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로 접어들던 시점 이후 한국은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어 왔다. 냉전 해소에 따른 남북 화해가 2000년 정상회담까지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이다가 정체상태에 빠져들고, 2008년 6자회담 중단 이후 퇴행 단계로 접어들었다.
 
대한민국 건국 이전부터 절대적 후원을 보내 온 미국의 위상과 한국에 대한 태도에도 흔들림이 나타나 왔다. 미국의 경제력이 약화되면서 미국이 한국인을 먹여 살리던 '원조' 시대와 반대로 한국 국방비가 미국 군사산업을 먹여 살리는 상황이 다년간 계속되면서 '동맹'의 의미에 변화가 일어났다.
 
이 불확실성이 한국인의 정치적 선택에 양극화 현상을 불러왔다. 새누리당 지지자와 반대자의 입장이 협상이 불가능한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앞서서 이 대립 자체가 일으키는 마비 현상이 한국의 진로에 큰 장애를 일으키고 있다.
 
이 극단적 대립의 중요한 접점 하나가 한미동맹이다. 한미동맹의 가치를 절대시하면서 일체의 변화에 반대하는 입장이 대립의 큰 축이 되어 있다. 한미동맹의 가치에 대한 관점이 합리적으로 정리된다면 불필요한 대립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역사의 흐름에 비쳐본 한미동맹의 의미를 설명해 보고자 한다. 68년 전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이 나라가 지구 반대편의 미국에게 의지하게 된 것은 어떤 사정이었나. 지난 68년 동안 한국과 미국 두 나라는 어떤 변화를 겪어 왔나. 그리고 두 나라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어떻게 바뀌어 왔나. 21세기에 들어와 세계가 움직여가는 방향은 한국의 입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가.
 
중국 전국시대의 '근교원공'과 '원교근공' 정책 사이의 차이를 다시 음미해 보게 된다. 가까운 상대와의 대립은 먼 상대와의 대립에 비해 부담이 크다. 가급적 이웃과 불화를 피하는 '근교원공'이 정상 상태에서는 유리한 정책이다.
 
'원교근공' 현상은 특별한 상황에서 특정한 목적을 위해 펼쳐지는 것이다.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에서 천하통일을 앞두고 범수의 헌책을 채택했던 것처럼. 그리고 냉전시대에 펼쳐진 것처럼. 냉전시대의 특별한 상황이 냉전과 함께 끝나고 새로운 세계체제가 '근교원공'의 원리에 따라 빚어지는 흐름을 살펴본다.
 
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