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24. 10:38

아랍어는 애초부터 다양한 배경에서 빚어진 데다가 계속해서 흡수성을 발휘했기 때문에 어휘 목록이 말도 못하게 길다. '꿀'을 뜻하는 비슷한 말이 80 개, '빵'을 뜻하는 말이 200 개, '사자'를 뜻하는 말이 500 개, '낙타'를 뜻하는 말이 1천 개나 있다. 낙타의 경우는 1천 개도 훨씬 넘을 것 같은데. 아랍학 연구자들 사이에, 모든 아랍어 단어에 세 가지 뜻이 들어있다는 우스개가 있다. 그 자체, 그 반대, 그리고 낙타. 아주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정확한 표현이 꼭 필요할 것 같지 않은 대상을 가리키는 정확한 표현이 얼마든지 있다. 타조의 똥과 구분되는 능에의 똥을 가리키는 말. 소리의 크기에 따라 분류되는 여러 종류 방귀를 가리키는 말. 메뚜기가 풀 갉아먹는 소리를 묘사하는 말. 그리고 손가락과 손가락이 갈라지는 곳은 어느어느 손가락 사이냐에 따라 서로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코란 경문에 여덟 개 외국어만이 아니라 무려 50개 방언이 등장하는 이유의 하나가 아랍어 배경의 다양성이다. 바다를 뜻하는 그리스어 okeanos 에서 전용된 아랍어 qamus 가 '사전'을 뜻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8-9세기의 위대한 학자 알-샤피이는 이런 말을 남겼다. "아랍어는 언어 중에 가장 폭이 넓은 언어로서 가장 풍부한 어휘를 가진 언어다. 이 언어를 완전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예언자 외에는." 그와 같은 시대의 알-자히즈는 한 발 더 나갔다. "아랍어의 모든 가능성을 속속들이 아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단 한 분, 구름 속의 물방울 수도 알고 먼지바람 속의 알맹이 수도 아는 분이 계실 뿐이다. 과거의 모든 것과 미래의 모든 것을 아시는 분, 알라이시다."

 

Tim Mackintosh-Smith, ARABS, A 3000-year History of Peoples, Tribes and Empires, pp 43-44

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