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ymour M Lipset, American Exceptionalism, a Double-edged Sword

 

"위협받는 미국 자부심 회생 강조"

"불만스런 현상들이 장래 불안 부채질해도 역사적인 '예외성' 여전, 의식조사 통해 확인"

 

 

누가 봐도 미국은 보통 나라가 아니다. 남한의 1백 배가 넘는 면적이나 2억5천만의 인구도 물론 미국이 세계 굴지의 대국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국의 놀라운 점은 2차대전 이후 50년 이상 최강의 군사대국과 최대의 경제대국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데 있다.

 

이런 양적인 면을 떠나 질적인 면을 살펴봐도 미국은 여러 모로 놀라운 나라다. 무엇보다 이 나라에는 역사의 뿌리가 없다. 고대사도 중세사도 없이 불쑥 하나의 근대국가로서 나타난 것이다. 아테나 여신이 제우스의 머리에서 나오듯.

 

그리고 '아메리칸 드림'이 있다. '민족의 용광로'라는 것이 섞어놓기만 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이민들이 이 평등한 기회의 꿈에 취해 스스로 뿜은 열기가 이 용광로를 달궜던 것이다.

 

1830년대에 미국을 방문한 알렉시스 드 토크빌 이래 프리드리히 엥겔스, 카를 마르크스, 막스 베버 등 유럽의 저명한 사상가들은 모두 미국을 철저한 부르주아사회, 가장 선진적인 국가형태로 인정했다. 미국인들이 세계 어느 나라와도 다른 자기 나라의 예외성을 자랑스럽게 생각한 것은 물론이다.

 

근래 들어 미국인들은 이 예외성에 회의를 품기 시작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일본과 독일 등에 경제적인 위협을 받기 시작하면서 생긴 이 불안감은 공산권 붕괴로 군사대국의 의미가 퇴색하면서 더 널리 번져가고 있다. 미국 내의 여러 가지 불만스러운 현상들이 이런 불안감을 부채질한다. 높은 범죄율, 낮은 투표율, 교육계의 침체, 결손가정 증가, 마약 창궐, 빈민층 발생 등이 미국인의 자부심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세이머 립셋의 <미국은 특별하다>는 이런 불안을 가라앉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책이다. 그는 미국의 예외성이 하나의 역사적 사실임을 밝히고 그 예외성이 지금까지도 큰 변화 없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근년의 방대한 의식조사 자료를 통해 확인한다. 그리고 이 예외성이 미국의 경제대국으로서의 위상을 지켜주리라고 전망한다.

 

봉건주의 잔재가 없었다는 점이 이 예외성의 출발점이다. 애초에 고정된 계급제도가 없었으니 이 신생국의 평등주의란 집단을 대상으로 결과를 고르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을 대상으로 기회를 균등하게 하는 '능력주의'로 방향을 잡게 된 것이다.

 

정-교 분리의 세속국가로 출발한 것도 중요한 특징이었다. 종교가 제도적인 지배력을 발휘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의 신앙심이 손상받지 않을 수 있었다. 이 신앙심이 사람들을 독단적이리만큼 강한 도덕성으로 이끈다. 식민주의든, 전체주의든, 공산주의든, 사담 후세인이든, 미국인들이 전쟁 상대를 꼭 악마로 여겨야만 하고 상대로부터 무조건 항복을 받아내려고만 드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초기 미국의 지배적 교회 형태가 분파적 개신교였다는 점도 지적된다. 립셋은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1920년)을 바탕에 깔고 개신교의 분파주의가 국가권력의 팽창을 꺼리는 자유방임주의로 연결되었음을 논한다. 오늘날까지 대통령 선거공약에 꼭 끼는 '작은 정부' 개념이 이것이다.

 

제1부에서 유럽 여러 나라 및 캐나다와의 비교를 통해 미국의 예외성을 확인한 다음 제2부에서는 미국의 예외성을 일반화하는 데 반론의 초점이 될 만한 몇 가지 현상(흑인-유태인-지식인)을 다뤘다. 저자는 이것을 미국의 "예외성에 대한 예외"라고 설명했지만, 과연 흑인 문제 같은 것을 하나의 '예외'로 깔고 넘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 인구의 10퍼센트 이상을 점하는 흑인은 립셋이 말하는 미국의 예외성의 좋은 점에서 소외돼 지내왔다. 반면 인구의 2.5퍼센트인 유태인은 능력주의의 혜택을 집중적으로 누려왔다. 미국 최대의 부호 160명 중 40퍼센트가 유태인이고 교수직의 30퍼센트를 비롯해 유태인의 고급 직종 점유율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 이 책에도 밝혀져 있다. 유태인 저자가 이 두 집단의 문제를 전체 양상에 관계 없는 '예외'로 취급한 것을 흑인 독자들은 어떻게 볼까.

 

한국 독자에게 특히 흥미로울 만한 부분은 미국과 일본을 비교한 제3부다. 태평양을 사이에 둔 두 나라는 선진국들 중 여러 면에서 가장 대조적인 나라들이다. 여기 인용된 통계 중 재미있는 한 가지는 1992년 CNN방송에서 행한 것이다. 16개국 국민을 상대로 어느 나라가 10년 후 최고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냐고 물은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미국이 42퍼센트, 일본이 20퍼센트, 독일이 8퍼센트의 득표로 1, 2, 3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국가별로는 15개국에서 미국이 1위로 나오고 꼭 한 나라에서 일본이 1위로 나왔다. 어디였을까? 일본에서도 미국이 거의 더블스코어로 1위를 차지했다. 일본에 1위를 준 유일한 나라는 바로 한국이었다. 우리가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에 특이성이 있다는 사실도 나름대로의 진단을 필요로 하는 일일 것이다. (1996년 6월 16일)

 

 

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