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1. 16:13
나는 꿈에 보았다. 분명히 보았다.
자주빛 휘장을 몸에 감은
키 큰 여인
흰머리를 바람에 나부끼며
너울 너울
푸른 풀밭에 나와 총에 맞는 것을.
국방색 검은 兵士들은 개미떼
그녀를 둘러싸고 총을 겨눈다.
일제히 集中射擊
그녀는 서서히 쓰러졌다. 푸른 풀밭에
큰 팔로 공중에 弧를 그으며
가슴에서 뿜은 피는 멀리 숲을 적시고
가까이 풀밭의 꽃을 적시고
흙을 적시었다.
하늘은 청천하늘, 구름도 없었다.
나는 잠에서 펄쩍 깨어나
내 祖國의 땅, 한 허리를 두 동강 낸 내 나라
아픔과 쓰라림에서 이 글을 바친다.
Ⅰ. 하늘 나라
白頭山 靈峰에 동이 틀 때
天體는 잠시 그 運行을 멈추는 듯
고요의 바다
빛을 기다리는 잔잔한 흐름 속에
하얀 山 봉오리 홀로 거룩하다.
아스라히 東海를 부르는
連連한 山脈의 물결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
바다와 山과 구름의
물결 물결 물결
이제 하늘과 땅 사이 틈을 깨치고
아침 햇빛이 새어 나온다.
빛의 물결이여,
바다도 山도 구름도
일시에 빛의 물결 속에 춤을 춘다.
歡喜의 바다
푸른 파도 부서지는 곳
흰 구름은 泡沫을 안는다.
줄기줄기 山脈들은 구름 속에 떠 있는 섬
구름과 바다와 山은 하나
빛의 물결
여기 아침의 나라
白頭山 靈峰에 새날이 온다.
아득한 太古 아직도 땅 위에는 人間이 없었을 때
온 누리는 빛과 어둠으로 나누인 채
두터운 구름장 위엔 하늘님 나라만이 빛났었고
땅 위엔 캄캄한 어둠만이 깔렸었다.
白頭山 靈峰은 구름 위에 우뚝 솟은 하늘님 나라
玉皇上帝 하늘님이 하루 한 번
새벽에 보는 아침 조회ㅅ터
日 月 星神도 한 자리에 머무는
새벽 동 틀 때
天上의 諸神 仙女, 平和와 光明을 찬탄하고
風師 雨師 雲師도 天地運行의 正常함을
사뢰는 아침 조회ㅅ터
그 속에 오로지 홀로 괴로운
하늘 아들 桓雄의 모습이여,
하늘 나라 光明도 주춤하는 憂愁의 그늘.
그는 노래한다.
하늘 나라 光明의 외로움이여, 뜻 없도다.
天上의 平和는 架空의 것
빛 속에 살면서 빛을 깨닫는 者 없도다.
바람아 저 구름을 헤치라.
구름아 저 두터운 옷자락을 걷으라.
光明의 한 겹 발 밑은 暗黑의 나라
나는 보았노라, 저 어둠의 세계를.
빛을 찬양하는 그것만으로 나는 만족할 수 없노라.
어둠은 빛의 그림자.
빛 속에 살아도 외로운
하늘 나라 영광의 공허함이여.
빛 속에 빛이 무슨 뜻이 있으리
내가 갈 곳은 어둠의 나라
나의 소망은 저 어둠을 뚫고 가는 것
光明과 秩序를 깨뜨리는 아들의 反抗 앞에
하늘님인들 어찌하리
反抗과 冒險은 아들의 것.
人間 최초의 어버이 하늘님도 아들 앞에는 약하였나니.
네 진정 무엇을 원하느냐. 하늘 나라의 平和와
영광을 버리고, 암흑에 한 발을 들여놓으려는
네 소망의 목적이 무엇이냐.
저 땅을 보라. 오직 짐승들의 울부짖음뿐,
네가 저 곳에 무엇을 어찌하려느냐.
저 不毛의 땅에 무엇을 심으려느냐
아들은 대답한다.
나에게 하늘의 권능을 나누어 주소서.
영원히 꺼지지 않는 신념의 불빛을 밝히소서.
나의 소망은 두터운 구름장을 쪼개어
저 어두운 땅에 빛을 심는 것.
나에게 하늘의 권능을 나누어 주소서.
축축한 봄비로 大地를 적시어
풀을 나게 하고
나무를 자라게 하고
모든 생명을 땅 위에 깃들게 하리로다.
나무와 나물과 낟알과,
모든 나(生)는 일 낳(産)는 일을 다스리리로다.
공중의 나는 새와 물의 고기는 알을 낳고
산과 들의 짐승들은 새끼를 낳게 하리니,
卵生, 胎生, 化生, 濕生 온갖 생명이
땅에 충만 하리로다.
나에게는 하늘의 권능을 나누어 주소서.
영원히 꺼지지 않는 신념의 불빛을
내 마음 속에 밝혀 주소서.
제 한 몸 마음 속뿐 아니오라 모든 목숨 탄 者
내부에 영혼의 불빛을 밝히소서.
나는 새, 기는 짐승에게까지도 생명의 빛을 주소서.
나의 소망은 저 어두운 땅에 빛을 심는 것.
하늘 아들 桓雄의 抱負는 웅장했고 소망은 간절했다.
玉皇上帝 하늘님은 인자한 어버이,
아들의 소망을 꺾을 수 없었나니,
내 아들아!
이제부터 너는 모든 생명에 책임을 져라.
내가 너를 사랑하듯 너는
어버이처럼 생명을 사랑하고
그들 속에서 영혼의 불빛을 일깨워 주라.
내 이제 하늘의 권능을 너에게 주리라.
이후로 땅 위에 깃드는 모든 生命을 축복하나니
타고 난 목숨껏 충분히 누릴 지어다.
하늘의 무수한 별의 수만큼
땅 위에 무수한 목숨이 충만하리로다.
그러나 슬프다. 너희 生命들은 살기 위하여
목숨이 목숨을 먹는도다.
움직이는 목숨들은 살아있는 植物을 먹어야 하고
큰 짐승은 작은 짐승을 먹는도다.
슬프다, 땅 위에는 고요와 平和는 없고
목숨과 목숨의 싸움이 있으리니
슬프다, 땅의 운명이여!
이제 땅 위의 목숨들을 위하여 다섯神을 따르게 하리니
첫째 나무웃도〔主 〕는 植物을 다스리라.
山과 들에 모든 푸성귀 나물 낟알 나무를 나게 하여
움직이는 목숨의 양식이 되게 하라.
슬프다, 목숨이 목숨을 먹는도다.
다음 목숨웃도〔主命〕는 모든 생명의 命을 다스리라.
무릇 살아있는 것은 죽는 날이 있으리니
처음이 있은즉 끝이 있음이라.
낙낙 장송의 천년 푸르름도 제 命이요,
풀잎에 이슬 먹는 하루살이의 덧없음도
제 명임을 알라.
슬프다, 목숨의 덧없음이여.
셋째 번 앓음웃도〔主病〕는 목숨이 살다가 상하고 약할 때
내가 허락한 땅 위의 물건으로 그 몸을 고치라.
모든 생명은 그 몸을 스스로 상하지 말지어다.
숨을 탄 자 누구나 자신을 보호하는 지혜를 주었나니,
피는 흘러도 스스로 멎을 것이요,
앓을 때 쉬면 원기를 회복하리라.
슬프다, 목숨의 고단함이여.
넷째 번 싸움웃도〔主刑〕는 땅 위 생명들의 싸움을 다스리라.
질서 없는 중에 질서를 찾고
길 없는 중에 길을 찾아라.
강한 자가 약한 자를 괴롭히고
안 되는 자는 되는 자를 헤살짓는도다.
어리석음으로 눈이 어두워
적은 이익에는 밝고 큰 이익은 안 보이는도다.
슬프다, 미물의 어리석음이여.
마지막 특별히 허락하나니
모든 생명의 마음을 다스리는 착함웃도〔主善惡〕는
그들 마음 속의 양심을 다스리라.
하늘의 별에 목숨을 빌어 태어난 모든 생명에게
양심의 불빛, 하늘 마음을 주노라.
어둠과 싸워 이긴 者만이
하늘 나라의 平和와 고요를 얻으리라.
너희들 육신은 슬프나 너희들 마음은 하늘의 것.
착하도다, 착하도다.
모든 생명은 하늘의 영광을 나타내리로다.
내뜻과 권능을 받은 내 아들아,
네가 몇 劫을 두고 태어나는 곳곳마다
목숨을 어버이처럼 사랑하고 보호하라.
一切 殺生을 금하노라. 이는 내가 주는 唯一한 誡命
생명을 해치지 말지어다.
이제 땅을 다스리는 표적으로
天符印 세 개를 네게 주리니
아들아 너는 저 어둠의 땅에 빛을 심고
천지 무궁토록 생명을 이어가라.
구슬은 하늘의 권능을 상징함이니
네 원하는 대로 이루어 질 것이요,
칼은 破邪 顯正의 상징이로다.
不義를 보면 쳐부수고 義로움을 나투어 빛내게 하라.
거울은 맑음이니 안과 밖이 하나되어
거짓 없음을 상징함이로다.
玉皇上帝 하늘님은 인자한 어버이,
하늘 나라 天神과 仙女들이 함께 찬탄할 때
하늘 아들 桓雄은 하늘님 권능을 받았도다.
하늘의 해와 달과 별들은 들으라.
바람과 비와 구름의 神도 들으라.
이제 땅 위에 생명을 충만케 하기 위해
그대들은 힘을 합해, 줄 것을 주라.
빛과 熱과 공기와 물을 주라.
저들이 어리석음으로 하여 자연의 은혜를 모를 때에도 주라.
저들이 생명의 근원을 잊었을 때에도 주라.
저들이 하늘을 원망하고 저주할 때조차도 주라.
진실로 저들이 암흑 속에서 죄를 지을 때
그들을 일깨워 주도록 가뭄과 장마와 폭풍과
한 밤중에 천둥 번개를 때려 벌을 주어도 좋으나
그대들 응징의 힘이 저들의 힘을 넘지 않을지어다.
그 罰마저 저들의 시련이 되어
再生의 용기를 얻도록 할지어다.
하늘님이 명하신 다섯 웃도는 나를 따르라.
이제 太白山 꼭대기 神壇樹 밑에 내려
하늘 저자〔神市〕를 열리로다.
내가 다스리는 나라는 아침해 고운 나라〔朝鮮〕,
뜻이 큰 한(韓) 나라.
나를 도와 땅을 다스릴 삼백예순 가지 神들도
나를 따르라.
저 어둠의 세계,
검은 땅과 바다는 이제 내가 다스리는 나라
山에는 山신령, 바다와 가람에는 용왕이 지키고
꽃 하나 나무 하나에도 목숨이 있으니
신령(神靈)이 있도다.
내가 다스리는 나라는 아침해 고운 나라, 신령한 나라.
하늘의 神들이여, 저 울부짖는 짐승의 소리를 들으라.
한 줄기 하늘에 사무치는 救授의 기도를
나는 역력히 듣는다.
저 땅 어둠 속에는 나를 끄는 힘이 있도다.
내 저들에게 참 삶을 주리니
하늘의 神들은 나를 따르라.
우뢰 번개여, 어둠을 찢어
한 줄기 빛의 길을 내어라.
나는 어둠을 뚫고 가노라.
이때 하늘의 神들은 앞을 다투어
하늘 아들 桓雄 天王의 뒤를 따르니 그 무리 三千.
太白山 꼭대기 神檀樹 나무 밑에 下降할 때
바람웃도〔風伯〕, 비웃도〔雨師〕, 구름웃도〔雲師〕
한꺼번에 몰아 치며
천둥 번개로 天地는 진동하니
그 威儀 그 壯觀, 天地 개벽 후 처음이었다.
Ⅱ. 사람 되어지이다
두터운 구름장으로 갈라진 하늘과 땅
여기는 不毛의 땅
해도 달도 없는 나라엔 時間이 없다.
처음도 끝도 없는 어둠뿐
바람도 없고 비도 안내리는 眞空지대
죽음의 바다
검은 땅 위에 차가운 돌덩어리 山
바위틈에는 실낱같은 물줄기도 없었으니
나무도 풀도 없는 不毛의 땅
오직 어둠 속에서 태어난 짐승들의
서로를 잡아먹는 울부짖음만이 있다.
여기는 짐승의 나라, 鬼神의 나라
어둠을 먹고 어둠을 吐하는 어둠의 生理
어둠 속에서도 더 짙은 어둠을 찾아
캄캄한 동굴 속에 몸을 숨긴다.
한 동굴에 숫범과 암곰이 살았으니
아득한 옛날 어둠 속에서 태어난 짐승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 아무도 모른다.
서로를 잡아먹는 짐승의 삶
그들은 짐승들의 王이었으니
이 山에서 저 山으로 훌훌 뛰면서
작은 짐승, 먹이들을 찾아 헤맨다.
그들이 동굴 속에 잠든 시간은
妖鬼들이 돌 틈에서 나와 亂舞한다.
그들의 노래는 죽음의 노래
그들의 눈은 푸른 빛이 넘실거리고
그들의 입은 붉은 불길을 내뿜는다.
검은 장막을 몸에 감고
妖鬼들은 밤을 새워 춤을 춘다.
곰녜는 짐승의 삶이 괴로웠다.
검은 털로 추위를 막아도 막아도
뼛속까지 추웠고
작은 짐승을 잡아 먹어도 먹어도
배는 고팠다.
낮과 밤을 모르는 어둠 속에서
곰녜는 짐승의 삶이 괴로웠다.
곰녜는 빛을 몰랐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빛을 어찌 알았으리.
그러나 하늘 나라 桓雄이 下降하던 날
어둠을 찢은 한 줄기 빛은
곰녜의 환상 속에 역력히 나타났다.
곰녜는 꿈에서 깨어나 동굴 밖으로 뛰쳐 나온다.
妖鬼들은 자취를 감추었고, 사방은 죽은 듯 고요한 시간
곰녜는 하늘을 우러러 발원(發願)한다.
나는 보았노라, 한 줄기 빛을
정녕코 보았노라, 한 줄기 빛을
아아 이 몸은 어둠을 옷 입고
죽음의 공포 속에 항상 떠는 몸
아아 내게 단 한 줄기 빛만 있다면
아흔 아홉 개의 어둠을 능히 참으리라.
하늘님이시여, 내게 빛을 주소서.
한 번만 단 한 번만이라도
이 짙은 어둠을 면케 하옵소서.
아아 이 몸은 짐승의 몸
죽음의 공포 속에 항상 떠는 몸
아아 내 삶은 짐승의 살음(삶)
내게 참 살음 얻어지이다.
참 살음 얻어지이다.
나는 짐승의 몸, '사람' 되어지이다.
'사람' 되어지이다.
이제 곰녜의 願力은 먹장 구름을 뚫고
하늘에 사무쳤으니
하늘 아들 桓雄이 救援의 손길을 뻗었도다.
빛과 어둠의 만남이여
햇빛은 이때로부터 땅을 비쳤도다.
바람은 山봉우리에서 구름을 밀고
구름은 하늘에 뭉치어 비 내리니
山골 줄기 줄기마다 냇물 이루어
샘이 깊은 물 가뭄에 아니 마르고
바다로 가도다.
뿌리 깊은 나무
山野에 생명 얻으니
바람에 아니 흔들리고 꽃과 열매
풍성하도다.
밤이면 달빛에 불을 밝히고
낮이면 햇빛에 물을 맑히니
물 속의 노는 고기, 공중의 나는 새
돌 틈의 수달이며 땅머구리
구물구물이 기는 짐승, 뱀, 지렁이까지
몸을 적시고 물을 마시며
생명을 얻었도다.
빛은 하늘의 啓示
곰녜는 범쇠와 함께 햇빛에 절하고
날마다 밤마다 비는 마음, '사람 되어지이다'
정성이 사무쳐
桓雄天王의 공수를 받았나니
쑥과 마늘을 먹고 百날을 가리라.
햇빛을 보지 말고 百날을 기도하라.
너희가 짐승의 허물을 벗고
참 살음 얻으리니 그 이름을 '사람'이라 하라.
내가 땅에 내려 온 뜻은
너희에게 참 삶을 주려 함이니
너희가 짐승의 허물을 벗고
사람이 되리라. 참 삶을 얻으리라.
너희가 내 뜻을 알지어다.
짐승의 몸이 사람으로 변하려면
반드시 겪어야 할 試鍊이 있나니
쑥과 마늘을 먹고 百날을 가리라.
햇빛을 보지 말고 百날을 기도하라.
고난과 試鍊은 하늘의 慈悲
참고 이기는 者만이 사람되나니
만일에 고난과 試鍊을 참지 못하면
너희는 영원히 짐승의 몸
사람의 몸을 얻지 못하리로다.
동굴 속에 들어간 곰과 범의 三七日.
그것은 葛藤의 三七日, 苦難의 三七日.
이기는 마음과 지는 마음과
참는 마음과 못 참는 마음과
되는 마음과 안 되는 마음과
곰은 참았고 이겼고, 그리하여
사람이 되었나니
슬프다, 범은 못참았고 졌고, 그리하여
사람이 못되었도다.
하나의 나는 지켜 보는데
또 하나의 나는 매를 맞는다.
아흔 아홉의 어둠속에서
단 한줄기 빛을 믿나니
마구니(魔軍)들아 妖鬼들아 물러가라.
나는 나 자신을 지켜보리로다.
아득한 옛날 어둠 속에 태어나
어둠을 먹고 자란 어둠의 목숨
거머리와 박쥐와 거미는 나의 밥
아아, 나는 슬픈 짐승이로다.
동굴 속의 삶은 죽음의 삶
언제 그칠지 모르는 폐쇄된 운명을 저주하며
바위너덜에 붙어 공포에 떠는 몸
원컨대 이 몸의 罪를 씻어주소서.
多劫生來 지은 죄를 사하여 주소서.
내 이제 피 흘려 참회하나니
매 맞는 저 짐승을 불쌍히 여기소서.
짐승의 허물을 벗겨 주소서.
두 개로 쪼개어진 곰녜의 몸은 참회의 눈물로
전신의 不淨을 씻고야 하나 되었으니
이제 갈등은 멎었도다.
洞窟의 새 아침,
곰녜는 눈 부신 太陽 앞에
겹겹이 싸인 짐승의 껍질을
홀홀히 벗고
새로운 생명으로 몸바꿈하였나니
죽지 않고 다시 태어난
거듭난 女人
아침의 太陽보다도 눈부신
昇華의 무지개
곰녜는 자신을 응시한다.
어깨와 팔과 젖무덤과 그리고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머리는 하늘을 향하여
두 발로 곧게 서있는 자신의 모습을
아아 나는 네 발로 기는 짐승이 아니다.
두 발로 서있는 사람이다!
최초의 환희, 최초의 矜持
곰녜는 첫 걸음을 떼어본다.
왼 발, 그리고 바른 발,
머리는 하늘을 이고
똑바로 앞을 본다.
그러나 어찌 알았으리
붓(筆)같이 꼿꼿한 不動의 자세는
한 순간에 허물어지고 허물어지고.
인간 최초의 서투른 걸음마는
均衡을 잃어 비틀거리고 비틀거리고.
슬프다. 三七日 만에 얻은 女人의 몸
갈대와 같이 연약한 몸
너의 시련은 끝났음이 아니라
이제로부터 시작이로다.
百날 기도를 三七日로 줄인 것은
하늘님 은혜. 네 만일 百날을 채웠더라면
못 살아 남았으리, 네 연약한 몸.
슬프다. 곰녜는
아름다운 變身속에 빛과 어둠, 생명과
죽음의 갈등을 안았도다.
Ⅲ. 하늘과 땅의 사랑
洞窟을 벗어난 곰녜의 새 삶은
하늘 아들 桓雄의 크나큰 기쁨이었으니
아름답다, 짐승에게서 벗어난 곰녜의 女身이여.
땅 위에 나는 어느 나무보다 싱그러운
그의 몸매
어깨에 물결치는 검은머리
눈부신 全裸의 살결을 덮었도다.
몸을 일으켜 두 발로 꼿꼿이 걸어다니는
가벼운 걸음걸이
홀로 서있는 矜持의 자세
桓雄의 視線은
神檀樹 나무 위에 햇살 되어
곰녜를 본다.
이처럼 아름다운 生命이 또 있었던가.
달덩어리 솟아오르는 환한 얼굴
이슬 머금은 눈은 빛나는 검은 별
꽃봉오리 터지는 붉은 입술
桓雄은 찬탄한다.
아침 햇살을 받고
황금빛으로 물든 곰녜의 몸
그러나 아침 햇살 속, 긴 그림자 물가에 서서
곰녜는 외로운 不安에 떤다.
우거진 나무숲에 몸을 감추고
처음 느낀 부끄러움에 몸을 떤다.
離脫의 不安 속에 몸을 떤다.
하늘과 땅 사이
나무 한 그루, 꽃 한 떨기에도
의지할 수 없는 不安이여.
곰녜는 참나무 잎으로 몸을 가린다.
不安에 못 이겨 몸을 가린다.
하늘엔 해와 달이 뜨고
땅위엔 낮과 밤이 갈리며
싱싱한 나무, 아름다운 꽃
공중의 새와 물 속의 고기
온갖 짐승은 산 속에 가득하여
뛰놀며 노래 부르며 속삭인다.
바람과 햇빛이 속삭인다.
그러나 곰녜는 외로운 몸
자신을 닮은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사람은 최초에 '하나'이었으니
나무를 타고 바위를 뛰며
오직 홀로 물 그림자를 굽어본다.
아름다운 물 속의 그림자
그러나 不安한 영혼
물결 잔잔한 水面에 바람이 스치면
순간에 사라지고 또 떠오르는
쓸쓸한 물그림자
溪谷은 열두 구비
구비마다 푸른 소〔潭〕에
太古의 고요를 안고 헤엄치는 人魚
곰녜는 머리를 감고 또 미역〔沐浴〕을 감는다.
공중 펄쩍 뛰어 바위 위에 오르면
복숭아 나뭇가지 한 팔로 휘어잡아
주렁주렁 달린 열매 목을 축이고
머루랑 다래랑 먹고 외로움을 잊는다.
물 가운데 바위에 누워 푸른 하늘을 보면
곰녜의 외로움을 싣고 흰 구름이 흐른다.
사각사각 갈대 소리
찌직찌직 풀벌레 소리
와락 밀려오는 서러움에
곰녜는 펄쩍 일어나 앉는다.
갈대숲 속에서 튀어나온 다람쥐
참나무 가지 끝으로 내려온다.
곰녜의 동무는 다람쥐, 토끼, 사슴
곰녜는 짐승 하나 하나마다 이름을 지어준다.
여우, 너구리, 담비, 고슴도치
숱한 꽃풀 하나 하나에도 이름을 짓는다.
나리꽃, 메꽃, 도라지꽃, 별꽃, 엉겅퀴
아욱, 속새, 떡갈나무, 엄나무, 소나무
낮에는 이름을 짓는 일에 외로움을 잊는다.
그러나 밤이 오면
어둠 한 가지뿐
사랑스런 꽃과 나무는 잠들고
猛獸들이 洞窟의 잠에서 깨는 때
어둠 속에 번뜩이는 승냥이의 눈
山골짝을 울리는 범의 咆哮 소리
푸른 달빛이 냇물에 흐를 때
낮 동안 조용하던 사나운 精靈들이
일제히 깨어나 수런거린다.
짐승의 세계에서 離脫한 삶
곰녜는 이제 밤에 살 수 없는 몸
어둠 속 공포에 홀로 떤다.
다시 짐승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사람이 된 것을 뉘우치지는 않는다.
밤새워 七星님 별을 보고 다짐하고
다짐하고
어둠 속 공포에 홀로 떤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님이시여,
이 어둠 속에 나 홀로 있나이다.
하늘과 땅 사이 아무도 없는
이 어둠 속에 나 홀로 있나이다.
저 무서운 짐승들의 울부짖음
귓전을 스치는 귀신들의 속삭임
밤새는 밤마다 죽음을 울고
풀벌레는 달빛에 슬피 우네.
슬픔이야 이 몸보다 더한 것 있으리
하늘과 땅 사이
나 하나뿐
명감하고 거룩하신 하늘님이시어
이 몸을 점지하신 하늘님이시어
짐승의 허울 벗고 사람된 이 몸
천만 뉘우침은 없사오나
제 적은 가슴은 무서움에 떨고 있나이다.
제 몸에 항상 햇빛과 같이 강림하소서.
무지개발로 강림하시고
서리발로 강림하시고
구름발로 강림하소서
낮에는 열매를 따먹고 배고픔을 잊고
보는 것마다 이름지어 외로움을 잊으나
밤에는 밤마다 무서움에 떠는 몸
내 이제 神檀樹 밑에 치성 드려 비오니
제 몸에 항상 햇빛과 같이 강림하소서.
밤새워 기도하는 소리
桓雄이 별빛으로 곰녜를 본다.
하늘과 땅 사이
저 홀로 애절한 祈願
神에게 향한 思慕가 싹트고 자랄 때
그에게 쏠리는 神의 사랑도 눈뜨나니
神檀樹에 깃든 하늘과 땅의 사랑
땅이 원하는 것을, 진실로 원하는 것을
하늘이 어찌 느끼지 않으리, 주지 않으리.
땅이 추위에 떨 때 햇빛을 주고
가뭄에 목마를 때 단비를 주듯
아름다운 자기의 被造物이 不安과 恐怖에 떨 때
神은 그 최선의 것을 준다.
샛별이 神檀樹 나뭇가지에 걸려
새벽이 다가올 때
山川의 鬼ㅅ것들도 잠잠해지고
銀河水 흐르는 별만 하늘을 지키는데
桓雄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곰녜 앞에 나타난다.
하늘과 땅의 만남, 하늘은 땅을 안고 돌며
天地 公事를 한다.
사랑하는 하늘은 사랑 받는 땅이 없을 때
햇빛도 비도 구름도 바람도 無用한 허사
땅이 없다면 山川草木의 꽃을 어찌 피우리.
열매를 어찌 맺으리.
내 무엇이든 네가 원하는 것을 주리라.
내 만든 모든 생명 중에 가장 아름다운 生命이여.
내 이제 인간의 형상으로
네 앞에 나타나 네 외로움을 위로하고
두려움을 없이 하리니 너는 나의 사랑
영원한 나의 半身이로다.
나는 네 안에 하늘 나라 생명을 심고
너는 새 목숨 잉태하여 열 달을 수고하여 낳으리니
하늘의 축복이 그 자손에게 있으리라.
환웅은 땅의 引力에 끌리듯
곰녜 앞으로 내려간다.
무지개를 타고도 내려오고
서리발을 타고도 내려오고
구름을 타고도 내려왔으련만
환웅은 아침 햇살이 나뭇가지에 눈부실 때
곰녜의 發見을 기다려서 나무 뒤에서 나타난다.
사랑은 奇蹟의 發見
곰녜는 神檀樹 나무 밑에서
人間 최초의 남자를 發見한다.
남자는 여자에게 사랑을 가르친다.
아낌과 보살핌의 손길로 쓰다듬고
뜨거운 視線으로 사랑을 익게 한다.
사랑은 주는 것, 오직 주는 것
주는 일 속에 기쁨이 있고
주는 행위 속에 보람이 있다.
사랑을 줄 수 있는 넉넉함이여
내 잔(盞)은 차고 넘치나니
곰녜는 자신의 몸을 주고 마음을 주고
목숨의 속속들이
桓雄에게 바친다.
새로운 삶, 참 삶이 이것인가.
이제 마음 속 어둠은 사라지고
공포의 떨림도 멎었나니
이제 몸만의 사람이 아니라
마음마저 사람, 참 삶이 이것인가.
곰녜의 마음이 환히 열리고
곰녜의 사랑이 붉은 능금처럼 익어갈 때
남자는 여자에게 생명의 씨를 내린다.
참밤같이 여문 사랑, 사랑의 씨를 심는다.
Ⅳ. 檀君 탄생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요 삼아
곰녜는 桓雄의 품에 안겨 잠을 잔다.
초경에 잠이 든다.
이경에 꿈을 꾼다.
桓雄은 혼자 잠 못 이루며
하늘의 별을 본다.
北斗七星은 서편으로 기울었고
銀漢은 三更인데 소쩍새 넋이 운다.
품안에 든 곰녜는 安心과 平和의 잠을 잔다.
운명을 맡기고 목숨을 맡긴 女人의 모습
나무 그늘에 어려 돋아오는 반달이요, 갓핀 박꽃이다.
하늘의 仙女인들 이보다 더 고우리.
桓雄은 사랑스러움에 겨워 아드답삭 껴안는다.
이마에 입마춤한다.
그래도 품에 안긴 곰녜는 곤한 잠을 잔다.
환웅은 귀기울여 쉼없는 天體의 運行을 듣는다.
이제 머지않아 동이 트리니
桓雄은 하늘 아들 사람의 몸을 벗어야 한다.
桓雄은 홀로 탄식한다.
만남은 瞬間이오 헤어짐은 永遠이로다.
가련하다 연약한 너
나 없이도 살 수 있을까.
차라리 나를 몰랐던들
이보다는 덜 괴로웠으리.
이제 어두운 밤이면
전보다 백 배나 무서움에 떨고, 외로움에 지치리.
나의 사랑, 너 연약한 몸.
그러나 만나고 헤어짐은 생명의 원리
처음이 있은즉 끝이 있나니
땅에 사는 모든 생명의 슬픔이로다.
桓雄은 조용히 곰녜는 어깨를 흔든다.
공중 펄쩍 곰녜는 일어나서 꿈 얘기를 한다.
오른쪽 어깨는 달이 뜨고
왼쪽 어깨는 해가 뜨고
하늘에 샛별이 떨어져 내 입으로 들어 왔네.
신단수 나무 밑에는 커단 범 한 마리
내 품에 안겼으니 이 무슨 꿈이리.
그 꿈은 정녕 하늘 아들을 낳을 胎夢.
네 이제 열 달을 비루서 땅검〔地神〕을 낳으리니
이 땅은 영원히 너희에게 속하리라.
너희는 수고하여 땅을 갈고
그 풍성한 소산을 먹으리니
얼굴에 땀흘려 일할 동안
너희는 외로움을 잊고 보람을 거두리라.
이 땅은 너희의 땅, 축복 받은 땅.
山 높고 물 맑은 아름다운 땅
오랑캐 짐승들이 사방에서 밀려와도
이 땅은 영원히 너희에게 속하리라.
桓雄은 축복하고 하늘로 올라간다. 몸바꿈한다.
온데도 없고 간데도 없으니
곰녜는 공중펄쩍 뛰어 기절한다.
이럴 수가 있으리
어찌 이럴수가.
나혼자 버려두고, 어찌 이럴 수가.
저 하늘아, 어찌 이럴 수가 있으리
나를 사람 만들어 놓고
또 짝을 주고
이제 와서 내 목숨 앗아가네
시퍼런 하늘에 날벼락 쳐라.
하늘이 무너진들 이에서 더하리.
해도 달도 별도 구름도 썩 물러가라.
폭풍아 불어서 다 쓸어버려라.
비야 쏟아져라 天地를 뒤집어라.
이 땅은 사막, 저주받은 땅
풀조차 메뚜기조차 씨를 말리리.
그대 없는 땅,
나 혼자 이 땅을 어찌 지키리.
나는 이 땅에
매이지 않았노라.
연약한 여인 아름다운 곰녜는
일시에 사나운 짐승으로 표변한다.
곰녜의 통곡은 山川을 올리고
처철한 怒號는 天地를 흔든다.
桓雄은 곰녜의 무서운 힘에 놀라고
사나운 짐승으로 표변한 데 놀란다.
桓雄은 공중에서 곰녜를 부른다.
내 사랑 곰녜야
나는 하늘, 너는 땅
네 소원한 바를 잊었느냐.
참 살음 얻어, 사람되기 원하던
네 당초의 소원을 잊었느냐.
나는 네게 참 삶을 주기를 약속했나니
참 삶이 무엇인지 내 말을 들으라.
참 삶은 사랑, 오직 사랑.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뿐 아니라
풀포기 하나하나, 꽃송이 하나하나
짐승과 고기와 새와 모든 생명을 사랑하라
사랑을 주는 것, 오직 주는 것
마음을 주고 몸을 주라.
박한 땅에는 거름을 주고
마른 나무에는 물을 주라.
배고픈 자에게 먹이를 주고
목마른 자에게 마실 것을 주라.
고단한 자에게 쉴 곳을 주고
약한 자에게 위로와 격려를 주라.
사랑을 주는 것, 오직 주는 것
주고서 받기를 원치 말라.
하늘의 해 달은 빛을 주고도, 받지 않고
바람은 모든 생명에게 숨을 주고도 받지 않네.
비는 뿌려서 땅을 적시고
구름은 가려서 그늘을 주건만
오직 줄 뿐, 받지는 않네.
사랑은 주는 것, 오직 주는 것
사랑하되 가지지 말라.
세상 만물은 하늘에 속했을 뿐
다 하나 하나의 삶, 온전한 삶이니
풀잎 하나라도 상하지 말라.
꽃 한 송이도 꺽지 말라.
다람쥐 한 마리도 잡지 말라
사랑은 살리는 것
죽이지 않고 소유하지 않는다.
사랑한다는 이름으로 네가 나를 갖기를 원하느냐.
영원히 갖기를 원하느냐.
네가 아직도 나를 잃었다고 하느냐.
잃을 것도 없고 얻을 것도 없나니라.
잃고 얻음을 말하는 건 소유의 욕심
사랑은 결탄코 욕심이 아니로다.
내 사랑 곰녜야, 분명히 깨달으라.
너 없이 나 못산다는 사랑, 참 사랑 아니로다.
둘이면서 하나요, 하나이면서 둘이로다.
만물은 하나하나 제 각기의 목숨이니
둘의 갈대를 보라, 공중의 새를 보라.
아무리 가늘고 외로워도 하나 하나의
오롯한 삶이로다.
네 만일 열 달을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때
진정코 네 것이라고 말하려면
낳지를 말라.
종신토록 잉태한 채
낳지를 말라.
네 아들 낳는 날의 고통은
오늘의 백 배를 더하리니
하나의 생명에서 또 하나의 생명을
떼어내는 아픔이로다.
아픔 없이는 삶은 무의미한 것
아픔 없이는 새 생명을 창조할 수 없도다.
이 세상 한 가지도 네 소유는 없나니
온갖 생명들은 하루 아침에 목숨 끝나면
한 줌 흙으로 돌아 가리라.
내 사랑 곰녜야, 뼈에 사무쳐 알라.
사랑은 지키는 것, 보살피는 것.
네 어린 아들이 猛獸에게 물릴 때
너는 네 몸을 던져 지키리로다.
죽기를 무릅쓰고 건지리로다.
여린 꽃 한 송이 상한 갈대라도
적은 새 한 마리 병든 사슴 새끼라도
다 이 땅에 태어난 것. 가련한 목숨.
땅을 지키지 않으면 어찌 그 목숨 지키리.
이 세상 한 가지도 네 것은 아니로되
너는 네 몸을 던져 지키라, 보살피라.
네 목숨은 하늘에 속한 목숨
네 몸도 네 것이 아니로되
목숨을 다 하여 네 몸 지키라.
너는 땅, 네가 이 땅을 지키고 보살핌은
소유가 아니라 사랑이로다.
목숨을 다하여 네 몸 지키라.
내 사랑, 곰녜야
나는 하늘, 너는 땅.
네가 삶에 지칠 때 하늘을 보라.
사나운 오랑캐 짐승들이 너를 괴롭힐 때
하늘에 빌라.
이 땅은 영원히 나와 너의 아들에게 속했나니
하늘 땅 끝나도록 함께 지키리라.
네 이제 열 달을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너는 생명의 어머니, 삼신〔生産神〕이 되고
아들은 땅의 검〔神〕, 땅의 임금이로다.
이 땅은 白頭山이 本이요
나라는 아침 해 고운 나라 朝鮮이라 하리라.
西으로 妙香山, 九月山
東으로 金剛山, 雪岳山, 太白山
구부러져 智異山, 漢拏山
山 줄기 줄기마다 山神靈되어
이 나라 땅 끝까지 지키리로다.
영원 무궁토록 지키리로다.
곰녜는 기절한 채 神託을 받고
다시 참다운 사람 몸으로 再生한다.
곰녜의 마음의 傷處는 남았으나
아픔은 곰녜를 成熟케 한다.
아침 햇덩어리처럼 뜨겁게 달쿠고
싸늘한 그믐달처럼 그 마음을 식힌다.
鍛鍊의 나날.
밤에 죽고 아침에 다시 살아나는
再生의 나날.
이제 곰녜는 어둠 속에서도 두려움이 없다.
어떤 짐승도 무섭지 않다.
고독과 不安에 떨던 곰녜는 간 곳이 없다.
새벽이면 찬물에 不淨을 씻고
밤이면 日月星辰을 모시고
다시 살아난 몸
하늘을 향하여 고마움에 절한다.
곰녜의 마음에는 하늘님이 살아 있고
곰녜의 몸에는 하늘 아들이 깃드렸다.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고 석 달이 가니 입덧이 난다.
흙에서 흙내 나고 물에서 물내 난다.
동산에 뙤기 복숭아, 시금털털 개살구,
능금조차 앵두조차 다 따먹는구나.
한 달 두 달 피를 모아
석 달 넉 달 인정 걸어서
다섯 여섯 달에 반짐 걸어서
일곱 여덟 달에 칠성 드려서
아홉 열 달에 해운 받는다.
檀君아기 낳는 날에
곰녜는 神檀樹 나무 그늘에 누워
혼자 産苦를 치룬다.
난데없는 청천 하늘에
흙비조차 돌비조차 천둥이 와장창 지장창 치는데
흙비조차 눈비조차 박수로 날린다.
곰녜는 아픔을 못이겨
하늘을 향하여 소리를 친다.
또 한번 살려달라고 救授의 소리를 친다.
檀君은 드디어 탄생하였다.
곰녜는 胎줄을 끊어 삼을 가른다.
하나의 생명에서 또 하나의 생명이 分離된다.
檀君은 드디어 탄생하였다.
천지 진동하던 폭풍우도 이제 자고
모든 생명은 기쁨의 극치에서 소리가 없다.
하늘에서 오색구름이 내려와
최초의 어머니, 大地의 어머니 곰녜와
땅의 神 단군아기의 둘레를 조용히 싼다.
하늘의 諸神 仙女의 노래 소리는
땅 위의 모든 목숨들의 讚歌와 合하여
檀君아기 탄생을 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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