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에는 제한이 없으니 앞으로 몇 십 년 지나다 보면 사람들의 정치관이 크게 달라질 계기가 없으란 법도 없다. 핵전쟁이나 지구온난화, 또는 테러의 격증 같은 암울한 상상도 가능하고, 노동의 기계화로 인한 창조적 활동의 증가나 재생가능한 새로운 에너지원의 발견 같은 밝은 상상도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민주주의 헌정체제가 굳건하다. 하지만 능력주의체제 지도자의 특성들이 민주주의체제에서도 유권자들에게 매력을 발휘할 수 있어서, 선출된 지도자들이 능력주의체제에서 성공을 거둔 방식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하려 할 수는 있다.

능력주의 옹호자에게 아마 제일 큰 호재(好材)는 선거민주주의가 아직 자리를 잘 잡지 못한 나라가 많이 있어서 중국이 능력주의체제를 권하고 도와줄 여지가 있다는 점일 것이다. 미국이 민주주의를 위한 국가기금(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 같은 정부출연재단을 통해 외국의 민주주의 진흥을 돕는 것처럼 중국도 능력주의를 위한 국가기금같은 것을 만들어 다른 나라의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능력주의 정치제도 실험을 도와줄 수도 있을 것이다. 외교정책에 있어서도 능력주의체제 국가들과는 특별한 연대관계를 추구한다고 표명할 수 있다. 반대자들에게는 순전히 상업적 동기에 따른 것이라고 대답해도 된다.

그러나 결국 능력주의 정치제도가 하나의 소프트파워로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중국 자신이 좋은 모범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국내에서 잘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능력주의 정치제도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줄여 나가면 그 체제의 본질이 외부 사람들의 눈에도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지금 당장은 국내 비판자들과 서부 지역 소수민족에 대한 억압정책이 해외 언론을 뒤덮고 있기 때문에 능력주의를 옹호하려 하더라도 그 정치체제의 핵심에 폭압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궁에 응대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판웨이(潘维)의 말처럼, 중국 국가는 억압성을 줄이고 관용성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또 하나 빠트릴 수 없는 점. 중국공산당 이름을 바꿔야 한다. 조직의 현재 실체와 그 지향하는 바를 더 잘 표현하는 이름으로 바꿔야 한다. 사실에 있어서 중국공산당은 공산도 아니고 도 아니다. 공산당원을 포함한 중국인 중에 공산당이 더 고급의 공산주의를 향해 진격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능력주의 정치체제는 마르크스도 마오쩌둥도 좋아한 것이 아니었고, 레닌이 생각한 전위당 역시 다른 것이었다. 자본가들까지 포함한 86백만 당원을 가진 중국공산당은 여러 정당 중 하나가 아니다. 많은 집단과 계층에서 능력주의 원리에 따라 선발된 구성원을 모은 복합조직으로서 중국 전체를 대표하는 데 목적을 둔 것이다.

중국현능연맹(中國賢能聯盟)”이란 이름이 더 어울린다. 하지만 민주라는 말이 중국의 공식적 정치 담론이나 독립적 지식인들에게 가진 중요성을 감안하고 또 차이나 모델의 민주적 측면이 작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서 듣기에 더 편안한 이름을 찾는다면 민주현능연맹이 어떨까 한다.

공식적 표현의 변화가 능력주의 정치체제를 둘러싼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표현된 이념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책임감을 정부가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중국 정부에 주어진 과제는 그저 능력주의의 길을 뚜벅뚜벅 걷는 것만이 아니다. 내가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그 이름을 바르게[正名] 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