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기적 아닌 기적


19세기 초부터 영국 식민지로 있던 싱가포르가 1959년 자치정부를 세울 때 리콴유의 국민행동당은 의회 51석 중 43석을 석권했다. 그러나 리콴유는 바로 행정부를 구성할 것을 거부하고 3년 전 구속된 국민행동당 좌파 인사들의 석방을 요구하여 그들이 석방된 뒤에야 행정부를 구성했다. 좌파는 그 전에도 후에도 리콴유에 대한 최대의 반대세력이었다. 그럼에도 좌파를 적극 포용함으로써 리콴유는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

싱가포르는 1963년 말레이연방에 자진 가입했다. 도시국가 싱가포르의 정치적-경제적 독립 유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리콴유의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인구의 4분의 3이 중국계인 싱가포르는 결국 연방에 융화되지 못하고 2년 후 쫓겨나듯 독립했다.

6백여 제곱킬로미터의 면적에 독립 당시 2백만의 인구를 가진 싱가포르는 부존자원은커녕 먹는 물조차 수입해야 하는 나라였다. 게다가 제국주의시대에 급성장한 항구도시로서 사회질서의 뿌리도 없었다. 핵무기시대를 맞아 군사적 요충지의 의미도 사라진 마당에 제국주의가 물러간 뒤 그 경제적 요충지로서의 의미도 불확실했다. 탐욕스러운 중국인이 득실거리고 공산주의가 만연한 이 위험한 도시가 말레이연방에게는 반가운 식구가 아니었다.

독립 후 싱가포르의 지상과제는 생존이었다. 그러나 리콴유의 지도 아래 싱가포르는 생존은커녕 세계를 놀라게 할 번영의 기초를 쌓았다. 이 기적적 성공은 싱가포르의 특이한 조건 가운데 유리한 것은 최대한 살려내고 불리한 것은 극력 억제하는 꾸준한 정책의 성과였다.

중국인은 별로 깨끗하지 못하다는 평판을 아직도 갖고 있다. 중국 안이든 밖이든 중국인 거주지역이라면 지저분할 것을 사람들은 예상한다. 그런데 싱가포르는 깨끗하다. 싱가포르를 깨끗이 만든 정책의 예로 ‘오줌경보기’를 말하는 이들이 있다. 엘리베이터에 방뇨하는 짓을 막기 위해 오줌경보기를 설치, 오줌 냄새가 나면 경비실에서 경보를 받고 뛰어올 때까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국가경쟁력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는 이 아름답고 깨끗한 ‘정원(庭園)국가’를 만들어온 정책의 꾸준한 기조는 현실주의였다. 오줌경보기뿐 아니라 태형(笞刑)의 시행 등으로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외교적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필요한 현실 문제에 한눈팔지 않고 매달려온 결과가 오늘의 번영이라면 배울 점이 있는지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어제 여정민 기자의 “민노-경향, '북한 3대 세습' 놓고 정면충돌” 기사를 보며 싱가포르 생각이 났다. 싱가포르는 자유민주주의로 이름 날리는 나라가 아니다. 프리덤하우스의 최근 <세계자유보고서>에 자유국가 89개국, 반(半)자유국가 58개국, 비자유국가 47개국을 분류하는 가운데 싱가포르는 반자유국가에 속한다. 그러나 싱가포르 주민들의 삶의 질은 아시아 최고, 세계 굴지로 누구나 인정한다. 자유와 삶의 질이 엄격하게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독립 이전인 1959년부터 지금까지 국민행동당이 정권을 독점해 왔다. 리콴유(1923~ )는 1990년까지 총리직을 지키다가 고촉통에게 자리를 넘겼지만 ‘원로장관(senior minister)’이란 이름으로 내각에 남았고, 부총리를 맡은 그 아들 리셴룽이 실세로 인식되었다. 2004년 리셴룽이 총리가 되자 리콴유는 ‘스승장관(minister mentor)’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으로 직함을 바꿨다.


싱가포르에서는 권력이 분명히 세습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싱가포르 사람들을 불쌍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러워한다.


2005년 6월 한 중국 텔레비전과의 회견에서 리콴유는 국가지도력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틈새를 찾아야 합니다. 작은 나라이면서도 인류에게 유용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작은 구석들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꼭대기에 뛰어난 통찰력과 훌륭한 품성을 가진 정책결정자들이 있어야 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마음을 여는, 우리가 해 온 것처럼 기회를 잡을 줄 아는 사람들이 있어야 합니다. (...) 내가 해 온 일이란 사실에 있어서 후계자들을 찾아내는 일이었습니다. 찾아낸 사람들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들이 할 일은 자기네 후계자들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재능 있고, 헌신적이고, 정직하고 유능한 사람들,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끊임없는 물결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이뤄지면 또 하나의 세대에게 임무가 넘어가고, 또 넘어가게 됩니다. 이 물결이 끊어지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납니다.”


여정민의 어제 기사를 보면 민노당은 애초 “북한 후계구도와 관련해 우리 국민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하더라도 북한 문제는 북한이 결정할 문제라고 보는 것이 남북 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이란 논평을 낸 모양이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말이다. 북한의 권력 세습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 것인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싱가포르에 관해서 만큼도 모른다.


잘 모르면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싱가포르의 경우를 봐서는 권력 세습 자체가 그렇게 끔찍한 일은 아니다. 아마 북한 지도자들이 권력 승계에 관해 하는 말도 위에 인용한 리콴유의 말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북한이 많은 문제를 가진 사회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문제가 미국의 봉쇄정책과 적대정책을 비롯한 외부 조건에 기인한 것이냐, 아니면 북한 지도 집단의 내재적 문제에 기인한 것이냐 하는 데는 사람들의 의견에 많은 차이가 있다. 북한의 내부 문제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흔히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을 무조건 나쁜 쪽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중에는 북한을 적대시하기 위해 무조건 북한을 비난하려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민주주의가 비용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민주국가도 큰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비상사태 하에서는 일시적으로라도 민주적 권리를 보류한다. 리콴유의 이야기도 싱가포르가 작은 나라라서 지도력 승계에 비용 절감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권력 세습’에는 비용 절감의 효과가 분명히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주민의 권리와 자유에 얼마간의 제약을 가하더라도 그 제약이 공평하고 공정한 것이라면 그리 큰 불만을 일으키지 않을 것 같다. 똑같은 국부(國富)를 가지고도 분배가 공평-공정하지 못할 때 불만이 크다는 사실을 우리는 절감하고 있지 않은가?


어려운 문제가 크게 일어날 때 ‘총체적 난국’이란 말을 많이 쓴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총체적 난국을 겪는 사회다. 우리 사회에서는 높은 자리라면 자기 자격도 돌아보지 않고 그저 좋아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지만, 그런 어려운 사회에서는 책임이 큰 자리를 아무나 함부로 넘보지 못할 것 같다. 세습이건 뭐건 웬만큼 자격 갖춘 사람이 책임을 맡아주겠다고 나서면 대다수 사람들이 고마워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북한의 문제를 지적하려면 권력 세습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필요하게 된 이유를 따져야 할 것이다.


<경향신문> 사설은 민노당의 입장을 “북한을 무조건 감싸주려는 것”이며 “냉전시대의 잔재”라고 몰아붙였다고 한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북한 문제는 북한이 결정할 문제라고 보는 것”이 어째서 북한을 감싸주는 것인가? 권력 세습이 무슨 천인공노할 절대악이라도 된단 말인가?


권력 세습은 문명 발생 이래 대다수 인류가 역사의 대부분 기간을 통해 겪어 온 일이다. 근대 세계에서 이 제도가 사라진 것은 사회-경제-문화적 조건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특정 사회의 조건에 따라서는 그 존속이 바람직한 것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북한처럼 각박한 조건에 처해 있는 사회에서 경쟁을 통해 권력을 장악한 자들이 당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계층의 세금을 대폭 깎아준다든지, 개인적 이득을 위해 강바닥을 온통 파헤친다든지 한다면 그 사회가 견뎌낼 수 있겠는가?


이 사설에 대한 민노당 일각의 반발이 있은 뒤 나온 이대근의 7일자 논설은 더 심하다. "내정간섭 배제 논리는 국가의 권위는 절대적이어서 그 국가가 시민과 어떤 관계를 맺든, 국가가 시민들을 어떻게 학대하든 외부세계는 절대 개입할 수 없다는 논리이자 국가 주권을 절대시하는 위험한 사고"라고 했다는데, 국가절대주의자가 아니라면 내정간섭을 허용해야 한단 말인가? 이야말로 정말 위험한 제국주의 논리다.


내 잣대로 남의 잘잘못을 재단하는 짓은 제국주의만이 아니라 인류 역사를 통해 강자가 약자를 침해할 때 상투적으로 써 온 수법이다. 이것이 지나치면 벌거벗은 힘이 날뛰는 폭력의 세계에 빠지기 때문에 최소한의 약자 보호를 위해 세워진 원리의 하나가 ‘국가주권’이다. 국가주권을 침해하는 내정간섭은 극도로 조심스러워야 하는 것이다. 국가의 권위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해서 마음대로 행한다면 나도 남에게 그런 간섭을 당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북한 주민들이 3대 세습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북한 주민에 대한 대단한 모독"이라 하고 "그들은 자기 지도자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세습을 당연시하는 어리석은 백성들이니 보편적 기준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는데, 주민들이 스스로 선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확인했는가? 후계자가 주민들의 선택을 받도록 공을 들일 만큼 들이는 것으로 나는 알고 있다.


북한도 남한도 정치 수준에 각기 나름대로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남한에서 권력이 폭력에 의지하는 미개한 수준을 벗어난 지도 그리 오래지 않고, 군사독재가 끝난 후의 정치 수준도 남 보기 부끄러운 수준에 머물러 있다. 권력 세습을 하더라도 리콴유 부자처럼만 한다면 부러울 지경이다. 우리 국민이 ‘선택’한 권력자 중에 그들 부자만한 식견과 책임감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되었던가?


북한에 언론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사회의 자기성찰 기능이 약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가까운 우리가 싫은 소리 듣더라도 열심히 비판해 줄 필요가 있기는 있다. 그러나 적절한 비판이어야 한다. 배추 값이 올라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왜 양배추 김치를 먹지 않느냐”는 식의 비판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북한의 권력 세습은 현대 상황에 바람직하지 않은 정치 행태라고 나도 생각하며 그로부터 벗어나기 바란다. 하지만 지금의 북한 사정으로는 적합한 권력 승계방법일 수도 있는 것이고, 그 자체가 절대악은 아니다. 이것을 절대악처럼 내거는 것은 북한의 문제를 모두 북한 자체의 책임으로 몰아붙이는 대결주의자들의 프로퍼갠더일 뿐이다. <경향신문>이 이에 동조하는 까닭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Posted by 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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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09 21:19

    3대에 걸친 북한의 권력 세습을 '절대악'으로 비판하는 건 현명하지 못한 태도이지만, 그렇다고 순전히 북한의 '내부 사정' 혹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이해만 하고 넘어가기에도 뭔가 찜찜한 구석이 많습니다.

    남한 진보개혁 세력의 입장에서 나름 추구하는 보편과 특수의 조합이 있을 거고, 그런 기준에 근거해서 북한 권력세습 문제를 '비판적'으로 대해야 한다고 봅니다. 남북 문제나 통일에 대한 전략적 고려와 함께 국내 정치 차원의 전술적 고려 또한 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제 입장에선 전략적으로나 전술적으로 볼 때 북한의 인권 문제, 권력 세습 문제, 핵 개발이나 군사 도발 문제 등에 대해선 원칙적이고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고, 남북 교류나 협력 문제에 대해선 유연하고 포용적인 노선을 결합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고 또 합리적인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면 최소한 '삼성의 경영 세습은 반대하면서 북한의 권력 세습엔 왜 눈을 감느냐'는 보수파들의 비아냥을 받지는 않으리라 봅니다. (그런데, 보수세력들은 북한 권력 세습엔 그토록 분노하면서 재벌 경영세습에 대해선 왜 꿀먹은 벙어리일까요? 국가 권력과 기업 권력은 달라서?)

  2. 2010.10.09 21:23

    선생님, 그리고 본문 중에 오타가 두어개 있는 듯합니다.

    보존자원-->부존자원

    그러나 리콴유의 지도 아래 싱가포르는 생존은커녕 세계를 놀라게 할 번영의 기초를 쌓았다.
    -->생존은 물론(말할 것도 없고) ..기초까지

    • 2010.10.09 23:21

      두 꼭지 댓글 다 고맙습니다. '커녕'은 생각 못한 지적이네요. 그냥 괜찮은 것도 같고... 좀 더 생각해 볼게요.

      '세습'보다 더 큰 문제가 '인권'입니다. 저는 이게 대결주의자들의 '프레임'질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우리 사회의 진보가 걸려들기 쉬운 약점 같아서 대응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3. 2010.10.10 01:52

    본문에서 '북한의 문제를 지적하려면 권력 세습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필요하게 된 이유를 따져야 할 것이다.' 라고 하셨는데, 제가 보기엔 권력 세습으로 파생된 신분제, 맹목적인 주체사상, 부정부패가 그 이유가 될것 같습니다.
    구소련 붕괴 이후 북한과 한판 뜨려는 미국의 대북제재 역사는 저도 읽어보았지만, 그 기간동안 북 정권의 대응을 보자니 권력 유지를 위한 것이지 전혀 국민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권력승계를 또 한다면, 정은이 능력이 있든 없든 의심하고 우려의 목소리를 낼 만 하다고 봅니다.

    '자유와 삶의 질이 엄격하게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라고 하셨는데, 싱가포르는 수많은 독재 실패 사례중의 한 예외이지 일반화 시킬 근거로 사용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와 동남아의 수많은 독재/준독재 국가들은 예외없이 모두 실패했습니다.

    진보진영에 '인권'문제는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모든게 다 먹고살려는거 아닙니까? 먹고사는 '생존권', 의사표현을 자유롭게 할 '표현의 자유', 지도자를 뽑을 '선거권'등 각종 인권이 가장 잘 보장될 수 있는 체제가 민주주의라 믿습니다

    • 2010.10.10 01:54

      선생님을 존경하던 독자중 한 사람입니다.
      이번 글은 매우 미묘한 경계를 타신 것 같은데,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다분하다고 생각됩니다.
      벌써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 일지도 모르겠군요...

    • 2010.10.10 09:50

      반갑습니다, 개츠비님.
      이 글 쓰면서 경향신문 사이트 찾아가고 싶은 유혹을 꾹 눌렀습니다. 작년 7월 이후 절독하고 있으니까요. 프레시안 기사에 인용된 내용만 보고 논평했습니다.
      문제의 사설이나 이대근씨 글의 전체 논점은 그러니까 모르죠. 그러나 인용된 대목의 표현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었습니다.
      자유와 삶의 질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지나친 믿음을 좀 깎아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아프리카-동남아의 독재-준독재 국가들의 실패를 말씀하시는데, 그러면 자유민주주의로 크게 성공한 나라는?
      저는 정치적으로 보수주의를 표방하는데, 이것은 좌우를 떠나 '근대적 믿음'에 대한 전반적 반성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인권이든 민주주의든, 평등이든 공산주의든, 모든 절대적인 믿음에 대해서는 특정한 역사적 상황에 의해 극단화된 면이 없는지 따져보려 합니다.

  4. 2010.10.10 09:15

    대의제 권력과 세습제 권력을 선과 악으로 단순 구분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나아가 민주주의(대의제)의 교조화 역시 경계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북의 3대 세습에 대한 '민노-경향'간의 논쟁 비판에서 싱가폴의 경우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한 예가 아닌 것 같습니다.(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을 것 같구요) 북의 세습 권력과 싱가폴의 세습적 권력 구조는 그 성격과 내용에서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세습 권력에도 좋은 예와 나쁜 예는 명확히 구분되니까요. 덧붙여 북의 경우 '인권' 문제의 뿌리도 권력 '세습'에서 비롯되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대결주의자 혹은 제국주의 사고를 가진이들이 이를 이용하는 측면이 있더라도) 그리고 프레임(?)은 클레임을 말씀하시는 건지요? 잘 몰라서...

    저 역시 (선생님의 글을 좋아하는) '독자'랍니다^^;

    • 2010.10.10 09:34

      ㅎㅎ 좀 아슬아슬한 글을 올리니까 마음속으로만 아껴주시던 소회공님도 이렇게 나서주시고... 좋은 점이 있네요.
      어떤 비유에도 적절성의 한계가 있는 것이지만, 마침 싱가포르에 관해 써놓은 글이 있고, 최소한의 적절성은 되는 것 같아서 붙여놓았습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싶을 때 인권 문제를 들이대 왔죠. 중국 자신은 콧방귀나 뀔 소리지만, 미국을 무시할 수 없는 나라들에게는 "인권을 존중할 줄 아는 자라면 내 주장에 따라야 한다"는 압력을 주죠. 최근 이란에 대한 한국의 조치도 그런 틀에 따른 것이고요. 그것을 저는 '프레임'질로 봅니다.

  5. 2010.10.10 11:29

    "이정희의원이 내눈에 띈것은 진보신당과의 관계를 말하면서 종북주의자라는 말은 차마 입에 올릴수 없었다고 했을때였다. 만 하루만에 인터넷에접속했더니 북의 세습을 두고 논쟁이 붙었다고 한다. 북의 세습이 옳다고 보지 않지만 지금 남이 할 수 있는 건 세습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저런 북한과 불필요한 대립을 막고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오늘 논쟁을 보며 내가 이정희의원을 잘봤구나 싶다. 민노당의 어떤 정책, 예를들어 한미FTA나 용산기지 대추리 이전 반대 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지만, 북에 대한 입장은 민노당의 선택이 현실적으로 책임있는 정당으로서는 적절하다고 본다."

    제가 어제 제 트윗에 올린 말입니다. 남한 사람 개개인이 북한의 세습을 비판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그건 남한 사람들이 어떻게든 선택한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체가 허용하고 용인하는 권리입니다. 하지만, 공당에게 무조건 비판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뿐만 아니라 공당이 마치 개인들처럼 똑같이 발언해야 하는가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민노당이 책임있는 수권 정당을 지향한다면-진보만 하다 말 것이 아니라- 남북 문제도 거시적이고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그에 걸맞는 입장을 취해야 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랬지요. 평화를 위해서는 악과도 대화해야 한다고. 대화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대화의 장에 나올수 있게 배려해야 합나다. 민노당이 북과 대화의 당사자가 되었을때, 되기위해서라도 함부로 생각나는대로 진보라는 소리 듣기 위해 북을 개인처럼 비판하고 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음...아무래도 저는 선생님 취향인듯..zz

    • 2010.10.10 22:06

      ㅎㅎ 취향이 그런 것 같네요. 바둑에서 착점을 정할 때 '큰 곳'보다 '급한 곳'으로 가야 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권력 세습이 큰 문제라 하더라도 그것을 문제의 근원처럼 생각할 것은 아니라고 저는 봅니다.

  6. 2010.10.11 01:16

    싱가포르와 북한의 국민소득 차이가 얼마죠? 비교가치가 된다고 생각합니까
    김정일이 북한을 아시아 최고의 선진국으로 만들었다면 그 똑똑한 유전자를 이어받은 김정은이 후계자가 되도
    이해 하겠네요.
    세계 최빈국으로 만든 김정일의 미니미가 또 탄생한다니 ,, 답답하군요
    그렇게 비교할 나라가 없었던가요, 역사에 대한 빈곤한 지식이 노출되는군요
    아니면 도저히 비교할 나라가 없어 불가피하게 끌어 댕기다보니 무리수를 뒀던가
    왜, 차오세스쿠가 있지 않습니까, 그밖에 아프리카 등에도 많습니다.
    아들에게 물려주려다, 동생에게 물려주려다 나라 거덜낸 인간들
    그 후진국중 하나에 북한이 또한번 들어가려는데, 뭘 그렇게 어렵게 싱가포르 예까지 드시나요

    차라리, 태종이 똑똑한 아들 세종을 19살에 물려준것도 있는데, 27살 김정은은 오히려 나이가
    많다고 말하시지요. 뭐 괜찮습니다. 어차피 한민족이 스스로 왕을 세운 것은 불과 반세기밖에
    되지 않으니까, 한민족의 유전자에는 불사이군에 군사부일체 등 임금을 존귀하게 모시려는, 고귀한 신분에 대한 복종심이 뿌리깊이
    박혀 있으나까요, 다만 북쪽은 아직 그 유전자를 고귀하게 간직하고 있을 뿐이지
    북한사람들 아마 김정은 세습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걸 욕해서도 안되죠
    다만, 이렇게까지 만든 김일성, 김정일, 이제 김정은같은 놈들이 미울뿐이죠

  7. 2010.10.12 08:59

    문제는 '인권'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들의 문제를 그들이 결정하는 것을 두고 '절대 악'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스산하기 까지 합니다. 어제 진중권씨가 비판했다는 기사(경향, 진중권씨의 글을 읽어보지 않았습니다)를 보고, 문득 해방 후 찬탁과 반탁의 상황이 얼핏 떠 올랐습니다. 특히 아직도 잘 이해가 안되는 '김구의 반탁' 모습이 진중권씨에게 그대로 투사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구의 정치력'이 그 분이 가지고 계시던 상징성을 쫒아 가지 못했듯이, 역으로 진중권씨의 비판이 강력한 선동의 무기는 될 수 있어도, 깊이 있는 성찰과 방향은 결코 될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

  8. 2010.10.12 12:11

    저도 어제 경향신문에 인용된 진중권씨 의견을 보고 녹두님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선동성이 강한 비판, 지나친 금속성을 띤 언어, 인간에 대한 무례함...그런 인상을 받았습니다.

  9. 2010.10.12 19:43 신고

    저도 진중권의 글 인용된 것을 봤는데, 제가 '정상적 의사소통을 거부'한다는 말에 "픽!" 웃음이 나오는 걸 어쩔 수 없었네요. 좋은 재주를 많이 가진 사람 같은데, 소통의 범위를 스스로 좁혀 나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제 글이 거론된 기사와 글을 검색해서 대충 훑어봤는데, 주말에 시간 내서 한 차례 더 써야겠습니다.

  10. 2010.10.13 14:52

    북한을 바라보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을 주적으로 두는 상황에서 3대 세습반대를 논하는 자체가 다 쓸모없는 짓입니다. 오로지 김정일 정권을 무너트리는데 몰두해야 하지요. 그러면 전쟁을 하자는 것입니다. 아니라면 가증을 떨거나 다른 의도가 있는 일입니다.

    세습정권을 이루려는 그룹과 북한 동포를 나누는 것에 대해서는 시비를 걸지 않겠습니다. 그렇다고 그 두 그룹이 전혀 다른 개체라고 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선생님도 지적하셨듯이 미국이 이락크를 침공한 논리가 그러했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제국주의가 약소국을 침범했을 때의 당위성이 늘 그런 식이었으니까요.

    북한 정권 자체를 부정하고는 평화라는 말은 꺼내지 말아야 합니다. 오로지 대결과 그 끝은 전쟁일 뿐입니다. 북한 정권이 속절없이 무너지면 통일이 될 성 싶은가?
    중국이 접수를 하거나 중국과 러시아의 입김이 더 들어간 정권이 세워 질 것은 빤한 이치 입니다. 이런 저런 정황을 살피지 않고 무조건 비판하고 대결구도로 몰아가서 무슨 이득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북한이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부각시키면서 내부 결속을 다지는 집단들은 사실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을 제로로 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진짜 전쟁이 터지면 다 도망갈 인간들이 말입니다. 전쟁의 가능성을 단 1% 올리려는 집단은 광기 충만한 자들입니다. 미친 놈들 입니다.

  11. 2010.10.13 14:57

    이대근이 변강쇠 영화 찍은 사람인줄 알았다는 거 ㅎ

  12. 2018.06.10 12:52

    북한과 김정은 세습체계를 여러가지 시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실 수 있다고 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멀쩡한 싱가포르같은 나라를 자꾸 끌어들여 비교하시면 그나라 국민들 진짜 기분 나빠합니다. :)

    제가 알기로는 싱가포르는 진짜 훌륭한 나라이죠. 리콴유라는 지도자도 독재일지 몰라도 서방의 어느언론과도 인터뷰를 마다하지 않고 자신의 통치절학을 논리적으로 서방세계에 설명할 수 있는 지도자였죠. 그래도 싱가포르같은 이상한 나라에서 살기는 좀 그렇죠. 민주주의가 그만큼 소중한 거랍니다, 사람사는 세상에서는.

    아마도 북한 김씨세습의 문제점은 세습 그 자체보다 김일성/김정일 이래의 그 지도자 자체의 도덕적/지적 퇴행성이 문제일겁니다. 쿠바의 카스트로 정도의 매력적인 지도자라도 좀 팔 겉고 좀 옹호를 할수 있어도 김씨일가의 세습을 옹호하기는 좀 그렇죠.

    아마도 북한의 문제는 세습 그 자체보다 지도자의 품격자제가 문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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