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한 지 1년을 넘겨 작업의 3분의 1 선에 다다랐습니다. 그 동안의 성원에 감사드리며 지금까지 해온 일을 여러 모로 반성해 봅니다. 그러면서 집필 방식을 바꿔볼 생각을 했습니다.


어제 책상 앞에 앉아 오늘 올릴 원고를 정리하면서 정리가 끝나면 간단한 인사 말씀과 집필 방식의 변화에 대한 알림 말씀을 붙일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업 도중에 <한국사데이터베이스>가 먹통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인사와 알림 말씀만 올리기로 합니다.


그 동안 꾸준히 읽어주신 분들께 정말 고맙습니다. 새로 공부하는 내용에 관해, 그것도 많은 분량의 글을 올리려니 제가 발표해 온 다른 글에 비해 솔직히 말해서 재미가 못했습니다. 읽는 분들뿐 아니라 쓰는 저도 재미가 못했습니다. 그래도 큰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 생각해서 스스로 채찍질해 왔습니다만, 쓰는 놈 주관으로 의미가 크다 해서 읽는 분들까지 채찍질 당할 필요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꾸준히 읽어주신 분들의 신뢰와 애정을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합니다.


집필 방식의 변화는 무엇보다 더 재미있게 쓰려는 것입니다. 분량도 좀 줄일 것 같습니다. 그 동안 더 재미있게 쓰지 못한 원인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나마 해소하려 합니다.


한 가지 원인이 사실 확인의 정확성에 대한 욕심에 있었습니다. <해방일기>는 학술연구가 아니라 에세이입니다. 고증에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가 없는 글입니다. 그런데도 제게는 얽매이는 마음이 많이 있었습니다. 제가 역사학도이면서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고증에 어설픈 점이 있으면 독자를 오도하기 쉽다는 문제가 있지요. 연구자 수준의 고증은 아니더라도 비평가 입장으로는 최대한의 수준을 확보해야겠다는 강박을 느꼈습니다.


또 한 가지 원인은 65년 전의 상황을 복원하는 부담에 있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의 입장을 가능한 한 원형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그들이 처했던 상황을 총체적으로 복원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그 자체로 그리 흥미롭지 않은 사실도 많이 서술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두 가지 원인을 이제부터 아주 무시하지는 않더라도 너무 얽매이지는 않으려 합니다. 고증의 정확성을 확보하는 노력은 계속하더라도, 그 정확성을 독자들에게 확인받는 데는 너무 집착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리고 65년 전 상황의 재현은 지금까지의 서술로 대충 되었다고 치겠습니다. 무대 설치는 끝났고, 이제 공연에만 노력을 집중하겠습니다.


두 가지 원인을 벗어나면 글의 재미없는 부분을 많이 줄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러면 남는 부분은 어떻게 해서 재미있게 만드느냐? 제 장점을 있는 대로 살리도록 해야죠.


<페리스코프>의 시사에세이 성격에 가까운 글을 만들고자 합니다. <해방일기>는 역사에세이로서, 그와 다른 범주의 글로 저 스스로 생각해 왔습니다. 1년 동안 <페리스코프> 쓰고 싶은 일이 있어도 <해방일기> 집필에 바빠 쓰지 못하고 넘어간 일이 종종 있었죠. 이제는 웬만한 일 <페리스코프>로 쓰고 싶은 것이 있더라도 <해방일기> 간판으로 쓰려 합니다.


연재는 월-수-금, 주 3회로 합니다. 그러나 더러 다른 요일에 올리더라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꾸준히 읽어 주신 독자들께 거듭 감사 말씀 드리고, 지금까지보다 더 쉽고 재미있는 글을 보여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