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대통령직 처리를 형식적으로 어떻게 하든 국가지도자로서 역할은 끝났다. 그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국무총리의 역할에 관심의 초점이 모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책임총리"니 "거국내각"이니 실속없이 그럴싸한 말들만 오고가고 있지만 박근혜의 거취가 분명해지고 정치일정이 모습을 드러내면 국무총리의 구체적 역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법률적으로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그러나 형식은 어떻든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상황에서 박근혜의 입맛대로 사람을 고를 계제가 아니다. 박근혜를 탄핵하는 주체, 민심이 총리 또한 임명해야 시국 수습과 정치일정 진행이 순조로울 것이고, 그래야만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민심이 어떤 방법으로 총리를 선택, 임명할 수 있나? 국민투표는 현실적 방안이 아니겠고, 박근혜를 탄핵하는 마음은 국민의 95%가 공유해도 그 대안을 바라보는 마음은 그렇게 외길이 아니다. 최소한 야3당이 흔연히 합의할 만한 인물이 있어야 민심의 확연한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만한 인물이 있다면 정말 다행이겠다. 그렇지 못하다면 변화를 바라는 민심이 현실정치에 제대로 투영되지 못할 위험이 크다.

 

며칠 전 "내가 총리를 맡는다면..." 글을 쓴 것도 총리 자리에 적당한 사람이 나타나기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훌륭한 총리를 필요로 하는 상황은 그 사이에도 더 분명해지고 있는데, 몇 분을 놓고 이런 분이면 이런 이유로 기대가 간다는 생각을 적어 본다.

 

1. 유시민

 

<썰전>에서 "모든 권한이 주어진다면"이란 조건을 붙여 "국가를 위해 14개월간 봉사"할 의지를 밝혀 화제가 되었다. 기술적인 면에서 그 임무를 위한 최고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나는 본다. 그리고 몇 해 동안의 성실한 작가활동으로 정치인 시절의 "안티"도 많이 해소된 것 같다. 국가사회가 필요로 한다면 진절머리가 난 정치계로 돌아와 의무복무를 하겠다는 착한 마음에도 내가 보기에는 진정성이 있다. 그를 책임총리로 만들자는 언라인 청원운동도 진행되고 있다는데, 나는 참여하지 않았다. 총리 맡아준다는 마음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맙고 그가 정말 맡게 된다면 기뻐할 일이지만, 더 좋은 후보들을 나는 바라보고 있다.

 

2. 김제동

 

나는 이 사람에 관해 우리 국민 중에 잘 모르는 편이므로 어떤 사람인지 내 의견 내놓을 것 없다. 다만 박근혜 싫어하는 사람 중에 김제동 싫어하는 사람 별로 없다는 사실은 안다. 국민 95%의 지지를 받는 (적어도 거부받지 않는) 인물이 난국 수습에 나서준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판단력 등 기술적인 면에서도 능력이 충분하고 가치관도 매우 건전한 인물로 보인다. 본업에서 갈고닦은 웃기는 능력 또한 지금 상황의 이 사회를 이끌어가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한다.

 

3. 문재인

 

지금의 난국 수습에서 제도적 해결책을 찾는 것보다 국민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더 중요한 측면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박근혜의 지지자들은 말할 것 없고 반대자들도 "그가 된다 해서 설마 나라가 망하기야 하겠어?" 정도로 받아들였는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황당한 꼴을 보며 자괴감이 들고 괴로운 국민이 많다. 인간의 악한 면에 충격받고 상처 입은 민심을 아물려 주는 데 인간의 선한 면을 보여주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 아닐까?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에 맞섰던 문 씨가 "내게는 대통령 되기보다 국가사회의 필요에 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 선언하고 대통령 출마를 포기하면서 총리직을 맡는다면 그의 선한 마음이 국민의 마음을 치유하고 국가사회의 앞길을 잘 밝혀줄 수 있지 않을까?

 

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