王安石이 나라를 그르친 죄는 본래 죽여도 용서가 안 되는 바이다. 그런데 왕안석에게 나라를 그르칠 마음이 없었던 것은 천지가 다 아는 사실이다. 나라를 말아먹으려 생각하다 나라를 망친 자는 잔인하고 포악한 소인배로서 치죄할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나라를 이롭게 하려다가 나라를 망친 자는 고집불통의 군자라, 그래도 불쌍하게 여길 만하다. [<양승암집>에서 인용한 글로 보임]

 

탁오는 말한다.

 

공은 그저 소인이 나라를 망칠 수 있는 줄만 알지 군자는 더한층 심하게 망치는 줄은 모르는구나. 소인이 나라를 그르치면 그래도 문제를 풀고 만회할 길이라도 있지만, 군자가 나라를 망치는 경우는 손을 쓸 방도조차 없게 마련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 사람 자체가 스스로를 군자라고 생각하여 본심에 아무 부끄러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간담은 갈수록 커지고 뜻도 더욱 견고해지니, 누가 그를 말릴 수 있겠는가? 朱子 같은 이도 바로 그런 경우라 하겠다.

 

때문에 나는 언제나 이렇게 말하곤 하였다. 탐관오리의 해악은 작아도 청렴한 관리가 끼치는 해악은 엄청나며, 탐관오리의 해악은 다만 백성들에게나 미칠 뿐이지만 청렴한 관리가 만들어내는 해악은 자손들에게까지 미친다고 말이다. 내가 매번 꼼꼼하게 조사했지만 백에 한 가지도 여기서 벗어나는 경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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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천