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21. 15:56
일찍이 얼굴은 못 봤지만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니
길을 가다 만난들 어찌 당신을 모르겠소?
소하처럼 공정한 관리는 다 필요없는 세상,
장물이 있거든 뒷마당으로 날라가 나눠 가지십시다.
밤이슬 맞으며 고생하는 우리들 제발 가련히 보시고
앉은 당신은 3 할, 나다니는 우리는 5 할만 떼어주시오.
당신은 우리 행실이 공명치 못하다 말하지만
법대로 처신하면 우리가 어떻게 먹고 산단 말이오?
당신은 '봉공'을 핑계로 백성들 앞에 으르렁대지만,
우리야 어느 누가 당신처럼 걸어온 길 편안합디까?
당신은 달마다 월급 받고 날마다 식량까지 받지만
우리들 옷가지와 음식은 대관절 어디 있소이까!
당신이 5 할이고 3 할이고 모두 불허한다면
나는 무력에 의지해서 창고를 털러 가겠소.
나를 도적으로 내몬 자 어찌 당신이 아니겠소!
당나라 李涉이 쓴 "贈盜詩"를 명나라 李䞇(이탁오)가 <焚書>에 실어놓은 것인데, 생각나서 옮겨 놓습니다. 성 아무개가 누구누구에게 하는 이야기 같지 않나요? <분서 2>(김혜경 옮김, 한길사 펴냄)241-242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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