을 수 있다는 데 정말 기대가 큽니다. 선인세도 넉넉히 받으니 이 작업에 전념할 조건도 더 든든해지고요. 그 동안 여기서 여러분의 격려와 조언에 의지해 왔지만, 돈까지 얹어서 들어오는 협력은 더 반가운데요? ^^
프로페셔널한 도움을 받게 되어 작업에 자신감이 더 커집니다. 그러나 이 작업의 외형적 성공은 프로페셔널한 도움에 많이 좌우되겠지만, 내면적 성공은 애머처리스틱한 도움에 더 의지한다는 것 잘 아시죠? 계속해서 도와주세요. 외적 조건이 갖춰질수록 내적 충실성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하니까요.
아이필드 유 사장, 마음 정한 것을 일전에 알려줄 때 표정이 참 기묘하더군요. 제 일이 잘 풀린다고 기뻐해 주면서도, 벅찬 일 벗어났다고 마음을 놓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한참 끌어올린 긴장이 풀어지는 허탈감도 어쩔 수 없겠죠.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성공을 도와주는 화려한 역할보다 묵묵히 뒤를 받쳐주는 디폴트의 고마움을 나이 먹을수록 더 깊이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아내에게도 충성하게 되죠.)
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