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한 선생이 오늘 아침 보낸 메일에서 이런저런 얘기 끝에 박현채 선생 말씀을 꺼냈다가 그분이 말년에 소설 쓸 생각을 하셨다는 얘기를 붙였다. 놀라운 이야기여서 "박현채, 소설"로 검색을 해보니 백기완 선생의 회고가 눈에 띈다. 단 두 분끼리의 <민족경제론> 제1회 출판기념회 기억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두 번째로 기억나는 대목이다.
“거 박 교수, <민족경제론>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좀더 대중 속으로 파고들려면 소설도 한번 써보는 게 어떻겠수. 논리적으로 다가서면서 아울러 정서적으로 다가서는 방법 말이외다.”
떡하니 이래 말을 했더니 박 교수의 반응이 이랬다.
“그렇지 않아도 소설을 한번 써봤으면 했었는데, 아주 내 속을 정통으로 치는구려. 하지만 소설이란 재주도 있어야 하고 또 사물을 볼 때 정서적으로 접근하는 끼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으니 어떻게 하겠습니까.”
“어허, <민족경제론>의 겉만 보질 말고 그 바닥을 치는 물살을 보시라니까. 그냥 이야기입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
“정말 그런 것 같수?” http://blog.naver.com/tnt62sik/130000737210

 

박 선생 고심의 자취를 더 찾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학문을 포기하고 소설 생각 하는 마음과 통하는 뜻이 그분에게도 있었을 것 같다.

 

내가 과연 소설을 쓰게 될지는 한참을 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소설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가진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마침 홍명희문학제 발표를 맡게 되어 그 의미를 파고들 계기가 되었는데, 세상에 내보내고 싶은 메시지가 벅찰 정도로 큰 것일 때 소설이라는 형식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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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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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8.24 11:57 신고

    <박현채전집> 제7권 423쪽에 관계되는 내용이 있다고 하는데 찾아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