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중에서 진지한 정치적 토론에 익숙한 사람들, 자기 관점만이 아니라 다른 관점도 설명할 수 있는 지성을 갖춘 사람들, 높은 수준의 객관성 있는 정치적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정치에 잘 참여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들은 깊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래서 유권자의 무지 문제에는 직설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 유권자 교육. J T 켈리는 최근의 책에서 프레임이라고 하는 한 가지 인식상의 편향성이 정치적 행위에 끼치는 영향을 논했다. 그는 한 가지 문제에 대한 서로 형태는 다르면서도 내용은 같은 표현이 정치적 결정에는 상당히 큰 차이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프레임 효과 같은 인식상의 결함을 극복하기 위한 공공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그는 제안했다. 그런데 그가 지적하는 문제는 공공교육이 편향성을 해소하는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런 프로그램에는 비용이 많이 들고 전문성에 대한 존중을 필요로 한다. 미국처럼 큰 정부에 반대하고 엘리티즘을 배척하는 정치문화 속에서 그런 프로그램의 광범한 시행은 바랄 수 없는 일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사실은 인식상의 편향성을 극복할 필요가 제일 큰 바로 그 사람들이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에 전혀 귀를 기울이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브레넌은 The Ethics of Voting 후기에 인식상의 편향성을 벗어나는 요령 몇 가지를 제시했는데, “1년 동안 당신의 지금 관점을 뒷받침하는 글을 아무것도 읽지 마시오.” 같은 식이다. 이런 충고를 사람들이 따른다면 당분간 정치의 장이 극단주의자와 독단주의자에게 점령당하는 정치적 마비상태가 일어날 것이다. 잘못된(비도덕적이거나 비합리적인) 투표를 할 경향이 있는 사람들은 투표를 삼가야 할 것이라고 브레넌은 이야기하지만, 해당되는 사람 중 그의 글을 차분히 읽고 충고를 받아들일 사람이 몇이나 될까?

브레넌은 말한다. “동성결혼이 구역질나는 일이라는 이유로 반대투표를 하는 사람은 다른 대개의 경우에도 잘못된 투표를 하기 쉽다.” 어떤 동성연애 반대자(또는 독실한 기독교인)가 이 글을 읽고 그래, 맞아! 나는 투표를 안해야 돼.” 하는 반응을 보일까? 무지한 유권자에게 당신의 정치적 신념이 틀린 것이라고 가르쳐줌으로써 투표권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보이지 않는다.

 

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