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20세기> 작업을 1년 가까이 구상해 왔다. <해방일기>로부터 넓혀 나가는 방향이고, 잘 해낼 경우 매우 중요한 업적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구상을 시작할 때 <해방일기>에 버금가는 크기의 작업으로 생각했다. 2년은 착실히 걸릴 것 같았다. 그런데 컨셉트를 세워나가던 중 이와나미강좌로 나온 <동아시아 근현대통사>를 입수하고 보니 내가 원하는 방향의 준비가 생각 외로 잘 되어 있었다. 그것을 발판으로 하면 1년 작업으로 해낼 수 있겠다는 판단이 되었다.

 

한 숨 돌리고 나서 생각을 되돌려 봤다. 4년 전에 하고 싶었던 작업 접어놓은 것이 있다. <밖에서 본 한국사>와 함께 3부작을 이루도록 동양사와 세계사를 한 권씩으로 정리하는 작업. <뉴라이트 비판>, <망국의 역사>, <해방일기>로 작업이 펼쳐져 나오는 바람에 접어뒀던 것이다. 그것도 두 권 합쳐서 1년가량의 작업이 될 것이다.

 

<해방일기>의 다음 작업을 내년 초에 시작할 수 있을 듯한데, 어느 것을 먼저 할지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동아시아의 20세기>로 넘어갈지, 아니면 3부작으로 돌아갈지. 중요성으로 봐서는 난형난제다. ("도토리 키재기"란 말을 떠올리는 분이 없기를.) 어느 쪽이든 역사학도로서 더 바랄 수 없이 만족스러운 과제가 될 것이다.

 

요즘 들어 3부작 쪽으로 마음이 끌리고 있다. <뉴라이트 비판> 이래 4년째 현대사 쪽으로 생각이 쏠려 왔고 <동아시아의 20세기> 역시 그 방향인데,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넓게 바라보는 3부작 작업을 먼저 해서 감각을 좀 풀어놓은 뒤에 현대사 작업으로 다시 돌아오는 편이 여러 모로 효과가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좀 더 생각을 굴려봐야겠다. 8월경까지 방향을 정하고, 연말까지 준비를 하면 내년 초에 본격적 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동안 "동아시아의 20세기"로 걸어놓았던 이 카테고리 간판을 "뭘 할까?"로 당분간 바꿔놓는다.

 

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