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구약 창세기 제1장에서 지구와 지구상의 모든 생물에 대한 인간의 권능을 규정한 대목이다. 자연 속에서 인간의 위치는 다른 생물들과 원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이 종교계의 완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까닭도 여기 있다. 모든 생물의 존재의미를 창조주와 관계없이 그들 사이의 상호관계 속에서 풀어내는 것이 진화론의 혁명성이었다. 따라서 인간이라는 생물종도 다른 모든 생물종과 마찬가지 자연법칙에 따라 빚어진 것으로 진화론은 본다.


그러나 인류가 다른 생물들 위에 군림하는 독특한 위치를 굳혀온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것은 1만년 전부터 시작된 ‘농업혁명’에 따른 현상이다. 창세기의 인간권능 규정도 농업혁명의 성과에 도취된 분위기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인간에게 유용한 생물종을 재배, 사육하는 것이 농업이다. 쓸모없거나 해로운 생물종을 배제시키는 것도 여기 함축되어 있다. 생태계 조작은 인류문명의 본질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유전자 조작이 새삼스레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농업혁명 이후 처음으로 인류는 ‘자원의 벽’을 느끼고 있다. 농업혁명 이전 수십만 년간 인류의 개체수는 백만에서 5백만 사이에 머물러 있었다 한다. 농업혁명으로 온 지구 표면의 광대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 된 덕분에 1만년 동안 인구가 수천 배로 늘어난 것이다.


기술의 발달이란 곧 자연으로부터 자원을 뽑아 쓰는 능력을 키워 온 일이다. 근래까지 인류는 자원이 무한하다는 전제하에 기술을 발달시켜 왔다. 산업혁명의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동안 그 벽이 코앞에 나타나자 인류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액셀러레이터를 더 콱 밟아 정면돌파를 감행할 것인가, 브레이크를 밟고 새로운 태도를 세워볼 것인가? 유전자 조작은 더욱 강력한 액셀러레이터의 힘을 약속한다.


그러나 망설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진보는 무조건 좋은 것이라 하는 근대인의 믿음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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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