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시장은 일면식 없는 사람이지만 성남시장이 되었을 때부터 내 눈길을 끌어온 사람이다. 크기는 작아도 아주 질 좋은 리더십을 키우고 있는 분이라는 인식이 여러 해 동안 바뀌지 않고 있다.

 

한편 박원순 시장은 꽤 일찍부터 알고 지냈다. 1980년대 초, 그분이 대구에서 검사직에 있을 때 나도 대구에서 교수직에 있어서 지역 동창 모임에서 만났다. 30여 년 알고 지내는 동안 단둘이 앉아 이야기 나눈 자리가 두어 번 있었나? 얼굴 보는 것도 5년에 한 차례 정도다. 그런데 재미있는 게... 얼굴 볼 때마다 직업이 바뀌어 있는 것이다. 검사에서 변호사,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몇 해 전 평화재단 만찬에서 마주쳤을 때도 역시 서울시장이라는 새 직업을 갖고 있었다. (그때 속으로 생각했다. "이 친구 다음 만날 땐 직업이 뭘까?")

 

이 시장이 박 시장을 놓고 "원순 형님" 어쩌고 우산 어쩌고 했다는 뉴스를 보며 두 사람의 리더십 통합 가능성에 대한 생각이 얼핏 떠올랐다. 서로 다른 성격의 리더십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안정적 틀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두 사람의 리더십이 통합될 수 있다면 이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박 시장은 이 사회에서 역할을 키우기 위해 기나긴 행군을 해온 사람이다. 그가 해온 일 중에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살려낸 것들도 있고 불굴의 의지로 키워낸 것돌도 있지만, 지금 그가 구사하고 있는 리더십은 좋은 두뇌나 강한 배짱보다 꾸준한 자세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상황 전환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돌파력은 약한 편이다. 서울시장으로의 도약이 안철수 "바람"에 의지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때도 안철수와 박원순의 리더십 통합을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 통합이 이뤄지지 못한 까닭을 지금 와서 따지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고... 또 다시 떠오른 리더십 통합의 기대감에나 생각을 모아본다.

 

남들 못하는 일을 나서서 해내는 이재명과 남들 다 하는 일도 삼갈 줄 아는 박원순, 두 사람이 상호 신뢰를 갖고 역할을 어우른다면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좋은 리더십을 형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울시장과 성남시장의 위치에서도 얼마간 보여주어 온 어울림인데, 이것이 더 확장될 수 있었으면.

 

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